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월호 [특집] 따뜻하게, 뿌듯하게, 친근하게 민우회를 만나는 방법_조회정
[특집 2008 신년인사 총회스케치]
따뜻하게, 뿌듯하게, 친근하게
민우회를 만나는 시간
조회정 ●
‘쉬는 토요일에 왜 모임이 있는 거지? 안가면 안 되나? 나는 뭐~ 우리 모임 외에는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쑥스러운 장소에 앉아 있는 것도 어색하고… 챙겨 입고 나가는 것도 귀찮은데….’ 선뜻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처음 총회에 간 것이 4년 전이다. 그 곳에서 진주, 광주, 원주 등 먼 곳에서 새벽부터 부지런하게 올라온 회원들을 보았다. 서울에 있으면서도 비비적거렸던 내 모습이 미안했다.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큰일을 했다는 뿌듯함으로 칭찬받고 싶었던 마음이 어느 해부터 인가 보이지 않는 손의 수고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물 밑에서 쉴 새 없이 다리를 움직이고 있는 백조처럼, 한 꺼풀 벗겨보면 비슷한 방식의 총회 진행 형식인데도 ‘총회가 그렇지 뭐~’라는 생각이 불쑥 떠오르지 않을 정도이다. 작은 조직이 아닌데도 꼼꼼하게 정리한 일지부터 적은 인원으로 이렇게 많은 일을 했나하는 놀라움과, 생활에서 느끼는 아쉬움을 운동으로 만들어가는 열정도 그렇다.
모르는 사람들이 가지는 여성 단체활동가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무색하게 민우회 상근자들은 따뜻하다. 입구에서부터 건네는 눈빛과 인사가 그렇고 투표소를 대여해 온 꼼꼼함이 그렇다. 총회가 열리고 마칠 때까지 일과의 만남만이 아닌 사람들 간의 관계가 느껴지게끔 웃음과 눈물을 만들어 내는 점도 그렇다.
이번에도 그랬다. 익숙하지 않은 단어 동의와 제청이 외쳐지다가 PPT화면 속에서 작년 총회 때 모두 모여 찍은 사진이 보여 졌다. 사진 속 회원들의 얼굴이 흑백에서 컬러로 하나 하나씩 보이더니 민우회 회원 모두에게 회원 상을 준단다. 상품은 우리가 앉은 의자 밑에 있다고. 부산히 허리를 숙여 찾아낸 상품인 레모나 하나 보다 일일이 붙여 놓은 수고가 회원들에 대한 애정으로 느껴져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몇 년 전 대표들을 한꺼번에 보내면서 쏟아 냈던 눈물이 이번에도 보여 졌다. 건강상의 이유로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최명숙 공동대표를 정책위원장으로 보내는 마음의 무게는 무겁지만 가볍게 보내려고 애써 명랑하게 만들어진 영상을 통해 대표에 대한 애정이 절절히 느껴져 우리가 함께 사랑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총회를 통해서 민우회를 본다
총회다운 복장을 하고 왔다며 대표를 칭찬하다가 작년 총회때도 입은 옷이라고 농담을 던지는 사회자의 멘트에서 친한 사람끼리 느낄 수 있는 허물없음이 나도 같이 느껴지고, 사업보고와 감사에서 보이는 충실한 1년 살림이 내 살림 같아 뿌듯하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회원들도 총회 때마다 보다 보니 인사를 일일이 하지는 않았어도 아는 사람을 만나듯이 익숙하다. 고생길이 훤한 직책에 다들 책임감으로 떠밀려 온 거면서도 권력의 중심부(?)에 서겠다며 정견을 발표하는 대표와 이사후보들의 유머도 즐겁고, 이사와 감사 후보자들이 100% 동의로 선출될까봐 걱정되다가 같은 걱정을 한 듯한 1표의 반대가 반갑다.
민우회를 통해 나를 본다
1년 동안 묻어서 보낸 내 시간들을 되돌아보고 총회 참석하고 있는 시간 동안은 새로운 1년을 계획할 수 있는 자극을 받는다. 참석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내 모습을 보기도 한다. 민우회 회원이 아닌 사람들이 주는 민우회 회원에 대한 기대감에도 부끄럽지 않는 성장을 민우회와 함께 하고 싶다.
조회정 ● 미디어운동본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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