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1*12월호 [민우칼럼 창]민우회, 20주년의 끝자락에서_생기
[민우칼럼 창]
민우회, 20주년의 끝자락에서
생기 ●
올해 초 총회를 준비하면서 창립 20주년이라는 뿌듯함에 못지않게 부담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 여성운동에 있어 결코 짧지 않은 20년 운동을 어떻게 정리해 내고, 새로운 전망을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더불어 참여와 열정으로 그 논쟁의 역사에 함께 했던 회원들과의 만남의 장을 어떻게 신나게 구성할 것인가, 스무살 민우회는 대중들과의 소통을 어떤 방법으로 만들어갈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였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 20주년 활동을 중심으로 되돌아본다.
‘웃어라, 여성! 희망을 걸어라’
‘웃어라, 여성! 희망을 걸어라’ 축제 한마당이 5월 13일, 상암동 월드컵 평화의 공원에서 펼쳐졌다. 평화의 광장에 마련된 민우회 초대회장 ‘여성운동의 큰 이름 이이효재’ 선생님의 활동 부스, 민우회 이사기금을 후원해 주신 분들을 담아 낸 희망조각, 민우회 활동의 역사길 전시는 참여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산책길에 마련된 평등 ㆍ평화 코스별 참여 부스들과 ‘웃어라, 여성! 걸개그림’은 그야말로 민우회만이 작업해 낼 수 있는 섬세한 손길이 그대로 전해지는 참여의 장이었다. 광장에서 벌어진 ‘이이효재 배 팔씨름 대회’의 열기는 평화의 광장을 들썩이게 하는 커다란 웃음의 잔치를 만들었다. 마무리 축하공연에서 참여자들은 하나가 되었고 미소로서 인사를 나누는 정겨운 행사로 마무리되었다. 당시 미국에 계셨던 이이효재 선생님과의 통화에서 민우회다운 발상이라며 팔씨름 대회에 대한 기대를 특유의 웃음으로 보여주셨던 애정과 따뜻한 축하 글은 활동가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스무 살 생일잔치 ‘함께 있어 좋은 밤’ 9월 12일 생일을 며칠 앞두고 열린 스무 살 생일잔치 ‘함께 있어 좋은 밤’에서는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 반가움과 행복한 연대감(?)을 갖게 하였다. 그리고 민우회 다큐 영상물, 소모임 들의 기발한 축하영상, 활동가 그룹 위민링크의 깜짝 공연 등으로 웃음꽃이 활짝 피었던 자리였다. 함께하는 이유를 묻지 않아도 만남의 소중함에 대해 느끼며 허심탄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감동과 아쉬움이 어우러지는 시간이었다.
창립 20주년 기념 노동심포지엄
노동운동 20년을 정리하는 창립 20주년 기념 노동심포지엄이 있었다. 그 첫 번째 10월 1일, <직장내 성희롱 대응운동, 금지조항을 넘어서>는 민우회 활동을 중심으로 한‘직장내 성희롱 대응활동의 평가와 과제’를 내용으로 법제화의 성과와 한계를 넘어서는 활동에 대한 모색의 자리였다. 10월 5일의 2차 심포지엄, <전환기의 여성노동 운동,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는 민우회 20년 활동을 중심으로 한 고용상의 성차별 철폐를 위한 여성운동의 개입 그 성과와 과제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민우회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운동의 성과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여성 비정규직 운동의 전망과 과제를 폭넓게 나누는 자리였다. 두 차례의 심포지엄을 통해 민우회 노동운동의 현주소를 인식하고, 새로운 상상력을 키워가야 하는 책임감 또한 갖게 되었다.
20주년 운동사, 수필집 발간
20주년 사업 중 핵심은 20년 운동에 대한 정리와 평가, 전망 세우기였다. 그 중심은 민우회 20년 운동사 발간작업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일상에서의 여성운동을 알려내는 기획으로『함께가는 여성』등 소식지와 홈페이지에 실렸 던 글들을 모아 수필집으로 펴냄으로써 대중과 만나는 것이었다.
운동사의 기본인 자료 찾기와 자료 분류, 보존되어 있는 기록을 바탕으로 재구성하는 일 등 20년 역사 정리는 방 대한 것이어서 많은 시간을 요하는 작업이었다. 20주년운동사 연구위원회를 꾸리고 몇 차례의 회의를 거쳐 연대기 적 서술보다는 노동, 가족, 섹슈얼리티, 건강, 생협, 지역, 리더십, 논쟁사 등 주제별 집필로 방향성을 잡고 정리와 평가, 과제를 모색하는 차원으로 진행되었다.
연구자와 활동가들에 의해 집필된 운동사는 내년 총회를 앞두고 발간될 예정이다. 9월 초에 출간된 수필집, 『여자들의 유쾌한 질주』는 발간 당시 알라딘의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혼란의 시기를 견뎌낸 든든한 큰언니가 생활 속에서 어떻게 여성주의를 실천하며 살고 있는지, 부딪힘의 고통을 통해 터득한 관대함과 여유로움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행복한 여성주의자들이 들려주는 삶과 사람과 일에 대한 이야기, 유쾌! 감동!’이라는 평을 남겨준 그들과 함께 여성운동은 쭈-욱 계속될 것이리라는 믿음과 희망을 가져본다.
‘기꺼이 불편해지기’ 회원실천캠페인
보다 일상적인 실천을 운동으로 가져가려는 민우회는 올해 총회 때 ‘기꺼이 불편해지기’회원실천 캠페인을 결의하여 1년 동안 지속적으로 진행하였다.
컵 가지고 다니기, 손수건 갖고 다니기, 재래시장ㆍ생협 이용하기, 걷기 생활화하기, 면월경대 사용하기, 장바구니 사용하기, 일주일에 하루 TV 끄기, 젓가락 가지고 다니기, 출신지역ㆍ학력ㆍ나이 묻지 않기, 열심히 듣고 천천히 말하기, 내복입기 등을 각 달의 실천주제로 선정하고 전국적인 회원실천 운동으로 확산시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함께가는 여성> 20주년 특집 연재기획
한편, 민우회 소식지인 <함께가는 여성>에서는 20주년 특집으로 연재기획을 구성, 페미니스트로서의 삶과 여성운 동 안에서의 행복 찾기, 자매애에 대한 생각과 ‘관계’ 인식에 대한 진지한 소통을 시도하였다. 아울러 민우회 활동 중 기억에 남는 지하철 성추행 근절 캠페인, 직장내 폭력추방운동, 서울대 성희롱 소송의 역사적 장정, 희망선언, 여성의 노동할 권리, 나여기 캠페인 등 화제사업, 캠페인, 에피소드를 엮어 낸 민우역사기행을 연재하여 과거의 열 정적인 활동 모습들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새로운 보금자리 성산동으로의 신축 이전 결정
20주년을 마무리하는 변화 중 무엇보다 커다란 것은 민우회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정해졌다는 것이다. 민우회는 2008년 7-8월 중 성산동으로의 신축이전을 결정하고 실행에 옮겨가고 있다. 1999년부터 현재까지 살아 온 평동 사무실이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논의의 과정을 거쳐 환경정의, 함께하는 시민행동, 녹색교통 등 4개 의 시민단체들과 함께 사무실을 이전하기로 방향을 정하였다. 공간 이전이 새로운 운동의 의미가 될 수 있게 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20주년 알찬 마무리
운동의 과정을 돌아보면, 창립 초기나 지금이나 그때그때의 어려움과 뿌듯함이 동시에 존재한다. 민우회 운동 하나 하나, 그 역사가 만들어지기까지는 많은 회원들의 관심과 애정, 비판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운동이 어려워졌다고 하는 이 시점에도 민우회 20주년은 알차게 마무리되고 있다. 마음으로 후원으로 희망의 길을 열어준 회원들과 열악한 조건에도 가능성의 끈을 놓지 않는 활동가들, 민우회를 아끼는 여러분들의 기(氣)로.^^
생기 ●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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