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따르릉~

일상의 마주침, 관계의 즐거움

바람(한국여성민우회 상근활동가)

"여보세요."
"여보세요. 저 000님 핸드폰인가요?"
"네"
"아, 안녕하세요. 여기는 한국여성민우회입니다. 잠시 통화 괜찮으세요?"
"네"
"민우회 소식지 함께 가는 여성과 온라인 소식지 잘 받아보고 계세요?"
"네"
"아, 그럼 이번 소식지에 실린 민우회 5월 행사에 대해서도 알고 계시죠?"

이때부터 그/녀들과의 대화가 시작된다. 아니요. "제가 우편물을 잘 안 챙겨봐서요." 혹은 "네, 혹시 콘서트 말씀하시는 것 아니에요?" 그/녀의 대답에 따라,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의 감정톤에 따라 나의 목소리도 함께 그 감정의 높낮이에 따라 넘실댄다. 얼굴한번 뵙지 않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바쁘다는 듯한 냉정한 목소리에, "아-그럼 제가 다음에 다른 소식이 있을 때 또 연락드릴게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 뚝. 뚜.뚜.뚜.뚜.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뚝 끊어 버릴 때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게 된다.

당신과 나 사이에 소통의 광장은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 우리는 얼마나 그/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 것일까? 처음 민우회 회원을 가입해주신 분들에게 가입감사 전화를 늘 드린다. "안녕하세요. 민우회에요." 라고 말을 전하면 먼저 전화기 너머 목소리가 반박자 먼저 반갑게 인사를 또 전한다. 그럼 그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서로의 목소리에 반가워하며 서로의 마음속에 서로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시작되고 있음을. 그리고 그/녀에게 "민우회 가입은 어떻게 하셨어요?"라고 물으면 다양한 사연들이 시작된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스포츠계성폭력 대응 사건 기사를 보고 후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장 내 성희롱 문제 때문에 혹은 여성주의에 관심이 많아 여성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싶어서 농구를 하고 싶어서 등등 가입이유 또한 무지개빛깔을 띠고 있다. 짧은 통화시간이지만 그/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회원팀에서 A라는 것을 해보면 어떨까, B라는 것도 해보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녀들과의 짧은 통화를 통해서 민우회 활동의 긍정성에 미소 짓게 되고 민우회 상상발전소는 에너지를 얻고 가동을 하는 듯한 느낌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물꼬를 튼 당신과 나 사이의 소통의 기쁨은 언제부터 무뎌지는 것일까? 다시 묻게 되는 것이다. 당신과 나 사이에 소통의 광장은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 민우회라는 존재는 결코 '민우회'라는 조직이 우선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우회를 구성하고 있는 회원과 회원, 당신과 나 사이의 관계가 우선하는 것이고, 민우회의 그/녀들이 있기에 민우회가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가 존재의 인식이 희미해지는 순간이 발생하고 그러다보면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던 광장의 넓이 또한 점점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처음 가입한 민우회 회원 분들에게 감사전화를 드리고 우리는 또 언제 그/녀의 휴대폰 번호를 꾸욱 눌렀을까? 3월엔 봄이 왔다고, 4월엔 라일락 향이 달달해 참 좋다고, 5월엔 아카시아 꽃이 만발이라고 그/녀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일상의 마주침, 관계의 즐거움. 당신이 먼저 내민 손을 꼭 잡고 그렇게 하루하루 일상 속에서 당신을 만나러 가야겠다.

 
"사랑이라는게 처음부터 풍덩 빠지는 건줄로만 알았지
이렇게 서서히 물들어버릴 수 잇는 건 줄 몰랐어.."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 중에서

"따르릉-000님, 5월 17일에 민우회 콘서트에 놀러 오실거죠?"
"그럼, 가야지요. 내 주변의 친구들에게 이야기 해보고 같이 가도록 할게요!"

음악, 만남, 조금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사람, 사람들의 열정이 모인 5월 17일 민우콘서트를 기대하며 민우회 활동가들은 다시 전화기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