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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마당> 바리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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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0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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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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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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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151
올해는 유엔이 정한 '외국인 노동자의 해'이다.
이런 모토가 정해질 만큼 세계적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은 힘들고 어렵다. 우리나라에서의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 또한 열악하기 그지없다. 그러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현실과 우리나라의 노동 현실을 조용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고발하고 있는 영화가 있다.
영화 <바리케이드>는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에 건너가 허리병만 떠안고 돌아온 아버지와 불법 취업한 방글라데시 노동자 사이에 서 있는 세탁공장 노동자 한식이라는 인물의 시선을 통해 불법 취업 체류자와 이 나라의 밑바닥 노동자의 고단한 세상살이를 그리고 있다.
3억이라는 저예산으로 미국에서 연출 수업을 쌓아 온 신인 감독이 만들어낸 이 영화는 그동안 우리의 독립영화나 저예산영화가 겪어 왔던 낮은 완성도, 칙칙한 화면과 불확실한 소리, 미숙한 연기 등의 문제를 극복하고, 탄탄한 구성력과 치밀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실제 불법체류자인 외국인 노동자들이 직접 영화에 등장하여 현실성을 더해주고 있으며 관객으로 하여금 값싼 동정심과 감상에서 벗어나 시종일관 관찰자적 입장에서 영화를 바라보게 한다.
이 영화는 두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탁공장에서 벌어지는 한국인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들과의 갈등이 한 축이고, 주인공 한식과 그의 아버지와의 갈등이 다른 한 축이다. 그 모든 갈등 구조 속에는 서로에 대한 편견과 불신, 경멸과 무관심이 가장 큰 벽으로 놓여 있다.
그러나, 그 벽은 영화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 서로를 향한 오해와 불신의 마음속에 바리케이드는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또 불법체류자 출신인 한식이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지난 시절 우리의 아버지들이 이국땅에서 겪었을 고난이 지금의 외국인 노동자들의 현실임을 드러내 보여주며 우리의 이중의식을 질타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누구보다 외국인 노동자를 학대하던 용승이 "우리가 걔네하고 뭐가 달라, 같다는 사실이 열받아"라고 내뱉는다. 감독은 그 대사를 통해 우리가 그들과 결코 다르지 않음을, 그런 현실을 직시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한식은 화합의 도구로 같은 공장의 외국인 노동자 쟈키에게는 만원권 전화 카드를 사준 후 아버지에게 줄 빨간색 말보로 한 갑을 사들고 집으로 향한다.
영화는 비록 어설픈 화해로 끝났지만 우리들의 현실은 여전하다.
그러나 이 영화가 전해준 조용하고 나직한 목소리는 큰 울림이 되어 우리를 깨우치고 우리로 하여금 다시 한번 주위를 돌아볼 수 있게 한다. 내 마음속엔 얼마나 큰 바리케이드가 겹겹이 둘려 쳐져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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