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호 [민우ing]2008고용평등상담경향을 통해 본 경제위기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
나는 고2 겨울 방학이 참 힘들었다. 다가올 ‘고3’에 작아졌고, 지나간 ‘고1’은 적응만으로도 남긴 것이 많았다. 2008년은 고2가 그렇듯 다가올 위기와 지나간 고통이 아직도 세력 있는 시기이다. 예측 가능하나 동시에 불확실성이 지배할 미래에 대해 우리는 어떤 답을 상상을 해야 할까?
2008년 고용평등상담실은 비정규직 법 시행 2년차, 경제위기 본격화 직전의 시간을 함께 살고 있다. 지난 한해 고용평등상담실에 접수된 상담은 총 413건이다.1)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상담은 90건으로 전체의 21.8%를 차지한다.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고 위기담론이 확산된 하반기에는 임신, 출산한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고용 위협이 노골화됐다. 특히 12월에는 증가폭이 확연했으며, 1월 현재도 지속적인 임신, 출산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의 압력은 계속되고 있다.
기간제 남용을 통한 자유로운 계약해지, 정규직 전환된 이후에도 ‘반쪽 자리 정규직’으로서 차별 문제가 예년 상담경향과 흐름을 같이했다. ‘기간제 노동자’의 보호는커녕 ‘기간’은 사업주의 편의대로 마음껏 갱신과 해지를 할 수 있는 단위라는 점이 사례에서 확인됐다.
파견 노동자들은 시간제. 기간제 고용형태를 겸하고 있고 열악하고 점점 더 나빠지는 노동조건 속에 ‘어디 말할 데도 없는’상황을 경험했다. 책임과 임금은 최소화하고 필요한 노동력은 취하는 사용자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이다.
불평등한 사회체제 내에서 좀 더 많은 권리를 확보하게 되면, 사람들은 더 많은 진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주류의 주장에 의해 진실보다는 특정 집단의 이익이 지배하는 세상이 됐다. 우리가 ‘위기’에 대해 학습한 적이 있다면 바로 ’97년, ’98년일 것이다.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여성’을 지배했나?
‘생계책임자는 남성가장이며 남성가장에게는 가족 전체의 임금을 주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는 그 어떤 경제적 토대보다도 강하다. 위 사례는 98년 이후 우리가 싸워왔던 생계부양자모델에 대한 해체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준다. 남편의 실직과 무능은 이제 주변에서 흔한 얘기다. 여성생계부양자의 보편화, 빈곤 여성층의 확대는 10년 전, 경제위기를 내세워 노골적으로 여성을 정리해고 했던 류의 일들의 명분이 얼마나 취약했는지를 보여준다.
인원감축중심의 구조조정은 조직의 가장 힘없는 계층이 일차적 대상이 된다. 경제위기 담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기업은 위선을 벗는다. 일, 가정양립의 높은 기치와 여성의 고용지위 향상은 <사례3>과 같은 ‘실례’로 반박된다.
힘없고 저항이 가장 적은 집단 잔류자들에게 남긴 것은 무엇인가? 지난 2008년의 고용평등상담사례는 성차별적 직급별 정년에 따른 정영임님의 2번째 해고 싸움, 수습기간 연장으로 차별받는 청년노동자의 구직경험을 통해 엄연한 고용상의 성별, 연령별, 고용형태별 차별의 존재성을 확인했다.
한편, 경제위기 담론은 개별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 압력, 위협으로 불안의식, 공포감을 조장하여 대응력을 위축시키고 노동권을 후퇴시킨다. 위기의식과 불안에 질려 노동자간 경쟁이 첨예해지면서 공동의 이익을 위해 연대나 자신의 일할 권리 찾기 노력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오직 ‘고용유지’만이 단일한 가치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10년 만에 다시 맞는 경제위기의 성격과 조건은 무엇일까? 구조조정과정에서 여성이 어떻게 배제되고 있는지는 초미의 관심사이자, 예측도 가능하고 현재도 진행중이다. 반면, 여성의 상대적인 고실업과 성별분업을 강화하는 기업의 논리가 팽배한 가운데 역설적으로 전선은 뚜렷해지고 여성운동은 보다 단단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성운동의 내용에 따라 이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 경제위기가 지나간 후 여성 비정규직은 일반적이 되었고 간접고용의 다종다양한 확대는 사업주들에게 유용한 상식이 됐다. 세상이 이렇게 뒤바뀌었으니, 다가오는 경제위기를 어떻게 보내는가는 모든 약한 것들의 존재가 달린 문제가 된다.
인간이 무기력해지는 순간, 전면적인 착취가 가능해진다. 무기력함의 징후는 말이 없어지거나 못하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시기이다. 결연한 의지를 벼리고, 다가오는 경제위기시기 오히려 표면으로 드러나는 ‘남성’ 중심의 노동, 노동권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싱기루 ● 휴~~~~웃
1) 이중 직장내 성희롱 상담은 178건으로 전체(413건)의 43.1%를 차지해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같은 결과에 대해 매해 다른 분석을 내놓기도 힘든 내심에서 한정된 지면에나마 결과를 전하고자 각주에 본문에 준하는 글을 쓴다.) 올해 직장내 성희롱 상담의 특징이라면, 유독 ‘노래방’에서 발생한 성희롱이 많았다는 점이다. 회식자리 성희롱은 발생공간별로 본 성희롱 상담중 두 번째로 높은 빈도를 나타냈고 전체의 36.5%(65건)를 차지한다. 회식자리 성희롱 중 노래방에서 발생한 경우는 무려 69.2%(45건)로 ‘노래방’공간에 대한 뚜렷한 인식차를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회식문화가 곧 음주문화인 남성들의 공간인식이 반영되어 특정 장소에 대한 인식차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차이로 소통이 왜곡되고 성희롱이 발생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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