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18 마지막 만남의 날, 등불처럼 훈훈하게 빛나던 순간.
어떤 단체에 가입하게 되면 궁금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 단체는 어떤 지향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이 단체에는 어떤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을까?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것들일 텐데요,
이런 궁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민우 신입회원 만남의 날, 10월에도 그 즐거운 만남이 있었습니다.
어떤 모임이었는지, 지금부터 함께 확인해주세요 :D
처음은 민우회 조직문화/활동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민우회가 여성운동을 하는 회원단체로서 30년 역사 속에 만들어온 조직문화가 있어요.
별칭 사용, 서로의 성적지향/성정체성 전제하지 않기, 자기 컵 자기가 씻기 등등인데요
모두 평등하고 위계 없는 공간을 만들어가기 위한 작은 노력들입니다.
조직문화라는 것이 그 공간에서 활동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노력이 없으면 유지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평등한 조직문화'라는 명제로 끝이 아니라 앞으로 민우회라는 공간에서 함게 활동하게 될 신입회원 분들의 개별적인 실천과 관계맺기가
이런 조직문화를 만들어나가고, 또 보다 나은 것으로 발전시켜가는 데에 있어서 꼭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민우회를 소개하는 데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시간, 민우회 활동 소개였습니다. 민우회는 올해 어떤 활동을 해왔을까요?
건강팀의 낙태죄 폐지 운동, 몸다양성 운동, 회원/성평등복지팀의 10대 페미니스트 임파워링, 비혼여성 부모돌봄 가시화 운동,
노동팀의 채용성차별 반대 운동, 성폭력상담소의 성평등 조직문화 만들기, 미투운동, 미디어운동본부의 성평등 미디어운동 등등
지면의 부족으로 미처 다 담지 못했지만 피피티를 하나하나 둘러보면서 다양한 활동들을 전했어요.
모두가 드라마 속에서 폭력이 연애로 미화되었던 장면들 하나쯤은 기억나실 텐데요,
미디어운동본부의 미디어 모니터링을 설명하는 피피티 한 면을 가득 채웠던 드라마 속 '벽치기', '손목끌기' 사진들을 찾는 게 너무 쉬웠다,
인터넷에 이런 사진들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에 빵터지고, 이어지는 씁쓸함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얼른 변화시켜나가야겠지요.
마지막으로는 회원들이 직접 작성한 <나의 페미니스트 모먼트> 발표 시간을 가졌습니다.
'내가 페미니즘을 만난 계기', '페미니스트로서 기억에 남는 순간', '내가 만드는 일상의 페미니즘 실천'이라는 질문에 답하면서
각자 묻어두었던 속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계기로 페미니즘을 알게 되었다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비슷한 경험을 나누면서 친근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 사소하지만 일상을 바꾸는 페미니즘 실천들도 인상적이었어요.
'상대의 나이와 상관 없이 존대말 하기', '외모 코르셋 줄여나가기', '외모평가 하지 않기' 등등 지금 지키고 있더라도
그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하루에 한 번 거울 속의 나를 긍정하기('살이 살이지', '이정도면 괜찮은데?')는 만남의 날 이후 아직까지 실천하고 있는데 추천드리고 싶어요.
여성에 대한 외모평가가 일상이자, 심지어는 조언이나 칭찬으로까지 여겨지는 시대에 스스로 나의 몸을 미워하게 되었다면
나와 다시 만나 관계를 갖게 되는 작은 실천이 될 것 같습니다.
페미니스트 지혜를 나누는 일상의 실천, 함께 만들어가보아요..★
만남부터 뒤풀이까지, 이야기와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10월 만남의 날.
공동체라는 것이 스러진 요즘 같은 때에 처음 만난 사람들이 이렇게 삶의 부분들을 공유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페미니스트라는 공통분모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런 자리들에서 서로 만나요.
그럼 아래 10월 신입회원 만남의 날에 참여해주신 회원 분들의 후기를 전하겠습니다!
제가 뒤늦게 민우회 가입을 결심한 데는 여러 층위의 계기가 있었습니다.
제가 주로 참여하는 집회나 행동을 기획하는 주최에 거의 항상 민우회가 있었기 때문이고,
한편 아주 사소하게는 이편 님이 민우회 활동가라는 걸 듣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중에 어느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는 말하기 어렵고, 이 이유들 전부 필요했습니다.
민우회를 찾게 된 이유가 이렇게 다양한 것과 마찬가지로, 신입회원 만남의 날 페미니스트 모먼트를 적어서 발표할 때,
제 종이는 빈곳이 없을 만큼 빼곡히 채워졌습니다. 처음엔 별다르게 생각나지 않더니, 다른 분들의 모먼트를 들을 때마다 하나씩 늘어났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여성분들의 순간은 그러나 저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다채롭게 빛나는 순간순간들이 나를, 우리를 그곳까지 안내한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 복잡함과 얽힘이 참 좋습니다. 그 어지러이 오고가는 선들을 따라간다면 그 어디든 갈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 자리에 모인 우리 중 누구는 짧은 머리에 화장을 하지 않은 모습이 더없이 자연스러웠고,
누구는 ‘탈코르셋’을 의식적으로 애써 실천하고자 하는 중이었고,
누구는 이제 막 취업을 해서 안 하던 풀메이크업에 불편해하는 중이었고,
또 누구는 긴 머리에 치마 차림으로 매일 거울과 싸우고 있었지만, 서로가 지나고 있는 각자 다른 순간들을 주의 깊게 들었고,
누구도 서로를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자리가 안전하다고 느꼈습니다. 다양하고 복잡해야만, 우리는 안전하다고.
- 양똘 님
긴 취준 끝에 드디어 돈을 벌게 되면서부터 민우회 후원회비를 신청했다.
그 동안 취준을 핑계로 관심을 못가지고 지나쳐왔던 순간들을 만회하고자 하는 마음도 컸다.
남초회사에서 나로서 살아가고 살아남는 건 어떤 것일까 우왕좌왕 하고 있는 와중에 가게 된 신입회원의 날은,
페미니스트로서의 나를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페미니즘을 처음 알게된 순간을 서로 나누고,
페미니즘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이야기 하고 듣는 순간은 정말 특별했다.
이 사회에서 할 수밖에 없는 같은 고민들을 공유하고 서로 용기를 주는 경험은 든든한 내 편을 만나게 된 것 같았다.
또한 일상 속의 페미니즘의 실천 방법을 들으며, 안 된다고 힘들다고 포기했던 순간들이 생각 났다.
조금의 용기를 갖고 실천하는 많은 것들이 궁극적으로 나에게,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내 삶에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공식 일정에서부터 뒷풀이까지, 이대로 헤어지기 아쉽다는 생각이 들만큼 다들 좋으신 분들이었다.
이후 소모임 등을 참여하여 이 만남을 지속하고, 힘을 주고 받고 싶다.
- 동은 님
제가 민우회의 회원이 된 계기는 평소에 여성 단체 활동에 관심이 많았고 또 성폭력 상담원 및 활동가가 되기 전에
성폭력 상담소나 여성 단체 등에서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미리 접해보고 싶어서였습니다.
또 작년에 민우회에서 진행했던 낙태죄 폐지 사진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어
민우회에서 하는 활동들에 더욱 많은 관심과 호감을 갖게 된 것도 계기 중 하나이고요.
신입회원 만남의 날을 통해 다른 분들과 비록 처음 뵙지만 서로 공감하는 주제들을 공유하게 되어 기뻤습니다.
또 활동가와 회원을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뒷풀이한 것도 좋았고요. ㅎㅎ
민우회에서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도 더 많이 알게 됐습니다. 민우회의 여러 가지 소모임에도 참석하고 싶고요.
앞으로도 그때 만났던 분들 혹은 앞으로 만나게 될 분들과 만나 대화하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고,
이런 자리들이 우리가 연대하고 활동하는 데 있어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민지 님
10월 만남의 날에 함께해주신 여러분에게 그 날의 기억이 오래 남아 힘들 때 여러분을 비춰줄 등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신입회원 만남의 날에 참여하실 여러분, 언제나 반갑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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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회원 만남의 날은 두 달에 한 번, 신입회원과 민우회가 만나 서로 알아가는 날입니다.
신입회원인데 민우회에 오기 망설이셨던 분들, 가입한 지 조금 오래 되었지만 한 번도 민우회에 오지 못하신 분들
2018년의 만남의 날은 이것으로 끝이지만, 다가오는 19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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