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하반기-함께가는 여성] 기획_페미니스트 유튜버에게 구독과 좋아요를!
기획
페미니스트 유튜버에게 구독과 좋아요를!
이가현 | 페미니스트 유튜버, 불꽃페미액션 활동가
페미니즘 운동이 될 만 한 건 가리지 않고 모두 하려고 노력합니다.
유튜브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페미니스트 유튜버 정눈꽃 님의 채널을 알게 된 것 때문이었다. 당시 정눈꽃 님은 안티 페미니스트들의 저격영상과 말도 안 되는 비난을 감내해 가면서 방송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여기서 힘들다고 포기하면 다른 페미니스트들이 시도조차 하지 않고 유튜브를 포기할 것 같아서 버티는 거라고 했다. 나같이 페미니즘 채널을 만들고 싶은 유튜브 꿈나무들을 위해 버티시는 거라는 생각이 드니, 용기가 났다. 나도 힘이 되어야지. 그리고 매번 생각만 하고 있던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다.
영상 범람의 시대에 성평등하면서도 재미있는 콘텐츠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혐오콘텐츠를 비판하는 콘텐츠 또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야심차게 시작한 유튜브 정화운동. 스마트폰이 있고 간단한 영상편집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면서 뭐라도 좀 알고 싶어서 방송아카데미에 등록해서 40만 원짜리 유튜브 크리에이터 교육을 듣기도 했다.
‘페미니스트는 괴물이 아니예요’
처음에는 페미니즘 책을 읽고 나서 후기를 촬영해서 올리는 정도로 간단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생각보다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자막은 물론이고, 표정도 신경 써야 하고 내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타인에게 어떻게 해석될지 다양한 시선에서 고려를 할 수밖에 없었다. 영상매체의 특성상 즉각적인 피드백이 달리고, 잘못했다간 캡쳐본이 온라인에 떠돌아다니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지금 온라인에서 페미니즘은 굉장히 뜨거운 논쟁거리이기 때문에 같은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르면 비판과 비난을 동시에 받아야 하고, 안티페미니스트들의 타겟이 되어 조롱거리가 되는 것은 신기한 일도 아니다.
내 일상의 자체가 유튜브 소재가 되었다. 누군가는 페미니스트를 괴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나도 평범하게 사는 한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친구들도 유튜브 소재를 이것저것 추천해 주기도 했다. 그런데 하고 싶은 것은 많아도 그것을 모두 구현하기는 어려웠다. 아주 간단한 영상을 만드는 데에도 이틀이 꼬박 들어갔기 때문이다. 조금만 무거운 주제를 다룰라 치면 대본을 고민하고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계속해서 생각하느라 진도가 나가지 않을 때도 있었다. 퀄리티가 좋은 영상을 자주 만드는 것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벅차기도 했다.
‘어그로’ 경쟁에 동참하고 있는 나
유튜브는 1,000명의 구독자 그리고 4,000시간의 구독시간을 채워야 수익창출을 요청할 수 있다. 내가 가장 많은 조회 수를 찍은 영상은 영화 〈걸캅스〉 추천영상. 여성경찰 두 명의 활약을 담은 영화라는 것이 알려지자 안티 페미니스트들이 영화를 보지도 않고 평점테러를 하며 깎아내리던 시기가 있었다. 나는 영화를 재밌게 봐서, 나만의 관람포인트를 공유하면서 〈걸캅스〉를 추천하는 가벼운 영상을 찍어 올렸는데 갑자기 조회 수가 폭발하면서 성난 사람들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대부분 영화를 욕하는 댓글, 나의 영화 안목을 조롱하는 댓글, 나의 외모를 평가하는 댓글이었다. 대응할 가치가 있는 댓글이 아니었기에 대응을 하지 않았는데, 지금도 계속해서 조회 수는 올라가고 있다.
‘대림동 여경논란’1)에 대한 영상, 대한민국 군대의 진짜 문제점이 무엇인지 짚은 영상도 조회 수가 높게 나왔다. 찍으면서도 이 이슈는 남성들이 관심이 많은 이슈이기 때문에, 분명 남성이 많이 볼 것이고 욕을 먹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해당 영상은 지금은 삭제했다) 많은 사람들이 싫어할 것 같은 주장이나 논란인 이슈를 일부러 소재로 삼는 것을 ‘어그로’라고 부른다. 조회 수가 높은 영상은 검색 결과에서도 위쪽에 뜨고, 다른 유튜브 채널 영상의 관련 동영상에 뜨기도 하는 등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노출된다. 반면 아무리 잘 만든 영상이어도 사람들이 보지 않아서 조회 수가 낮으면 그대로 묻히게 된다. 나도 영상을 만들 때 조회 수가 많이 나올 만한 주제들부터 선정하다보면, 깊이 있는 내용의 영상보다는 논쟁적인 주제나 가볍게 볼 수 있는 영상을 더 만들게 되곤 한다.
혐오와 차별, 혼돈의 유튜브
이미 엄청난 여성혐오 콘텐츠들이 유튜브에서 양산되고 있다. 안티 페미니스트들의 영상은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 몇 백만 조회 수는 기본으로 나온다. 이렇게 혐오콘텐츠, 가짜뉴스, 불법촬영물, 페미니스트를 싸잡아 조롱하는 영상이 인기 있게 되고, 그들이 한 달에 버는 돈은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이다. ‘안티 페미니즘’이 돈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페미니즘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가지게 되기도 한다. 고등학교에 성평등 교육을 나가면, 페미니즘을 왜곡하는 유튜브 콘텐츠를 그대로 흡수하여 성평등 교육에 반감을 가지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 강사인 나에게 특정 안티 페미니스트 유튜버를 아냐고 물어보고, 그 유튜버가 말했다면서 혜화역 시위에 대한 날선 질문들을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성차별적인 규제 집행으로 인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나 보여주고 싶은 장면들을 마음껏 담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최근 페미니즘 페스티벌에서 ‘찌찌해방’, 상의탈의를 한 사람들이 춤추는 장면을 꼭 올리고 싶었지만 영상이 청소년이 이용하기에 부적절하다는 판정을 받을까봐 가슴이 나오는 부분은 다 잘라내고 올렸다. 이미 유튜버 미사장 님이나 햄튜브 님처럼 페미니스트 유튜버들이 올리는 생리 관련 영상들이 성인등급영상으로 선정이 된 적이 있어서 조심스러워지는 부분도 있었다. 혐오발언은 아무렇지 않게 콘텐츠가 되어서 누구든 자유롭게 볼 수 있지만 정작 우리가 꼭 알아야할 몸에 대한 지식들이나 성관계에 대한 내용들은 제한된다. 누구나 자유로워 보이는 유튜브 공간에서도 차별은 존재하고 있었다.
꾸준히 해보자! 구독과 좋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공간은 여전히 매력적인 활동공간이다. 영상만큼 사람들에게 널리 그리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매체는 아직까진 없는 것 같다. 지금 바로 페미니즘이 활용해야 할 매체이다. 그리고 영상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말이나 글로 소통하는 것과는 또 다르다. 내가 공들여 만든 예술작품을 선보이는 기분? 그리고 기획부터 출연, 촬영, 편집까지 모두 내가 했으니, 내 영상을 좋아해주는 사람은 곧 나를 좋아해주고 지속적으로 보고 싶다고 해주는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지금은 생활이 바빠져서 유튜브를 잠시 쉬고 있지만, 그래도 채널 구독자 수는 계속 늘고 있고 빨리 복귀해서 영상을 올려야겠다는 마음도 커진다.
아직 구독자가 300명이 채 되지 않은 꼬마 유튜버이지만 가끔 페미니스트 유튜버를 추천해달라는 글에 답변으로 내 유튜브 채널이 껴서 올라가기도 한다. 별다른 촬영기술이 있거나 멋진 편집도 아닌데 페미니스트의 유튜브라는 이유로 봐준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감사하고 신기하다. 그리고 감격스럽다. 가끔 집회나 페미니즘 행사에서 만난 분들은 ‘유튜브 재밌게 보고 있어요’라고 말씀해 주신다. 내가 보기엔 노잼인데, 재밌다고 해주시니 감사하고 더 다양한 소재로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생만 조금 정리되면 구독자님들을 만나러 가야겠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 ‘가현korean feminist’ 채널에 구독과 좋아요를 부탁드립니다^0^
채널에서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영화 〈걸캅스〉 추천영상 댓글 창 일부
1) 2019년 5월, 온라인에 올라온 ‘대림동 경찰관 폭행 영상’속 여성 경찰관이 피의자를 제대로 제압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며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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