호칭 문화! 별칭 문화!

유경희(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한부모’는 민우회가 만들어 낸 대안적인 말이다. ‘한부모’에서의 ‘한’은 ‘하나’라는 뜻과 더불어 ‘한가위’에서처럼 ‘온전하다’, ‘가득 차다’, ‘크다’라는 의미가 있는 순 우리말이다. 제안의 배경은 이전의 ‘편부모’가 주는 박탈감과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한부모들의 의식과 용어의 변화가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어 내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민우회의 생각이 모아진 데 있다. 이는 가족에서의 ‘정상성’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한부모 가족에게 불편함을 주는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을 깨는 작업이었다. 지금 ‘한부모’란 말은 당사자들은 물론 언론이나 학계 등 사회전반에 걸쳐 대안용어로 자리 잡았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부르는 말이 무엇이든 차별과 편견에서 자유로운 사회 문화일 것이다.

호樂호樂 캠페인은 <여성이 여성에게 쓰는 호칭 바꾸기>와 <부를수록 즐거운 호칭문화 만들기>를 내용으로 하는 민우회 캠페인이다.

호칭을 매개로 한 가족관계 내에서의 갈등과 불편했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장을 열어 공론화하고 대안적인 호칭을 찾아보고자 했던 첫 번째 캠페인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신선하다’며 생활에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피드백과 뜻하지 않게 어원 논쟁으로 집중되며 비판과 악의적인 댓글까지 이어진 부정적인 반응이다. 찬반양론의 경험 속에서 호칭에 대한 불편함 또는 싫은 느낌을 말할 수 있는 것, 또 이를 수용하는 문화로 가기까지의 감수성을 기대하기에는 의식의 변화라는 커다란 과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다른 목소리’로 공론화하는 일은 변화를 위한 유의미한 과정임도 깨달았다.

호樂호樂 두 번째 캠페인은 가부장적 가족문화, 성역할 고정관념이 반영된 호칭사용이 가족구성원 간의 불평등을 유지시킴을 돌아보고, 서로 존중하는 호칭문화를 만들어가자는 취지로 현재 진행 중이다. ‘가족호칭’을 매개로 가족관계에서, 사회적 관계에서 느끼는 불편함에 대한 의식조사를 바탕으로 변화를 위한 실천대안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불편함과 평등하지 않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현재의 호칭을 넘어서는, 개별구성원의 평등한 만남과 소통을 위한 새로운 관계의 ‘재구성’에 대한 시도이다.

말은 사회의 통념을 그대로 반영하며, 말에 의해 고정관념이 유지되기도 한다. 고정된 성역할에 의한 여성 언어와 남성 언어의 구분, 남성의 지위에 따른 여성의 호칭, 위계에 의한 호칭 사용은 경직된 조직문화를 만들어내고 수평적인 소통을 가로 막는다. 말은 의사소통의 도구일 뿐 아니라 우리의 사고와 가치를 구성해내는 기본적인 수단인 것이다. 말은 현실을 만들어 내는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나이나 지위, 성별을 떠나 별칭을 부르는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별칭을 사용함으로 기존의 틀을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하려는 욕구 때문이다. 별칭을 부름으로 소통에의 장벽을 허물고, 수평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는 실천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개별 구성원들의 권한의 공유, 평등한 의사소통을 통한 자율적인 조직문화에의 기대가 서로를 성장시킨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민우회의 즐거운 호칭 문화 만들기 호樂호樂 캠페인과 별칭 문화, 이 둘은 얼핏 상반된 듯 보이나 개인에 대한 존중과 평등한 소통을 위한 관계 형성이라는 공통분모를 갖는다.

우리의 일상은 개인이 속한 각 영역에서의 다양한 경험들로 구성된다.
자신도 모르게 기존의 질서에 길들여진 삶에서 불편한 ‘무엇’에 대해 알아차리는 일,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용기는 소중하다. 여기에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의지를 갖는 일과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을 모아내는 과정은 더욱 소중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