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 Part2] 날 위한 활동 '협박, 잊을 순 없지만 바꿀 순 있다'
추적자는,동의 없이 유포된 ‘나체사진’, ‘성행위 동영상’ 피해의 확산을 막기 위해 파일공유사이트를 모니터링하여 유포된 파일을 찾아 삭제하고 가해의 증거를 수집하는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의 기획단입니다. 이 글은 기획단의 모니터링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_추적자, 두 번째 이야기!! |
그때 난 22살 이었다
그때 난 22살 이었다. 내 이별통보를 들은 남자친구가 집에 찾아왔다. 나에게 카메라를 내밀었다. 모텔에서 찍은 내 사진과 영상들이었다. 재미로 찍었다며 지운다고 했던 것들이었다. 그는 날 협박하기 시작했다. 자신과 다시 만나지 않으면 영상의 파일 이름을 내 이름과 학교 학과로 만들어 p2p사이트에 배부할 것이라고 했다. 몇 달을 시달려야 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아니..도와 줄 수 없었다. 가족들에게는 물론 말 할 수 없었다. 고민 끝에 상담소를 찾았지만 그가 앙심을 품을지 모르니 신고를 하지 말라고 했다. 친구들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그 당시 난 철저히 혼자일 수밖에 없었다.
우울과 불안이 찾아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숨이 턱턱 막히고 눈물이 올라왔다. 난 연락처 등을 다 바꾸고 죽은 듯이 지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당시 난 22살이었다. 대처를 하기엔 너무 어렸다.
6년이 흘렀다
6년이 흘렀다. 현재도 밤에 누우면 그때가 생각난다. 불안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분노도 꺼지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누구에게도 이야기하기엔 쉽지 않은 일이다.
며칠 전 사진정리를 하다가 그와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 가위로 잘게 잘게 오렸다. 아무도 못 알아 볼 때까지 그 자리에서 오리고 또 오렸다.
나와 닮은 사람
나는 매우 흔한 얼굴이다. 아니면 내가 그렇게 착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p2p사이트에 올라온 영상이름이 ‘여친’, ‘일반’ 등으로 되어 전남자친구가 찍은 영상을 몰래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제목을 보면 나도 모르게 유심히 본다.
어느 날 밤이었다. 어떤 용기가 났었는지, 난 그 중 한 개를 다운받았다. 1시간가량 되는 동영상은 여러 영상들을 모아 붙여둔 것이었다. 중간쯤이었을까. 나와 매우 닮은 여성이 있었다. 가슴이 마구 요동쳤다. 멀미가 일었다. 나일까, 나였을까? 그가 기어코 영상을 올린 걸까.
그 여성에게서 22살의 나를 샅샅이 찾는다. 저 머리모양, 저 화장, 저 속옷, 저 핸드폰...어느새 그건 나의 일상 중 하나였다. 그런 날은 잠을 잘 수 없었다.
추적자를 하는 이유는 날 위해서다
한국여성민우회의 추적자는 우연히 알게 됐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전화를 걸었다. 후에 깨달았다. 난 나를 위해서 전화를 걸었던 것을.
현재 난 22살의 어렸던 나를 위로해 주기 위해, 그녀를 도와주기 위해 여기 있다. 가끔도 생각한다. 내가 진작 여기를 알았다면, 진작 상담을 할 수 있었더라면. 그러면 달라질 수 있었을텐데. 내가 6년동안 숨죽여 울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나만 겪는 일이 아닌걸 알고 죄책감을 덜수 있었을텐데...
현재도 수많은 P2P사이트와 모바일메신저엔 또 다른 ‘나’들이 있다. 그들은 나처럼 어리거나, 나처럼 그를 사랑했다. 그리고 나처럼 그를... 믿었다.
그런 ‘나’들을 위해 난 추적자 활동을 한다. 어느새 분노는 개선에 대한 강력한 의지로 바뀌었다. 확실히 추적자 활동은 날 치유하고 있었다.
추적자 활동
현재 여성의 인권과 제도의 부재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속수무책으로 고통 받고 있다. 대처 할 수 있는 방법이 매우 적은 편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추적자팀들은 정기적으로 모인다. 수시로 P2P사이트를 검색해서 영상에 대해 블라인드 처리를 한다. 협박과 영상유포 등의 피해자들의 상담을 위해 항시 대기 중 임은 물론이다. 또한 매번 대책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 우리는 모바일 메신저로 이러한 영상들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모바일 업체와 캠페인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
잊을 순 없다. 하지만 바꿀 순 있다.
나를 위해서, 미래에 내 딸을 위해서...또 다른 ‘내’가 없길 바라며 난 밤을 지샌다.
추적자 <단호박 마차>의 활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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