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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이야기3>우리는 경비절감의 수단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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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0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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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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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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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132
우리는 경비절감의 수단이 아니에요
유명숙(통역안내사)
나는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소개해주는 통역안내사라는 나의 직업을 사랑한다. 민간외교사절이라는 자부심으로 열악한 근로조건 속에서도 자긍심과 신념을 가지고 열심히 일을 해왔다. 그리고 통역안내사는 거의 여성들의 독무대이다시피 할 정도로 많은 여성들이 일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웬만히 살게 되자 여행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여행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여행사 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덤핑판매를 하면서 적자경영을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해졌다. 거기다 최근에는 불경기까지 겹치게 되니까 군살빼기를 해야 하느니, 경영합리화를 해야 하느니 하는 소리가 여행업계에서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통역안내사들은 그 여파를 온몸으로 부딪치며 피부에 와 닿은 일련의 변화를 겪고 있다.
여행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정사원이었던 통역안내사들을 고용계약제, 일용직으로 전환해가고 있는 것이다.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또 언제든지 여행사 마음대로 내보내기 위해 11개월 고용계약제로 바꾸고 있는 것인데, 이는 통역안내사들을 쥐어짜서 경영상의 출혈을 보전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고용계약직이 되면 보수, 신분보장 등에서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게 됨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는 일방적으로 고용계약제를 도입하였고, 개별 면담을 통해 회사방침에 순응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일방적 우대정책을 펴, 무조건적 순응을 강요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아 당할 수만은 없었다. 회사의 부당한 처사에 대해 일부 여행사의 통역안내사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기 시작했고, 노조가입자에게는 차별대우를 하는 것에 대해 법정투쟁을 하여 이긴 사례도 있다.
내가 소속된 회사에서는 아직 고용계약제가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도입될 것 같은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동안 우리에게 일어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일하는 여성으로서 나는 많은 분노를 느꼈다.
아직도 여성직장인을 남편 수입의 한 보조자로서 하찮게 생각하여 경비절감의 첫대상으로 삼는 전근대적인 발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은 보조자가 결코 아니다.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프로직장여성도 많고 특출한 능력으로 그 자리에 꼭 있어야 할 직장여성들도 수없이 많다. 여성의 임금을 삭감하고 고용을 불안하게 하여 경영합리화를 하겠다거나 군살빼기를 해야 겠다는 생각은 지양되어야 한다. 여성인력이 안정된 고용 속에서 한길로 정진할 수 있을 때만이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빨리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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