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노동자 기본권보장 법제도 개정촉구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문
- 임시국회에 즈음한 -
비정규노동자 기본권보장 법제도 개정촉구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문
우리사회의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비정규 노동자의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시급한 사안이다. 이미 전체 임금노동자 가운데, 임시 일용직 등 비정규 노동자가 53%에 이르렀으며, 무분별한 비정규 노동의 도입은 당사자의 고용불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낳고 있다. 나아가 소득불평등과 빈익빈 부익부 심화로 공동체의 기반을 그 근저에서 무너뜨리고 있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대다수 비정규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다름없는 노동을 하고도 초과근로수당이나 퇴직금, 월차 및 연차, 생리휴가 등 법정 임금이나 휴가, 모성보호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언제나 고용과 실업의 경계선에서 극심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사회적 보호의 최후선인 사회보험으로부터도 배제된 채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편, 생존과 인권을 위한 비정규 노동자들의 움직임도 격렬하게 일고 있다. 계약직 노동자, 파견 노동자에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보험 모집인 등 특수고용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까지 전국 곳곳에서 인권과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는 절규가 울려 퍼지고 있다.
26개 시민·사회·여성단체로 구성된 우리 '비정규 공대위'는 작년 6월 발족 이래,비정규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이들에게 가해지는 온갖 차별을 폐지하기 위하여 무엇보다도 비정규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제약하고 있는 법 제도의 개선에 주력해 왔다.
이에 따라 작년 10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 그리고 사회보험 관련법의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청원하는 한편, 서명운동과 캠페인, 집회, 비정규 노동자 활동의 지원 등을 펼쳐왔다. 아울러 정부와 정치권에 비정규 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법 제도의 개선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비정규노동자들의 외침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정규들 노동자들의 권리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사용자들은 완강히 저항하고 있고 일부 정부관료들이 경제상황악화를 핑계로 문제를 외면하는 사이,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통은 늘어만 갔다.
그러면 도대체 정부와 국회는 무엇을 하고 있던가? 우리는 절반을 넘는 노동자들이 인권과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존재이유란 무엇인가 ?
정부는 비정규 노동자 문제가 사회 문제화되자, 지난해 비정규 노동자 보호법안을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른바 국정2기 정책운용 방안에는 비정규 노동자 보호 법안의 처리를 올해 2월까지로 못박기까지 했다. 약속한 시한까지는 이제 2주가 채 남지 않았으나, 정부는 이번 임시국회에 어떤 법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말, 반복 갱신되어 총 고용기간이 1년이 넘는 비정규 노동자를 정규노동자로 전환하는 반면 고용계약기간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늘이는 이른바 '물타기' 안을 마련했었다. 그러나 이 안조차도 시장논리에 찌들어 있는 '경제부처 장관회의'에서 무기한 유보되었다. 노동부 안으로 남아있는 것은 '특수고용형태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의 일부 조항 적용' 뿐이다.
사회보험 관련된 법안도 마찬가지 사정이다. 우리는 애초에 정부가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의 확대에 다소 긍정적인 안을 가지고 있는 줄 알고 있다. 그러나 역시 지난해말 정부 규제개혁위원회는 '국민연금의 5인이상 사업장 임시·일용직 사업장 가입 5인미만으로 확대'라는 애초의 정부안을 무기한 연기시켰다.
법안을 처리해야 할 국회도 직무유기를 하고 있기는 매한가지이다. 국회는 이른바 국가보안법, 인권위원회법, 부패방지법 등 개혁입법안 처리를 주춤거리고 있을 뿐 만 아니라, 비정규 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법 개정안도 심의조차 하고 있지 않다. 입법활동이 국회의 본질적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개혁, 민생 법안들은 외면한 채 당리당략과 정쟁에 몰두해 있는 것이다.
현재 정부와 정치권이 비정규노동자 관련 법안 처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이른바 '경제논리'이다. 경제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기업에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경제가 악화되면 가장 큰 고통을 당하는 것은 비정규 노동자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일진대, 국가가 손놓고 있다면 그들은 무엇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가?
이러한 개탄스러운 현실에 직면해 비정규 공대위는 정부와 정치권에 비정규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법 제도의 개선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비정규노동자 균등 대우 ▲기간제 근로 엄격한 제한 ▲특수고용형태 노동자 근로기준법 완전 적용 ▲단시간노동자보호 등 요구 ▲비정규노동자 사회보험 완전적용 등 비정규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법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아울러 국회는 당장 2월 임시국회에서 이들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만약 정부와 정치권이 이 같은 의무를 계속 방기한다면 우리 시민·사회·여성단체들은 이에 맞서 투쟁해 나갈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덕적 의무감, 나아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오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향후 노동부 장관 면담 요구, 국회 앞 집회, 비정규 노동자뿐만 아니라 국민과 함께 하는 투쟁에 나설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각성과 결단을 촉구한다.
2001. 2. 15
비정규노동자 기본권 보장과 차별철폐를 위한 공대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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