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사서 이사 갑니다

오관영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

시민행동 활동가 중에 지리산 자락으로 귀농한 친구가 있다. 이 친구가 하는 말이 처음에는 마을 사람으로 인정을 못 받았다고 한다. 그냥 거쳐 가는 사람 취급을 받은 것이다. 이 친구 또한 계속 살 곳인지 판단하기 위해 집을 사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집을 사는 순간 마을 사람들이 마을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 민우회, 녹색교통, 환경정의, 시민행동은 집 사서 그 마을에 살러 간다. 그곳에서 4개 단체는 최소 10년, 20년 새로운 시민운동을 상상하고 소통하고 실천할 것이다. 즉 이사 가는 일은 10년, 20년의 '운동'을 준비하는 일이다.

이왕 시민행동 활동가 소개로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한 사람 더 소개하자. 시민행동 활동가 중에는 버마 사람 마웅저가 있다. 살림이 넉넉하지 못한 시민행동에서 굳이 마웅저를 활동가로 채용한 이유는 마웅저가 사무실에 함께 있음으로 해서 시민행동 상근자들은 버마를 생각하고 아시아 문제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웅저는 시민행동을 아시아와 연결해주는 매개이다. 우리가 이사 가는 성미산 마을(성산, 서교, 망원, 합정, 연남동)은 공동육아에서 시작해서 대안학교, 생협 등 다양한 도시공동체의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성미산 마을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는 4개 단체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시민운동에 대한 새로운 상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성미산 마을에 터전을 잡은 이유이다.

지난 80-90년대 시민사회운동의 주된 조직화 방식은 사람을 조직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운동이 침체되고 시민단체를 찾는 사람이 적을수록 재생산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반면에 사람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면 사람들은 그 공간에서 소통하면서 새로운 일과 사람을 만든다. 사람들이 모이고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방식이다. 4개 단체가 함께 이사하는 것은 공동의 '공간(자산)'을 키우는 일이다. 우리가 소극장, 교육장, 작은 도서관, 회원방, 평화카페 뿐만 아니라 각 층에 있는 회의실 등을 개방하고 공유하는 이유이다. 일하는 사람이 바뀌어도 공간 '나루'는 소통과 연대, 저항의 공간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사무실 이전이 운동'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운동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향해있다. 요즘은 세상이 하도 지랄 같아서 미래를 상상하는 그것만으로도 즐겁다. 이 즐거움을 함께 나누면 좋겠다. 돈 가는 곳에 마음이 함께 간다고 했다. 새집 짓는 데 벽돌 한 장 얹어 주시길….

* 필자소개: 푸른소(http://episode.or.kr/ohky)는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 일하고 있고 민우회 사람들 만나는 것을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