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사업계획
Ⅰ. 활동 배경
‘“지금 여성의 현실은 어디쯤 있는가” “지금 왜 우리는 이 이슈에 주목하는가”
선거는 여성운동이 당면하고 있는 이슈들을 확장하는데 기여해온 공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위력 성폭력으로 촉발된 2021년 재보궐 선거는 더욱 특별한 정치적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소위 민주화 세력으로 상징되어 온 지방자치단체장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의 연이은 성희롱, 성폭력 사건은 정치영역에서의 젠더권력이 얼마나 공고한 것이었나를 잘 보여준다. 그간 단 한 명의 여성 광역자치단체장도 나오지 않은 한국사회는 여성노동을 ‘심기노동’으로 전락시킨 이중 노동 시장 구조의 폐해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이는 민주화운동의 과정에서 여전히 부차적 사안으로 간주되었던 젠더 문제의 현주소를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연이은 성폭력이 중단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를 마련하고 성평등 민주주의의 원칙과 기준을 세우는 전환의 계기점이 되어야 한다.
최근 국제노동기구 ILO에 따르면, 팬데믹은 ‘25세 이상’보다는 ‘25세 미만’, 남성보다 여성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들었다고 한다. 2020년 한 해 동안 사라진 일자리는 금융위기 때의 약 4배에 달한다. 재난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에게 더 큰 고통을 가져오고 있으며, 일상의 고립과 단절, 차별과 폭력을 불러오고 있다. 여성 실업과 돌봄 위기 등 코로나가 드러낸 여성들의 현실은 권력과 자원의 분배가 얼마나 불균형한 것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에 무엇보다 지속가능하고도 안정적인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는 노동자 권리의 확장과 재구성을 공론화하고자 한다. 또한 돌봄, 보편소득, 개인단위 복지시스템에 대한 젠더 관점의 개입을 가시화하고, 남성부양자모델에 기반한 기존 복지시스템을 페미니즘의 목소리로 재편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2020년 12월 31일 국내 페미니스트들은 또 하나의 위대한 성취를 하였다. 형법상 낙태죄의 효력을 멈추게 한 것이다. 10여 년을 뜨겁게 이어온 낙태죄 폐지운동은 국가에 의해 68년 동안 유지되어 온 처벌의 역사를 종식시켰다. 이제 임신중단의 전면 비범죄화의 토대 위에서 안전한 의료서비스로서의 후속 입법을 촉구하는 동시에 피임, 성교육, 출산 등 여성의 성과 재생산 영역에서의 권리 보장을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설 것이다. 미투운동 이후 고양된 여성들의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캠페인도 이어진다. 성폭력 피해는 ‘성적 수치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 즉 분노, 공포, 무기력, 모욕감, 불쾌감 등을 동반한다. 성폭력은 성적자기결정권 침해이자 인격권에 대한 침해이며, 피해자의 감정이 무엇인지 감별하여 문제시할 사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기관 및 언론에서 성폭력 사안을 다룰 때마다 여전히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폭력과 인권의 문제를 정조관념에 기반한 수치심 여부로 법적 판단을 하는 것은 문제적이다. 이러한 인식과 문화, 법과 제도를 바꾸기 위해 여성들의 목소리를 가시화하는 액션을 이어가고자 한다.
2019년 KT 기가지니 AI스피커의 성차별성 논란과 2021년 AI챗봇 ‘이루다’가 보여준 성희롱 논란은 너무나 닮아 있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어떻게 설계하고 어떤 데이터를 학습시키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초래된다. 온라인에서 구성되는 디지털 데이터의 대부분이 우리 사회의 차별과 위계, 남성중심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개발되는 AI를 제어하는 사회적 원칙과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차별과 혐오를 전파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AI 기술은 국내 디지털 뉴딜 정책의 핵심 부문으로 엄청난 재원이 투입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이미 국내 채용면접, 교육, 언론 등에서도 본격적인 상용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안에 어떤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작동하고 있는가는 검증되지 않고 있다. 젠더 데이터 수집의 편향성을 제거하고 다양성과 비차별성의 원칙을 수립하며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책임을 부여하는 등의 책무성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촉구하기 위한 관심과 모니터링, 즉각적인 개입이 요구된다.
우리는 누구와 어떻게 만날 것인가. 누구와 어떤 접점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 갈 것인가. 물리적 만남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중과의 호흡, 회원과의 연결감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가. 더 실감 나는 현장의 열기를 함께 할 방법은 무엇인가. 이러한 고민을 담아 온라인 소통을 강화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동영상 기반 홍보를 시도한다. 이미 포털사이트로 기능하고 있는 유튜브를 중심으로 좀 더 적극적인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전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또한 본부와 지부 사이의 물리적, 공간적 거리를 뛰어넘는 온라인 정보 공유의 장을 활성화하고자 한다. 온라인 기반 네트워킹을 통해 다양한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감각을 교류하고 연대하며 소통과 논의를 상시화 하는 변화를 만들어갈 것이다. 이는 지역의 페미니즘 이슈를 활성화하고 환류하며 중앙 중심의 네트워킹의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온라인 소통에 기반한 경험을 축적해가고자 한다.
Ⅱ. 활동 목표
1. 위력 성폭력 문제로 촉발된 재보궐 선거를 통해 성평등 민주주의를 진전시킬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확장한다.
2. 불안정 노동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노동권 보장의 확대와 돌봄, 보편소득, 개인기반 복지의제를 공론화하고, 안전한 임신중지 및 성·재생산 권리 확보를 위한 변화를 만들어 간다.
3. 피해자다움을 강요해온 ‘성적 수치심’ 개념과 여성들의 인식 사이의 거리를 드러내고, 사회 각 분야 AI 실태를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모니터링한다.
4. 동영상 기반 홍보방식의 전환을 모색하고, 다양한 회원참여의 장을 열어 온·오프라인 연결감을 강화한다.
5. 지부와 본부의 온라인 소통과 협업을 기반으로 지역운동 활성화를 꾀한다.
■ 회원조직
1. 다양한 소모임, 채팅방, 이슈별 회원 모임, 회원 인터뷰 등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회원활동 활성화를 시도한다.
2. 전체 이슈 활동에서 회원가입 권유를 일상화하고, 기존회원 참여 회원확대 캠페인을 진행함으로써 회원 확대에 노력한다.
■ 성평등미디어
1. AI가 활용되는 다양한 분야를 여성주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대중 강의 및 토론회를 진행하여 AI와 젠더/차별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환기시킨다. 성평등한 AI 기술 개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2. 성평등한 콘텐츠를 발굴하여 의미를 확산하는 활동과 더불어 미디어 모니터링 및 대응 활동을 진행하여 미디어 환경에 페미니즘 관점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
■ 성평등복지
1. 성평등 복지국가 구축을 위한 주요 의제로서 개인단위 복지체계, 보편적 소득보장제도, 돌봄을 주제로 구체적인 정책과 사례를 파악하고, 대안 의제를 대중적으로 확산함으로써 정책과 여론 사이 접점을 형성한다.
2. 정기적인 정책 모니터링을 통해 이슈 대응력을 높이고, 성평등 복지 이슈에 대한 시의성 있는 활동을 기획·실행한다.
■ 여성건강
1. 임신중지 비범죄화 및 포괄적 성‧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제도적 변화를 실현한다.
2. 재생산 관련 기술·정책이 촉발하는 사회적 의제들을 페미니즘 관점으로 논의하는 장을 마련한다.
■ 여성노동
1. 불안정노동이 확대되는 가운데 프리랜서, 플랫폼노동자 등 비정형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힌다.
2. 코로나19로 인해 고용불안이 심화되는 가운데 일상적이고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여성노동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3. 노동 상담을 비롯해 여성노동자와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장을 마련하여, 여성노동자와 네트워킹하고 여성노동 의제를 발굴한다.
4. 상담사례 워크숍 정례화와 연간 상담경향 분석 등을 통하여 대응 사건을 발굴하고 상담 대응력을 높인다.
■ 지역
1. 본부-지부 민우회가 온·오프라인으로 일상적 소통과 협업을 통해 활동의 역량을 다져, 지역여성운동의 활성화를 도모한다.
■ 정치/반차별
1. 2021년 부산시장과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맞추어 지자체장 후보자의 젠더의식을 검증하고, 그 결과를 시민들에게 알려낸다.
2.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시민 액션 등의 활동을 이어나간다.
■ 교육
1. 다양한 분야의 교육 사업을 통해 페미니즘 관점에서 세계를 재해석하고 보다 더 넓은 영역으로 페미니즘을 확장한다.
2. 활동가들이 페미니즘 운동의 흐름 및 전망을 점검할 수 있는 교육을 진행해 역량을 강화하고,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워크숍을 진행한다.
■ 정보·홍보
1. 영상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 맞춰 영상을 활용한 홍보를 새롭게 시도하고, 뉴스레터, SNS 등을 활용한 기존 홍보 방식을 개편한다.
■ 재정
1. 온라인 후원행사를 열어 안정적인 재정확보의 장을 만든다. 더불어 활동과 연계한 온라인 모금함과 모금 행사 등을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문자후원 홍보를 강화해 일시 후원을 조직한다.
■ 성폭력상담소
1. ‘성적수치심’에 빨강카드(Red카드)를!(가) 사업으로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요구하는 사회에 반기를 들며, 성폭력은 수치심 여부가 아니라 인격권 침해 문제임을 알린다.
2. 상담소로 접수되는 상담사례와 성폭력 현안 대응으로 성폭력 예방과 해결을 위한 담론과 변화를 만든다.
3. 상담일지 및 상담 통계시스템을 보완하고, 상담일지 저장 방식을 통합한다. 상담일지 및 상담통계시스템 변화를 통해 상담 사례를 시의 적절하게 분석하고, 상담 활동의 효과성을 높인다.
[더 자세한 사업계획은 아래 총회 자료집을 참조해주세요.]
(클릭) 2021년 제34차 한국여성민우회 총회 자료집 (https://drive.google.com/file/d/1w7naEVaS7gDR_AUI1iEvyEu2F9gLq4w9/view?usp=sh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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