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서] 무주택기간 가점제 기준을 나이/혼인여부에 따른 차별로 진정했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은
장기전세주택 공급과 분양주택 아파트청약 제도에 적용되고 있는 무주택기간 가점제에서
“주택공급신청자의 연령이 30세가 되는 날부터 계속하여 무주택인 기간으로 하되,
30세가 되기 전에 혼인한 경우에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혼인관계증명서에
혼인신고일로 등재된 날부터 무주택기간을 기산”하고 있는 적용 기준을
나이와 혼인 여부에 의한 차별로 보고
2021년 9월 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시정을 요구하는 진정을 제기하였습니다.
진정서 전문을 공개합니다!
진정서
Ⅰ. 당사자
□ 진정인 : 한국여성민우회
□ 피진정인 : 국토교통부 장관 노형욱
Ⅱ. 진정 요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2조제8호에 규정된 무주택기간 가점제는 현재 공공임대주택 장기전세주택 공급에 있어 동일순위 경쟁 시 입주자 선정 및 분양주택 아파트청약제도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무주택기간 가점제 적용기준에서 “주택공급신청자의 연령이 30세가 되는 날부터 계속하여 무주택인 기간으로 하되, 30세가 되기 전에 혼인한 경우에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혼인관계증명서에 혼인신고일로 등재된 날부터 무주택기간을 기산”하고 있는 기준은, 주거시설의 공급이나 이용과 관련하여 나이와 혼인여부에 의한 차별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항에 근거하여 시정을 요구합니다.
Ⅲ. 진정 대상 규칙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별표 1] <개정 2019.11.1.> 가점제 적용기준(제2조제8호 관련)
무주택기간은 주택공급신청자와 그 배우자를 기준으로 하고, 주택공급신청자의 연령이 30세가 되는 날부터 계속하여 무주택인 기간으로 하되, 30세가 되기 전에 혼인한 경우에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혼인관계증명서에 혼인신고일로 등재된 날부터 무주택기간을 기산한다. 이 경우 주택공급신청자 또는 배우자가 주택을 소유한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주택을 처분한 후 무주택자가 된 날(2회 이상 주택을 소유한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최근에 무주택자가 된 날을 말한다)부터 무주택기간을 산정한다. |
Ⅳ. 진정 사유
1. 나이에 의한 차별
무주택기간을 만30세부터 기산하는 규정은 개인이 만30세 이전에는 별도가구를 구성하지 않으며, 따라서 개별 주택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임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전제는 여전히 20대 청년을 원가족에 소속된 존재로 인식하는 통념에서 기인한다고 여겨집니다.
통념과는 달리, 현재 부모와 주거를 별도로 하는 20대 1인가구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전체 1인가구의 수는 6,643천 가구로 집계되었는데, 그 가운데 20대의 비율이 19.1%로 연령대별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20년 30세 미만 1인가구의 수는 총 1,343천 가구로, 전년 대비 166천 가구 증가한 수치입니다. 따로 살고 있으면서도 원가족과 세대 분리를 하지 않았거나 원가족이 아닌 사람과 동거하고 있는 경우를 고려하면, 사실상 부모와 별도가구를 구성하고 있는 20대 청년의 수는 통계에서 드러나는 수치 이상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결국, 20대 청년이 원가족에 소속된 존재로서 별도가구를 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여 무주택 기간을 만30세부터 기산하는 규정은 현실과도 괴리되어 있고, 20대 청년을 경제적·사회적으로 독립된 주체로서 인정하지 않는 인식을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대 청년을 개별가구로 보장하기 위한 국민기초생활 보장제도 개선 권고」에서 이미 “20대 청년과 30대 청년은 모두 민법 상 성인이고 부모의 친권으로부터 벗어나 있으며, 부모 또한 더 이상 보호와 교양의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부모의 보호를 받던 자녀가 19세에 이름과 동시에 그러한 보호로부터 모두 벗어난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대체로 부모가 20대 자녀를 부양하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일반화하여 20대 자녀가 미성년일 때와 똑같이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생계를 같이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주거시설의 공급에 있어서도 가점제 적용 기준으로 20대 청년과 30대 청년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나이에 의한 차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혼인여부에 의한 차별
만30세부터 무주택기간으로 하되, 만30세가 되기 전에 혼인한 경우에는 혼인신고일로 등재된 날부터 무주택기간을 기산하는 규정은 20대 청년은 기본적으로 원가족에 소속되어 있으며, 오직 혼인을 통해서만 별도가구를 구성하여 주택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통념에 근거한 것입니다. 그러나 통상적인 혼인연령이 늦어지고, 주체적으로 비혼을 선택하는 개인이 늘어나면서 혼인을 하지 않고도 독립하여 거주하는 1인가구가 증가하는 등 사회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고려할 때, 만30세 미만의 경우 혼인한 경우에만 무주택기간 가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혼인한 20대 가구와 혼인하지 않은 20대 가구 사이의 차별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시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가족 개념이 전통적인 법률혼·혈연 중심에서 확장되고 있고, 동거와 사실혼 등 법률혼 외의 다양한 가족 형성과 공동주거 수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민의 69.7%가 ‘혼인·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는 인식에 동의했다는 2020년도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는 이러한 인식과 현실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법률상 혼인신고일로부터 무주택기간을 기산하여 주택 공급에서 가점을 주는 제도는 법률혼 관계의 가구에만 혜택을 주는 것으로서, 법률혼 외 관계의 가구에 대하여 혼인 여부에 의한 차별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 공표하고 있는 ‘가족 다양성을 수용하는 법·제도 마련’이라는 국가정책의 방향에도 어긋나는 것입니다.
Ⅴ. 진정 의견
진정인(한국여성민우회)은 자체 실시한 ‘서른이 넘어야, 결혼해야 집이 필요한가요?’ 설문조사를 통해 2021년 7월 26일부터 8월 9일까지 무주택기간 가점제 적용기준에 대한 시민의 의견을 모았습니다.
설문에 참여한 시민들은 현행 가점제 기준에 대하여 “불공평하고 부당하다.”, “개인을 사회가 정한 ‘정상가족’ 틀에 욱여넣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독립하여 자신의 길을 가야 할 청년들이 부모 집에 만 30세까지 얹혀사는 현상을 종용하고 있어 이들의 부모세대에 피해를 끼치게 된다.”, “구시대적 발상이다”, “현실과 맞지 않는다”, “불합리하고 나이와 혼인 여부를 가지고 차별하는 행태이다.”, “요즘은 더 일찍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혼인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잘못되었다. 만30세 이전 혼인을 부추기는 정책으로 보인다.”, “결혼 안 하고 동거하거나 비혼주의인 사람들은 청약하면 안 되나요? 국가가 왜 앞장서 차별하나요?”, “개인의 선택인 결혼을 국가가 강요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고, 모두에게 중요한 주거 문제에 있어 평등한 정책이 필요하다.” 등의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시민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현행 무주택기간 가점제 기준은 법률혼 외 관계의 20대 청년가구에 대하여 당장의 차별로 작용하는 데에 그치는 것만은 아닙니다. 현행 무주택기간 가점제 기준은 부부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정상가족’이라는 차별적 관념을 담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됩니다. 즉, 개인은 20대까지 원가족에 소속되어 부모의 부양을 받고, 법률혼을 통해서만 독립하여 개별가구를 구성할 것이며, 이렇게 구성된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구가 주택 공급 등 사회 제도의 기본 단위라는 인식을 재생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사회제도의 대상으로서 시민의 삶을 정상가족이라는 극히 제한적인 범위 안에서 상정하는 정책은, 정상가족 밖의 개인들에 대하여 포괄적인 시민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 개인들로 하여금 스스로가 원하는 방식대로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삶을 설계할 수 없도록 하며, 억지로 사회가 정한 좁은 틀에 개인의 삶을 맞추게 하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따라서 시민권 차원에서 평등한 주거제도를 실현할 수 있도록 현행 무주택기간 가점제 기준의 차별을 시정할 것을 요구합니다.
모든 시민이 나이, 혼인 여부 등 각자의 삶의 모습과 관계 없이 보다 평등하게 주거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인권위원회의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합니다!
▶ 현행 무주택기간 가점제 차별요소 설명 카드뉴스 보기:
https://www.womenlink.or.kr/minwoo_actions/23756
▶ 나이, 혼인여부에 따른 주거제도 차별 경험 사례 카드뉴스 보기:
https://www.womenlink.or.kr/minwoo_actions/2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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