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6월호 [민우역사기행] 내 몸의 주인은 나-당당한 성, 안전한 성, 즐거운 성
민우역사기행] 내 몸의 주인은 나-당당한 성, 안전한 성, 즐거운 성
신이찬희(공기) ●
‘내 몸의 주인은 나’ 거리 캠페인
99년, 나는 상담소에서 실시하는 두 번째 ‘내 몸의 주인은 나’ 거리 캠페인에 참여하게 되었다. 기획회의를 하면서 “참 대단한 걸 하는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다양한 성교육 책과 매체들을 통해 성(性)에 관한 정보도 얻고, 중요성도 인식하게 되었지만 그 때만 해도 성(性)이란 사적이고 은밀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때문에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진행된 ‘성폭력통념깨기’, ‘월경주기팔찌만들기’, ‘피임기구전시’, ‘콘돔실습’, ‘성교육비디오상영’ 등의 캠페인 프로그램은 공적인 공간에서 시도 되는 새로운 방식의 성교육이었다.
오랫동안 자신을 성폭행 해 왔던 의붓아버지 살해사건, 성폭력 피해후유증에 시달리던 피해자가 19년 전 가해자를 살해한 사건, 교수라는 직위를 이용해 자신의 조교를 성희롱한 서울대 신교수사건 등 90년대 초에도 떠들썩한 성폭력사건들이 여러 건 있었고, 사건의 피해자들을 지원했던 많은 시민단체들과 시민들의 노력으로 1994년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되었다.
성폭력특별법 제정은 피해자 상담지원과 더불어 반(反)성폭력운동의 확산을 가져왔다. 그럼에도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지금도 그렇기는 하지만) ‘피해자가 뭔가 빌미를 제공했겠지...’라며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가해행위보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여성의 순결이 강조되는 우리사회의 가부장제는 피해자인 여성들을 침묵하게 하였고 피해자 스스로 자신을 자책하며 피해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게 하였다. 때문에 상담소에선 무엇보다 ‘나’ 자신이 소중한 존재이며, 나 스스로를 존중하고 배려받기 위해선 내 몸과 내 감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인식, 더불어 사회·문화적으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성담론과 성폭력 통념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 생각하였다.
이러한 기획의도 하에 진행된 것이 ‘내 몸의 주인은 나’ 거리 캠페인이다. ‘내 몸의 주인은 나’ 거리캠페인은 공원이라는 열려진 공간에서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참여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진행팀에서 나누어준 부스점검표를 들고 참여하면 부스 담당자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성(性)에 대한 정보를 주고,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참여자 스스로 자신의 성의식과 성폭력 통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이런 걸 왜 거리에서 해요?”라는 사십대 중반의 여성과 “당신은 이런 거 알고 있었어?”라며 피임법을 열심히 듣던 어떤 부부, “이제 월경주기에 대해 확실히 이해했어요~. 학교에서 배울 때 너무 어려웠거든요”라는 청소년들과 “이런 캠페인 언제 또 해요? 친구랑(딸이랑) 같이 왔으면 좋았을텐데...”하는 다양한 참가자들의 반응은 우리가 다음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는 커다란 힘이 되었다.
당당한 성, 안전한 성, 즐거운 성?
“왜 당당한 성, 안전한 성, 즐거운 성인가요? 당당한, 안전한까지는 괜찮은데... 즐거운은 좀 그렇지 않나요?”
많은 사람들의 의문과 질문을 자아내게 만들었던 [내 몸의 주인은 나 - 당당한 성, 안전한 성, 즐거운 성]은 캠페인의 슬로건이자 상담소 성교육의 목표가 구체적으로 표현 된 것이다. 상담소의 모든 활동들이 그렇지만 특히 성교육은 자신을 알고, 표현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의식들을 점검하는 작업을 필요로 한다. 그런 작업들이 힘겨워서 활동을 그만두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이 자신을 성장시키는 기반이다. 그 사실을 알기에 우리는 우리가 받은 성교육과는 다른 방법의 성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교육을 준비하며 함께 세미나 했던 많은 활동가들과 상담원들이 경험한 대부분의 성교육은 ‘남학생들이 알아서는 안 되는 은밀한 것을 위해 교실에서 남학생들을 내 보낸 뒤 검은색 두터운 커튼을 치고(슬라이드 상영을 위해 어쩔 수 없었겠지만) 본 낙태 반대를 위해 만들어진 영상물’이었거나, ‘여성의 몸은 유리그릇이나 접시와 같아서 함부로 굴리다간 이빨 빠진 접시처럼 쓸모없이 되어버린다’는 내용들이었다.
영상물을 본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그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했어도 ‘끔찍한’ 내용이었다는 것과 ‘난 임신하지 말아야지’ 하는 공포감을 가졌고, 자신의 몸인 ‘여성의 몸’에 자긍심을 갖기보다는 부정적인 느낌을 많이 갖게 되었다. 이처럼 공포감을 조성하여 혼전순결을 강요하는 성교육은 성(性)과 여성의 몸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갖게 만들고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억제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부정적 감정과 공포감은 솔직하고 담대하게 나누어야 할 성적(性的)의사소통에 장애를 가져오게 되고, 성에 대한 무지와 오해, 자기식의 해석이 성폭력 가해로 이어진다는 걸 상담을 통해, 교육을 통해 알게 되었기에 더욱 다른 방식의 성교육이 간절했다.
99년 캠페인을 끝내고 다음 캠페인을 준비를 위한 평가에서 ‘참여자들이 좀 더 깊이(?)있게 볼 수 있는 자료와 캠페인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전해 줄 자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나왔다. 그렇게 상담소의 ‘당당한 성, 안전한 성, 즐거운 성’ 소책자가 기획되었다. 소책자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그 즈음 성교육을 열심히 하던 단체의 활동가들이 모여 침 튀기고, 열 내며 각 단체의 성교육 목표와 방향에 대해 공유하며 앞으로의 성교육에 대해 논의 했던 간담회(?)였다. 간담회를 통해 우리는 어느 곳에서도 ‘성적(性的)의사소통’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 주지 않고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되었다. 상담소에서는 무엇보다 자신이 주체가 되어(당당한 성) 자신의 욕구를 잘 알고, 성적의사소통을 잘 하고 피임법에 대해서도 잘 안다면(안전한 성) 상대의 욕구를 잘 파악하고 배려할 수 있게(즐거운 성)된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나를 이해하고 나와 관계 맺는 상대와의 실제적인 소통방법들을 알려줌으로써 자기 존중감을 높이고, 성폭력 예방교육도 병행하게 되는 것이다.
그 뒤로 소책자는 성교육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교재가 되었다. 또한 소책자 속에 있는 자료들은 여성·몸·성워크샵과 성폭력피해자 상담, 성폭력 가해자 교육에 사용되었다. 대학교 신입 오리엔테이션과 축제에서도 소책자를 활용한 성교육이 많이 진행되었고, 월경주기팔찌만들기는 학교 성교육선생님과 보건선생님이 즐겨 사용하시는 필수품이 되었다. 그리하여 ‘당당한 성, 안전한 성, 즐거운 성’ 소책자는 개정에 개정을 거듭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상담소 활동가들은 오늘도 열심히 주문 들어온 월경주기팔찌를 만들며 ‘당당한 성, 안전한 성, 즐거운 성’ 전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 월경주기팔찌 못 만들어보신 분~ 상담소의 성교육이 궁금하신분~ 지금 바로 상담소로 전화하셔요~
신이찬희(공기)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사실과
변화의 가능성에 희망을 건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를 변화시킨 모든 것들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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