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하반기-함께가는 여성] 활동가 다이어리_끈질기게, 야심차게, 탁월하게
활동가 다이어리
끈질기게, 야심차게, 탁월하게
여는 민우회 편집팀
여름이 막 시작되려던 6월, 올해 휴직에 들어갔던 활동가 하이 소식이 들려왔어요. 쓰러져서 병원에 있다고 했어요. 우리가 병문안을 갔을 때 하이는 대답하지는 못해도, 말을 걸면 고개를 움직이고 손을 잡으면 꼬옥 쥐었다 펴기도 했어요.
위험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가, 다시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술을 많이 마시고, 또 누군가는 푹 쉬고 돌아올 하이를 기대하며 기다렸어요.
여름이 뜨거워지던 8월에, 하이는 멀리멀리 떠났습니다. “끈질기게, 야심차게, 탁월하게.” 하이의 다이어리 첫 장에 적혀있는 문구입니다. 이번 〈함께가는 여성〉 활동가 다이어리는 민우회 활동가 하이의 이야기입니다. 그 어떤 것으로도 완전히 채울 수 없겠지만 하이가 남아있는 장면들과 말들,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내어 지면을 채워봅니다. [편집팀]
활동가 하이의 2019년 다이어리 첫 장.
“98년에 미디어운동본부가 만들어지고 저는 99년부터 활동가로 일을 시작했어요. 미디어운동본부는 성평등한 미디어교육과 미디어 정책을 제안하고 모니터링과 영상 제작, 미디어교육을 초중학교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함께 일하자는 제안에 흔쾌히 결정 내린 일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우회는 수평적이고 일방적이지 않아요. 의논하고 합의하고 서로 양보하고 밀어줘요. 일은 힘들지만 재밌고 이러한 환경이 뒷받침해주었어요.”
- 〈딸들에게 희망을〉 2016년 4호 ‘박영숙살림이상 수상자 윤정주 님의 시청자미디어운동사’에서 발췌
2001년 5월,
‘TV를 다시 켜자! 아는 만큼 보인다’
방송모니터교실에서 하이가 진행을 하고 있다.
2005년 11월 30일,
성평등한 방송심의를 위한 새로운 모색 토론회.
사진 왼쪽 끝에 하이가 앉아있다.
2013년 12월 5일,
푸른미디어賞 시상식. 수상자들 오른편에 하이가 서있다.
2018년 1월 23일,
‘고 장자연 사건’ 재수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하이가 발언하고 있다.
2018년 3월 22일~23일,
미투운동이 시작되고, 청계광장에서 1박2일 동안 진행된 2018분 동안의 이어말하기 대회. 하이가 온라인으로 들어온 말하기를 대독하고 있다.
2018년 9월 13일,
영화촬영과정에서 발생한 남배우A성폭력사건 대법원 유죄확정판결에 대한 기자회견. 사진 오른쪽 끝에서 하이가 발언하고 있다.
2019년 8월 10일 故 윤정주 님 추모식에서
“〈호텔 델루나〉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넘어가는 영혼이 쉬어가는 호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입니다. 정말 그런 호텔이 있다면 이승에서의 피곤하고 머리 아파했던 힘든 기억 모두 내려놓고, 거기서 초호화판으로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편히 하늘로 올라가서 시원한 블루레모네이드 한 잔 하면서 저희를 지켜봐주길 바랍니다.”
- 노영란 추모사 중
“우리가 보았던, 우리가 들었던, 그리고 우리가 함께 했던 그 모든 순간의 윤정주를 기억해 주십시오, 우리 딸 정주, 내 친구 정주, 정주언니, 든든했던 정주선배, 한결같았던 정주쌤, 따뜻한 우리 엄마, 그리고 치열하고 냉철했던 운동가였던 하이를 기억해 주십시오. 냉철하지만 우리에게 따뜻하고 너그러웠던 사람. 부당함과 강함에 단호하고, 정의로움과 약함에 다정했던 사람. 그런 윤정주가 꾸었던 꿈이 한 사람에게 전해지고, 또 한 사람에게 전해져 언젠가 현실이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고마운 것이 많아서 미안한 마음이 너무 큽니다. 미안한 마음이 너무 큰데, 또 우리를 보고 활짝 웃어주는 것 같아서 다시 고맙습니다. 우리의 눈을 바라보며 길이 되어주었던 또박또박했던 그 목소리가 그립습니다. 하이 편히 쉬어요. 그리고 우리 꼭 다시 만나요.”
- 최진협 추모사 중
윤정주, 1971. 11. 1.~2019.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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