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대로 하면 되고....♬♬

생기(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올해 들어 부쩍 나름의 고통과 슬픔과 버거움에서부터 뿌듯함과 기쁨 등의 감정을 모두 섭렵한 사람처럼 그리 서운한 것도 그리 즐거운 것도 없이 건조해졌다는 느낌을 갖곤 한다.

행복해 보이는 다른 이들의 삶에 질투도 하고, 내가 어떻게 비쳐질까 남의 시선에 긴장도 하며, 두루두루 원만함을 추구하려 했던 나.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려고 자신을 변화시키며, 관계 맺음에 대한 열정을 가졌던 나였는데 이제 그런 마음들이 줄어드는 걸 느낀다. 이게 나이 듦 때문인가?

내가 내 마음을 정확히 안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지만 주위와 조화로움이 어긋날 때, 여유로움이 사라질 때, 가능한 투명하게 나를 들여다보아도 해답이 잘 나오지 않을 때 나는 종종 거리를 걷는다.  

요즈음의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거리에서 방황(?)할 때가 있다.
나름의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그냥 일상에서의 복잡한 생각들을 떨쳐내기 위해서다. 거리를 걷다보면 몰아치는 허전함을, 때때로 찾아오는 우울이라는 친구를 떼어버릴 수 있는 '꺼리'들을 만날까 싶어서다. 회복이 쉽지는 않아도 애써 벗어날 수는 있다. 눈에 보이는 것들에 대한 무심함을 통해서...

10년 전 내가 한때 몰입했던 심리학자 윌리엄 글라써(William Glasser)에 의하면,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고, 무엇을 선택하든 선택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있다'고 한다. 그는 인간은 생존ㆍ사랑과 소속ㆍ힘(power)ㆍ자유(freedom)ㆍ즐거움(fun)의 다섯 가지 유전적 욕구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사람들은 저마다 각각의 욕구강도가 다르며 서로 조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나는 그 이론에 신선함을 느꼈다. '자유'나 '즐거움'의 욕구에 빈곤한 나 자신을 인식할 수 있었으며, 당시에 그것을 채우려는 노력을 열심히 했고, 이후 사람들에게도 쭈-욱 신나게 전파(?)하였다.

요즈음의 나는 그것이 잘 안 된다. 머릿속에서는 되는데 마음으로 잘 되지 않는다.
누군가 내게 보내는 신호인 듯도 하다. 일어나는 그대로 감정을 바라보고, 마음에 일어나는 변화를 자연스럽게 보아주는 지혜가 생겼으면 좋겠다.

글라써는 인간이 자신의 욕구를 직접 충족시키기보다는 출생부터 평생 동안 자신을 기분 좋게 해주던 '어떤 것'을 기억하며, 그것에 가까이 있고자 노력한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 그것은 자연일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고 가치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인상이 좋다고 한다. 강해 보이지 않고 순해 보인다는 것이다(사실은... 음...) 그런 사람들의 말에 가끔은 반론을 제기하나 대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사람들과의 어울림에 있어 "긍정의 힘"이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긍정 또한 기대에 대한 의지와 실천력이 따라야 가능하다.

나를 기분 좋게 해주는 '어떤 것'을 찾아보려 한다. 그것이 나의 선택이고, 그 책임 또한 내게 있다.

무심한 걷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지금은 서두르지 않고 마음공부 좀 천천히 해보자는 생각이다.

생각대로 하면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