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하반기-함께가는 여성] 아홉 개의 시선_고양시 성평등지수, 차이? 차별!
아홉 개의 시선
고양시 성평등지수, 차이? 차별!
쏠(손홍만) | 고양파주여성민우회 사무국장
소개가 쑥스러워서 소개가 없는 사람…….
‘100:64’
‘3시 STOP, 우리는 3시까지만 일한다’
‘한국 성 격차 지수 세계 118위’
3.8여성대회에서 외쳤던 구호들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질문들이 생겼다. 우리나라 ‘성 격차 지수(Gender Inequality Index)’ 144개국 중 118위? 그렇다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성평등 수준은 어느 정도 될까? 때마침 고양파주여성민우회에서 지역 성평등지수에 대한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우리 지부는 공무원과 산하기관의 성별직급과 시에서 운영하는 위원회, 학교운영위원회, 주민자치위원회, 그리고 아파트가 많은 지역 특성상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조직의 성별과 대표성 조사, 그리고 당사자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조사와 인터뷰는 약 2개월 간 진행되었는데, 정보공개 청구 한 번으로 끝날 것이라 착각했지만 취합 과정은 쉽지 않았고, 좁은 지역사회에서 행정기관 인터뷰어를 찾기도 쉽지 않아 애를 먹었다.
‘조그만 조직을 보더라도 다 여자들이 일해. 근데 대표는 남자야. 그건 너무 불합리한 거 아니야?’
‘이사를 왔는데, 관리비가 의심스럽더라구요. 전에 살던 아파트보다 왜 더 나오는 것 같지?’
‘여자로서 뭔가 위원장이 됐다는 것도 … 이름은 남잖아. 되게 의미 없지는 않겠구나’
인터뷰에 응했던 사람들은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문제의식, 비전과 명예 등의 이유로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이 마주해야 했던 조직의 성평등 수준은 충격적이고 참담했다. 조사결과의 특징을 요약해 보면 여성은 돌봄 등 전통적인 성역할과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거나 주변부에 주로 배치되어 있었다. 또한 고위직에 갈수록 여성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든다.
전체 고양시 공무원 중 여성의 비율은 46.4%를 차지하지만 고양시 본청은 36.5%로 전체에서 가장 여성이 적게 배치되어 있다. 본청 안에서도 여성의 주요 부서 배치 비율은 2017년 통계에 따르면 34.5%이다. 반면 본청 여성가족국 내 아동청소년과와 위생정책과는 각각 71%이었다. 고양시 본청 부서장의 여성비율은 8.9%로 우리나라 평균 12.6%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장급은 16명 중 단 1명에 불과했다. 고양시 12개의 산하기관 중 여성기관장 또한 단 1명,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센터장이었다.
시 산하위원회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152개의 위원회 중 여성위원 비율은 28.5%, 여성위원장은 고작 4명이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보육정책위원회처럼 주로 돌봄관련 심의기관은 여성비율이 60%가 넘었고, 15개의 위원회에는 여성이 한 명도 없었는데 쌀직불제, 세입징수, 공유재산심의 등 예산비중이 크거나 주요부서 위원회인 경우가 많았다. 주민자치위원회의 경우는 여성비율이 51.7%. 과반을 넘었으나 전체위원장 39명 중 여성위원장은 10명으로 25.6%이며,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또한 여성비율이 39%로 최소기준을 넘겼지만 여성대표는 22.5%에 불과했다. 구성원과 여성대표성 두 가지 비율 모두 30%를 넘는 조직은 학교운영위원회로 전체의 3분의 2가 여성이었다. 위원장의 경우도 초등학교 70%, 중학교 86.7%, 고등학교 56%로 여성 운영위원장이 훨씬 많았다.
이번 조사는 여성의 역할이 살림, 돌봄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우리 지역 전반 주요정책 결정구조에서 계속 배제되고 있는 현실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결과였다. 승진시킬 여성이 없다는, 능력 있는 여성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남성이 대표가 될 수밖에 없다는 그럴싸한 포장들이 얼마나 무색한지…. 채용부터 승진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차별의 고리는 이어지고 있었다. 여성들이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경험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능력을 발휘할 기회 또한 적다는 것이다. 일할 만한 여성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인재가 클 만한 토대가 없거나 배제되는 것이었다.
‘얼마나 좋아, 젊은 막내야, 그것도 여자야!’
‘우리 키 크고 늘씬한 소장이 따라 주는 술 먹고 오늘 회의에서 기분 나빴던 거 다 잊겠다’
‘저 여시 같은 게, 화장하고 짠다(운다)’
‘000동은 언젠가부터 극성맞고 힘들어!’
자치조직부터 행정조직까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가 온통 남성들의 경험과 입을 통해 정책이 결정된다. 영역을 불문하고 여성의 역할이 살림과 돌봄의 주체 ‘어머니’였다가 때에 따라 ‘여자’로 소환되고 있었다. 지금의 남성독점구조와 문화 속에 더 많은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공공조직은 물론 자치조직에서도 더 많은 여성 대표가 필요하다. 이번에 진행한 조사처럼 계속해서 여성 대표성과 관련한 모니터링을 하고, 정책적인 제언도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 느리지만 인식을 바꾸고 지형을 바꾸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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