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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야기>환경죽이기-모 여인의 하루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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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0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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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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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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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150
환경 죽이기 - 모 여인의 하루생활
배수원(청아출판사)
3개나 되는 커다란 자명종이 동시에 울리는 소리에 눈을 비비고 일어났다. 목욕탕에서 힘껏 수도꼭지를 틀어 쏴아 쏟아지는 소리에 아침을 맞이한다. 얼마나 상쾌한 아침인가. 출근길에 머리감는 것은 필수. 머릿결에 좋다는 온갖 샴푸를 넉넉히 덜어내 문지르며 거품을 낸다. 물론 깨끗이 헹구는 것도 필수. 뜨거운 온수와 찬물에 번갈아 가면서 여러 번 헹구며 머리를 맛사지한다.
아침은 간단하고 깨끗한 인스턴트로 해결. 요즘 냉동식품이 오죽 잘 나와야지. 설거지는 필요없다. 쓰레기는 쓰레기 봉투에 간단히 넣어 대문 밖에 둔다. 얼마나 깔끔한가. 화장은 캐리어 우먼의 기초 상식. 부스스한 얼굴은 정말 싫어. 마침 봄햇살에 민감한 피부니만큼 자외선방지제가 들어 있는 트윈케익을 두둑히 발라두어야겠다. 포인트인 립스틱을 놓칠 수는 없지. 오늘은 브라운 핑크가 어떨까. 스프레이와 무스, 그리고 향수를 적절하게 바른 후 집을 나선다.
아니, 나의 애마가 왠지 구질해 보이는군. 날씨 탓인가. 세차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들어오는 길에 세차장에나 들릴까? 아니, 왜 이렇게 차가 막히지? 크락션을 있는 대로 눌러본다. 그래야 여자 운전자라고 깔보지 않지. 이윽고 회사에 들어섰다. 사무실이 3층이긴 하지만 날씬한 다리를 위해서는 역시 엘리베이터. 닫히려고 하는 엘리베이터에 잽싸게 올라탄다. 굳 모닝- .
자판기에서 뽑은 진한 블랙커피 한잔으로 우아한 하루를 시작해볼까? 아이~참, 책상은 왜 이렇게 지저분한 거야? 휴지를 두르르 빼서 부득부득 열심히 닦아본다. 이 펜은 영 마음에 안 드네. 그래 너랑 실랑이 할 것 없다. 내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뭘. 휙- 쓰레기 통으로 골인!
점심시간. 회사식당은 맛이 없다. 잘 아는 회사 근처의 피자집에서 동료 김씨와 피자를 냠냠. 점심 시간마저도 회사에서 쭈끄리고 앉아 밥 먹는 건 정말 싫어! 음료수로는 물론 콜라가 좋겠지? 점심 후엔 다시 화장을 고쳐야지. 칫솔과 화장품 주머니를 가지고 동료들과 화장실로 우르르.
화장지를 풀어 세면대를 닦고 화장품 주머니를 내려놓는다. 비누는 피부에 좋다는 수입품. 얘, 이거 향기 너무 좋지? 수입품인데 면세점에서 좀 싸게 샀어. 너두 써 봐.
퇴근 후에는 차가 밀리니까 드라이브 겸 쇼핑이나 좀 하다 들어갈까? 동료와 함께 차를 몰고 신도시에 있는 백화점으로 가기 위해 외곽으로 빠져본다. 음악은 되도록 크게. 꽝꽝 울리는 소리. 역시 우리는 매니아야.
집에 돌아와선 혼자 사는 것을 알리지 않기 위해 방마다 불을 켠다. 쇼핑했더니 몸이 좀 뻐근한 걸? 샤워나 하자.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나오는 경쾌한 소리에 맞춰 흔들면서 샤워를 한다. 바디클린저와 바디로션, 샤워코롱, 각질 제거제, 피부보호제, 야채팩. 아, 오늘은 모처럼 거품 목욕이 어떨까? 욕조에 그득 물을 받고 가루 거품제를 뿌리니 물이 우유빛으로 변한다. 아휴, 이 기분 정말 좋아….
어제 빌려놓고서 다 못보고 잔 비디오를 다시 돌려 맞춘 후 미용체조를 하나, 둘, 셋, 시작! 영화 스토리는 그저 그런 내용. 내일은 좀더 쌈박한 것을 빌려봐야지. 띠리링-. 야심한 시간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 그로부터 잘 자라는 인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한 시간이 훌쩍. 심야의 전화데이트만큼 재미있는 것이 또 있을까. 텔레비전에서 애국가가 나온다. 역시 마음이 찡해. 오늘도 보람찬 하루를 보냈구나. 나만큼 세상에 해 안되게 사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구 해. 정말이지 생각할수록 나는 자랑스런 한국인이야. 푹 쉬고 내일을 맞아야지.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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