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성? 어렸을 때 우리 동네에는 레즈비언 부부가 살고 있었다. (물론 그 때는 레즈비언이란 단어를 몰랐지만) 사촌 언니네 집에 세 들어 살았었는데 두 사람 중의 한 사람은 거의 기억에 없고, 다른 한 사람은 헐렁한 옷에 흰 고무신을 신고 머리는 바싹 치켜 올린 모양새가 떠오른다. 언니는 '신랑, 각시'라고 불렀었다. 엄마랑 둘이 언니네 놀러 가면 두 어른은 쑥덕쑥덕, 아마 욕을 했던 것 같다. 둘이 하는 짓이 여느 부부랑 똑 같다고, 미쳤다고. 그 후로 30년도 더 되는 세월이 흘렀다. 동성애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이 오래된 일이 불쑥 내 기억의 전면에 나타났다. 그리고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고 내 의식에 박혀 있게 되었다. 동성애 관련 인터넷 사이트가 정보통신위로부터 음란 2등급 판정을 받았다. 웬 음란?(음탕하고 난잡함) 그리고 또 오래된 기억이 떠오른다.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구나"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정복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자기 자신, 즉 자신의 선입견과 편견들, 길들여져 버린 그릇된 인식들이다." 라는 말이 새삼 옳다. 나의 동성애공포증(호모포비아)은??? 내가 갖고 있던 동성애에 대한 오래된 편견들. 1. 동성애자는 뇌의 구조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이다. 호르몬이든 뭐든 아무튼 선천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아니다. 2. 어린 시절 남성으로 생긴 부정적인 기억(성폭력이거나 가정폭력이거나) 때문에 레즈비언이 된다. 그렇다....?....아니다. 3. 동성과 성관계의 경험이 있는 사람은 동성애자이다. 그렇다. ?....아니다. 4. 동성애자는 신경정신과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렇다.....?.......아니다. 5. 동성애는 전염된다. 그렇다.................?................아니다. 6. 동성애는 취향의 문제이다. 그렇다.........?..........아니다. 7. 동성애자중 한 사람은 남성의 역할을, 한 사람은 여성의 역할을 한다. 그렇다....?....아니다. <in and out>이란 영화에서 주인공이 "당신은 동성애자입니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중에 자신의 동성애성을 밝혀 낸 것처럼 나도 따라 해봤더니 나는 영락없이 동성애성향이다. "당신은 남성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습니까? 보석이나 예쁜 옷은요?", "멋진 남자를 보면 자고 싶어집니까?", "여자의 몸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다. 때때로는 그렇다.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아, 참 변한 것이 있다. 아까 변한 게 없다고 한 말은 다 맞는 말은 아니다. "그렇다"라고 단정짓던 굳은 생각이 물음표를 더하기도 하고 내 의식 안에서 점점 더 다양한 진행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