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수신료 가치 말살하는 KBS 조직개편안
[논평] 수신료 가치 말살하는 KBS 조직개편안
KBS는 오늘 ‘시청자를 위한 KBS의 최대규모 혁신’ 발표에서 기존 6본부 3센터를 5본부(시청자, 보도, 콘텐츠, 뉴미디어‧테크, 정책기획) 3센터(편성, 라디오, 리소스)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5개 원칙으로 △시청자 중심 △콘텐츠 중심 △미래환경 대비 △직종 통폐합을 포함한 협업체계 강화 △게이트키핑 강화 등을 제시했으며, 공사로 전환한 지 37년 만에 최대 규모의 혁신안을 수립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KBS가 밝힌 조직개편안은 공영방송 존립의 핵심 요소인 제작자율성 말살 의도가 뚜렷한 데다 시청자의 기대를 외면하는 것이어서 납득하기 어렵다.
‘콘텐츠 중심’에서 KBS는 콘텐츠본부를 두어 다큐멘터리국을 신설하고 보도본부 아래로 시사제작국을 두어 PD들이 제작해온 시사프로그램을 기자와 PD협업체계로 만들도록 했다. 여기에다 본부장-국장-부장-차장의 수직 체계의 ‘게이트키핑’을 강화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한마디로 자율적인 프로그램 생산을 지시와 승인 하에 프로그램이 생산되도록 바꾼 것이다. KBS는 PD의 반발을 고려해 PD를 관리자로 두는 방안도 모색한다고 하지만, 제작자율성 문제는 관리자의 문제가 아니라 자율적인 제작 환경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느냐의 문제이므로 군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제작자율성을 보장하지 않는 채 기자와 PD의 협업을 통한 ‘콘텐츠 중심’을 이야기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제작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겉만 그럴듯한 조직개편이 아니라 이병순 전 사장 이후 사문화된 편성규약, 유명무실한 편성위원회, 비정상적 제작실무자 경력관리제도, 요식적인 본부장 중간평가제, 사라진 분쟁유발 간부 징계 등 민주적인 제도들을 복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시청자 중심’에서는 시청자의 바람이 무엇인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엉뚱한 방향만 설정해놓았다. KBS는 모든 활동은 시청자를 위한 것이라면서 “한국 방송 사상 최초로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의 기획과 운영을 담당하는 시청자권익보호국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시청자의 바람은 공영방송 KBS의 공적 서비스의 강화에 있다. 즉 보편적 접근을 위한 제반 조치와 권력과 자본을 감시 비판하는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의 완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위한 제반 조치를 통해 신뢰받는 방송으로 거듭나는 것을 바라는 것이지, 사회공헌사업 같은 걸 하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 공영방송이 기업이 아닌 이상 방송을 통해 제 본분을 다 해야지 일반 기업이 하는 사회공헌사업을 하면서 이를 시청자 중심으로 치환하면 곤란하다.
KBS는 이같은 조직개편안을 “세계적 컨설팅사인 보스톤컨설팅그룹의 경영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KBS는 수십억을 들여 진행한 컨설팅결과를 이사회와 시민사회에 공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서도 공개 불가 입장을 통보해왔다. 음모적이고 비밀스런 방식으로 조직 개편에 나선 KBS가 ‘수신료 가치를 적극 구현’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 당혹스러울 따름이다.
2010년 6월 7일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 (미디어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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