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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12월호 [민우칼럼]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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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0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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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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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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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148
[민우칼럼]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이주노동자 그들의 고단함을 위로하며
며칠 전 한 이주노동자 한 명이 목을 매 자살했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부르혼이라는 사나이로 올 7월에 한국에 와서 비자를 받지 못하고(2003년 3월말이후 입국자와 4년이상 체류자는 불법체류 사면대상에서 제외) 가방 하나를 끌고 전전하다 낯선 나라의 한 공장 화장실에서 귀국 비행기표를 가슴에 품은 채 죽음을 맞았다. 그가 죽고 나서 밝혀진 사실은 부르혼은 나와 동갑인 50세의 가장으로 한국에 오기 위해 5천 달러(600만원, 이른바 브로커비용)를 날렸고 단속이 시작되자 어렵게 찾은 일터에서 바로 해고되었으며 기술없고 한국말에 서투른 그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얘기였다. 강제추방조치 후 발생한 5번째 자살 앞에 나는 한없는 부끄러움과 슬픔을 느낀다.
"이제는 쓰다버리는 기계가 아닌 사람으로 대해달라"
사회의 동력은 다양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라마다 서로 살아가는 모습이 다르고 인력정책 또한 서로 다르다.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싱가포르처럼 이주노동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나라가 있는가하면 유럽국가나 일본처럼 소극적인 나라도 있다. 지구상에는 약 1억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UN은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권리를 위한 협약을 제정하고 12월 18일을 이주노동자의 날로 정하였다. 한국 체류 이주노동자는 40만여명으로 제조업 생산인력의 2%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오랫동안 단일민족임을 큰 자랑으로 여기며 살아온 탓인지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데에 매우 서투른 것 같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단순기능 외국 인력의 국내 취업을 금지하고, 1993년부터 산업연수생제도만을 운영해 왔다. 이후 불법체류자는 해마다 증가하여 1994년 4만8천명에서 2003년 2월에는 이주노동자 36만7천명의 78.4%인 28만8천명이 되었다. 이 산업연수생제도는 외국 인력의 편법활용․송출비리․사업장 이탈 등 많은 문제점을 발생시켰고, 불법체류자가 늘어나자 사업주는 이들의 신분상의 약점을 이용하여 임금체불 등 인권침해와 차별이 끊임없이 일어나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었다.
1994년, 이주노동자들은 산업재해보상을 요구하며 45일간 농성을 했고 95년에는 온몸에 쇠사슬을 감은 네팔노동자들이 '산업연수제도 폐지'를 외치며 200달러가 안되는 월급, 월급 강제 적립, 산업재해보상 미적용, 공장 밖 출입제한, 폭행, 폭언, 강제 노동, 엄청난 송출비용 등 수많은 산업연수제도의 문제를 세상에 드러내놓기 시작했다.
이주노동자들은 'IMF 외환위기가 한국사람들에게만 추웠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많은 외국인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향으로 돌아갔고, 남은 외국인중에는 월급도 받지 못한 채 밥주고 잠자리만 줘도 만족하며 IMF와 싸웠으며 한국사람들이 금모으기를 할 때 한국사람들이 등돌린 위험하고 힘든 작업장을 지켰다'며 눈물을 흘렸다. 가장 힘들게 일했던 자신들을 한국사람들은 항상 잊어버리기에 생존을 위해 거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는 쓰다버리는 기계가 아닌 사람으로 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주노동자는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대체인력이 아니라 한국인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주로 하는 보완인력으로 인력난 해소와 임금상승압력을 줄여주어 우리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국내노동자의 3D업종기피, 고령화로 외국인력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자 고용허가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2002년 7월 국회를 통과한 선별적 고용허가제는 산업연수제도와 병존시행하기로 한 점과 강제출국 조치를 취한 점에서 크게 실망을 주었다. 이미 잘 알려졌다시피 산업연수생제도는 송출기관이 연수생 선발권을 갖고 있어 높은 수수료(5백-1천만원)를 부당하게 징수하며 이 돈을 벌기 위해 산업연수생들은 근무지에서 도망치고 불법체류를 할 수밖에 없게 하는 역기능을 야기시켜왔다. 송출비리와 브로커의 횡포를 막지 못하면, 이탈방지를 위한 여권압수, 강제저축 등의 인권침해 또한 막기 어렵다. 상당수 연수원생들이 불법체류자로 고용됐고 이들의 약점을 이용한 임금체불, 송금사기, 산재처리기피 등의 문제가 발생했으나 떳떳하게 권리구제를 받기 곤란하게 되어 인권문제 또한 심각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산업연수생을 저임금으로 활용하고 고용허가제의 선별적 적용은 안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불법체류자의 합법화는 어떤가? 법무부의 체류자격 변경신청을 끝내 합법화된 외국인은 14만2천4백90명, 경찰과의 합동단속에서 불법체류 외국인 1,223명과 고용주 250명이 적발되었다. 한편에서는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이 그만두자 문을 닫은 회사, 강력한 단속이 시작되자 꽁꽁 숨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이주노동자, 이들의 방보증금을 떼먹고 몇 달치 선납을 요구하는 집주인, 작업장 이전을 제한하는 법의 틈새를 악용하여 식사도 줄이고 월급까지 깎는 기업주, 이주노동자들의 전면 합법화와 재외동포법 개정을 요구하는 농성 등의 혼선은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은 불법체류 단속과 노동력 활용이라는 두 개의 떡을 들고 불법체류를 방조하거나 묵인하면서 이주노동인력을 활용하는 줄다리기를 타왔다.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이었노라고 기억할 수 있도록
지난 토요일 밤 보았던 TV의 한 장면을 되새기며 오늘의 얘기를 마무리 하고 싶다. TV에서는 40년전 독일의 광부와 간호원으로 떠났던 60대의 재독 한국인 몇 분을 비추고 있었다. 그들은 '라인강의 기적'과 '한강의 기적'의 주인공으로 소개되었다. 그 중 한 여성이 가곡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물 눈에 보이네'를 부를 때 나도 따라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식구들의 얼굴이 겹쳐오면 화장실로 달려가 펑펑 울었다'며 고단했던 삶의 한 자락을 들춰보였다. 그렇지만 그들을 맞아준 독일인과는'인간 대 인간의 만남이었노라'고 이주노동자를 대한 독일인들의 태도를 전했다.
지금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과 우리는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을까?
방송은 계속 시청자를 향해 웅변하고 있었다.
'그 동안 이주노동자들에게 행한 인격적 차별을 반성하고, 이주노동자에게도 '가족'이 있다는 인간적인 접근을 통해 차별과 편견이 아닌 관용과 배려로 그들을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합니다. 우리나라가 32억 아시아의 중심! 대한민국!'
그래요. 그렇게 합시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고, 사는 방식도 바꾸고, 관계도 바꾸고 싶어 할 거예요!
정강자 |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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