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하반기-함께가는 여성] 민우ing_직장에서 나를 빡치게 하는 것들
민우ing
직장에서 나를 빡치게 하는 것들
쎄러(서지영) | 여는 민우회 여성노동팀
소소한 성취를 만들어 가는 것을 배우는 중입니다.
일러두기
· 인용 문장은 집담회 〈직장에서 나를 빡치게 하는 것들-여자도 일 좀 하자!〉 여성 직장인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편집한 것입니다.
· 집담회 참여자들이 사용한 단어를 그대로 인용한 단어 옆에는 *표기 하였습니다.
여성 직장인 집담회 〈직장에서 나를 빡치게 하는 것들 - 여자도 일 좀 하자!〉 키워드 토크 중
남녀고용평등법을 통해 연 1회의 성희롱예방교육은 기업 내에서 의무화되었고, 조직 내 성희롱 사건 처리에 대한 제도적 장치 역시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이외에 다른 건? 법적인 제도들이 갖추어질 동안 조직은 얼마나 바뀌었나 돌아보면 긍정적인 답을 하긴 어렵다. 성희롱예방교육을 하지 않은 기업은 최근 3년동안 해마다 늘고 있으며, 성희롱예방교육 점검을 받은 기업은 고작 몇 백 곳에 불과하다.1) 오히려 강의나 교육 영상에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미지를 고착시키는 문제적 발언이 등장하기도 하고, 무료교육 진행 후 상품 끼워 팔기2)를 하는 등 문제적인 성희롱예방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고작 1년에 한번 진행되는 예방교육에서조차 성차별적 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내용은 마련이 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예방교육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성희롱과 성차별을 허용해왔던 조직문화는 무엇이며, 이러한 문화를 유지해왔던 조직에 대한 실질적 점검 없이 변화는 없다.
이에 대한 고민으로 노동팀에서는 여성을 일하기 어렵게 만드는 조직문화를 낱낱이 뜯어보는 여성 직장인 집담회 〈직장에서 나를 빡치게 하는 것들-여자도 일 좀 하자!〉와 인터뷰를 통해, 21명의 여성 직장인들을 만나 여성을 밀어내는 문제적 조직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반말은 기본, 직함 대신 여성은 “○○야”, “○○씨”
남자는 신입사원이 들어와요. 그러면 좀만 지나도 대리라고 불러요. 여자는 하도 승진을 안 시켜줘 갖고 막 8년차에 대리가 되도 그냥 누구, 누구누구 씨예요.
다른 팀 여직원을 지칭해 ‘여자애’라는 말을 쓰는 거예요. … 어느 날은 좀 나이 많은 여직원을 아줌마라고…
참여자들이 바꾸고 싶은 조직문화로 가장 많이 언급한 것은 회사에서의 반말, 함부로 불리는 호칭이었다. 상급자에게는 ‘권위가 산다’는 이유로 본인보다 직급이 낮은 직원에게 반말할 것을 조직적으로 권유하기도 하기도 하며, 여성을 부르는 호칭은 남성과 다르다. 남성은 직급이 낮아도 새로운 직급을 만들며 부르기도 하지만 여성 직원은 직급 대신 친근함으로 가장된 반말로 “○○씨” 혹은 “○○아”로 불리곤 한다. ‘여직원’으로 통칭되거나 결혼한 여성은 ‘아줌마’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호칭부터 동료라는 인식은 없다.
막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칭찬을 빙자한 외모 평가와 중요한 미팅이 있으니 화장을 시키는 문화. “싹싹해라”, “웃어라”, “상냥해라”라는 말들은 여성 직장인들이 공식처럼 항상 듣게 되는 말이다. 직장 안에서 ‘마스코트’로, 엔터테인먼트 역할을 하도록 강요받고 이는 여성에 대한 하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성희롱이 포함된 사생활 참견, 무례한 농담은 상사라는 이유로 던질 수 있는 ‘권력자의 스몰토크(Small Talk)’3)이기도 하다. 이는 ‘상사이기에 나는 너에게 관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는데 남자친구랑 같이 걸어왔다는 거를 과장님이 말하는 거예요. 옆에 차장님한테 “○○이 아침에 남자친구랑 같이 걸어오던데? 크크크 … 쟤 자취방에서 같이 잤나보다”
“근데 김 과장님, 진짜 일 잘하시는 것 같아요. … 보통 남자들보다 혹은 그보다 일을 더 잘하시는 것 같아요. 남자였으면 되게 대단할 거 같아. 여자치고 되게 일을 잘하세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입사 때부터 시작된 '평가'는 높은 직급에 올라도 계속된다. 회사의 뚜렷한 위계 안에서도 여성은 예외적 존재다. 여성이기 때문에 칭찬받거나, 여성이고 막내인데 “건방지게 왜 안 하냐”는 말을 듣기도 하고, 승진할 욕심을 보이면 “독한 년”으로, 상급자 자리에 올라도 “여자는 역시 높은 자리에 올라가선 안 돼”라며 이유 없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오직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늘 평가 받는 위치에 놓인다.
여성 직장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여성의 ‘업무 사이클’에는, 남성에게는 없는 추가된 업무가 있다. 커피머신, 과일 깎기, 다과 정리 같은 잡무로 취급되는 일은 ‘여자들이 잘 하니까~’라는 이유로 여성 직원에게 맡겨지곤 한다. 탕비실은 ‘금남의 구역’*처럼 여겨진다. 심지어 여성이 하면 당연하고 사소한 일로 취급되던 업무가 남성이 담당했다는 이유로 ‘매니징(Managing)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1) 〈국회입법조사처 “성희롱 예방교육 위반 매년 증가···감독체계 정비해야”〉, 월간노동법률, 2018.08.07.
2) 〈성희롱 의무교육이 보험판매장?… “갑자기 로또를 뿌리더니”〉, 뉴스핌, 2018.07.12.
3) 날씨, 스포츠 등 일상적 소재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가리켜 ‘Small Talk’라고 한다. 그런데 집담회 결과 상사들은 외모평가, 성희롱적 농담을 일상적으로 가볍게 던지고 있었다. 이를 ‘권력자의 Small Talk’로 이름 붙여보았다.
결국엔 주요업무 담당, 위쪽은 다 남자
채용에서부터 여성을 아예 배제하거나 남초/여초 부서가 정해져 있는 것처럼 같은 부서에서도 남성에게는 주요 업무가, 여성에게는 보조 업무가 주어진다. 고위직은 다 남성들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될 때, 여성 직장인들은 회사 안에서 ‘언제든지 물갈이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직장에서 여성의 위치는 그렇게 체감된다.
“여자 뽑지마. 말 나오니까 어차피 뽑지마”
대표님도 남자고, 이사님도 남자고, 팀장님도 남자고, 과장님도 남자고 다 남자예요. 주요 미팅은 꼭 남자만 참석을 해요. 거기서 이미 성별이 나뉘었다는 게. 이미 위쪽은 다 남초구나
제가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 과장님이 저를 격려하면서 하신다는 말이, “회사는 기본적으로 남자들의 세계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잘 다녀봐”
“여직원들은 회식 때 2차 가지 마세요. 가도 별거 없고 안 좋은 일 일어나는 상황 많으니깐 그냥 가지 마시고…”
채용부터 남성을 대놓고 선호하는 회사, 주요 업무는 남성을 배치하고, ‘여초 부서’에서도 관리직은 언제나 남성! 사소한 농담들로 대변되는 일상생활 문화 역시도 애초에 남성 중심적으로 만들어져 여성들은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다.
여성을 밀어내는 이상한 유대감
‘학연/지연/흡연’*이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흡연, 술자리 등을 통해 남성들 사이의 비공식적 의사소통이 이어진다. 이를 통해 형성된 네트워크는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동아줄’이 되기도 한다. 단톡방에서 신입 여직원 외모 순위를 매기고, 부장님께 ‘야동공유’4)하기도 하고, ‘소라넷’을 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조직문화 속에서 여성은 대체 무얼 할 수 있을까.
조직 내 군대문화, 의견을 내기 어렵고 상사의 눈치를 보며 알아서 비위를 맞춰야하는 분위기, 여성을 대상화하고 일상적으로 배제하는 발언을 허용하는 문화, 그런 문화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현실이 문제이다. 여성을 밀어내도록 세팅되어 있는 문화가 무엇인지, 여성들을 숨 막히게 하는 조직문화는 아닌지 이제 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 조직은 괜찮다’고 말하기 전에, 집담회와 인터뷰를 통해서 나온, 여성들을 배제하는 조직문화에 대한 체크리스트로 조직에 대한 진단을 우선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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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직장인 집담회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해본
〈성차별적 조직문화 점검 체크리스트〉
잠깐! 체크해 볼까요?
☑ 남성직원은 직함으로, 여성 직원은 직함 대신 “OO아”, “OO씨”라고 불리곤 한다.
☑ “여자니까”, “막내니까”라는 이유로 다과 접대, 탕비실 청소 등의 역할을 담당하게 한다.
☑ 여성에게 외모 칭찬을 비롯한 화장 및 복장 등에 대한 평가가 이어진다.
☑ 여성을 대상화하는 영상을 같이 보거나 공유하는 문화가 있다.
☑ 이상하게 여성 채용자가 적다. 그리고 여자라서 안 뽑는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다 알고 있다.
☑ 회사 내 여초 직군은 주로 관리나 보조 업무, 남초 직군은 성과가 나는 주요 업무로 구성되어 있다.
☑ 같은 팀에서 주로 남성은 주요 업무, 여성은 보조 업무를 담당하게 한다.
☑ “여자들은 결혼하면 금방 그만 두니까~”라며 여성은 아예 키우지 않는 직장 분위기가 있다.
☑ 남성연대의 대화로 여성 직원이 소외될 때가 있다.
☑ 상사 눈치를 보느라 꼭 필요하지 않는 야근을 하는 경우가 많다.
☑ 과장급 이상은 여성이 한 명도 없다.
당신의 회사는 몇 개나 해당되나요?
4) 조직문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말의 맥락을 살려 ‘야동공유’로 인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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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성폭력상담소에서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고민하게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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