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8월호 [민우ing] 어둠을 밝히는 빛, 민우회 친구들
바람
촛불이 아스팔트 거리의 별이 되어 매일 어둠을 밝힌 지 60여일이 지났습니다. 한 청소녀의 제안으로 시작된 광우병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는 어느새 시민들의 목소리가 오가는 소통의 공간으로, 더 많은 민주주의를 꿈꿀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으로 확장되어 왔습니다. 6월 10일 100만의 촛불이 켜질 때쯤 집회현장은 시민들의 센스로 반짝였습니다.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당연하다는 생각을 못해왔던 것들을 거리에 서서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들은 다시 우리의 것으로, 당신과 나의 평등/자유/연대/민주주의/소통으로 되찾았습니다. 그래서 그 거리에 서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습니다.
민우회는 6월 5일부터 시작되었던 72시간 릴레이 집회에 함께하였습니다. 시청 광장에 천막을 설치하고 본부·지부 상근활동가, 생협활동가, 회원분들이 돌아가면서 그 공간을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채워나갔습니다. 하얀 종이에 전문가들이 그리는 그림처럼 화려하거나 세련되진 않았지만 많은 분들이 알록달록 재기발랄한 자신의 아이디어를 표현하였습니다. ‘소탐대실-소를 탐하다 대통령자리 잃는다.’, ‘일 좀 하자! 밥 좀 먹자! 잠 좀 자자!’, ‘공약 지킬까 봐 무서운 건 네가 처음이다’ 등등의 문구와 무지갯빛 그림을 한 장, 한 장 엮고 빈틈을 채워 나가자 어느새 거대한 퀼트가 되었습니다. 한 마디의 말, 한 장의 그림이 그대로 마음에 와 닿는 시간이었습니다. 밤에는 시민들이 직접 만든 거대한 퀼트 사이사이에 초를 켜고 내려앉은 어둠을 밝혔습니다. 바람이 불면 초가 꺼질까 봐 노심초사하고, 종이컵이 탈까 봐 돌아가면서 종이컵 위치를 조정해주고, 초가 꺼지면 다시 불을 붙이고. 많이 고되고 한여름에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스팔트의 냉기는 견디기 어려웠지만 함께하는 많은 시민들과, 같이 초를 지켜주던 회원들, 유부초밥과 햇감자를 아주 맛나고 꼬시게 삶아온 회원과 “힘내세요”라며 격려해주는 시민들로 인해 마음이 무척이나 풍성해졌습니다. 그리고 이날은 한 시민 한 분이 양손에 캔커피를 가득 들고 민우회 천막으로 찾아오셨습니다.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격려와 함께 달달한 캔커피뿐만 아니라 활동 후원금도 전해주시며 그 자리에서 직접 민우회 회원으로 가입도 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많은 얼굴들이 스쳐지나갑니다. 낮 시간엔 열심히 노동을 하고, 틈틈이 회사동료들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퇴근 후엔 촛불을 들고 꼬박 꼬박 거리에 섰던 영인언니-뚜와. 붉은 색 촛불소녀 티를 입고 민우 천막에서 불을 밝히던 수달. 우비와 모자를 챙기고 폭력엔 비폭력으로 대항하던 늘바람. 명박산성이 쌓이고 며칠 뒤 모임을 촛불집회로 대체해 함께 국민토성을 쌓아가기 위해 열심히 모래주머니를 나르던 호지, 리다, 체리향기, 신기루. 6월 민우첫마실 때 민우회 활동이 궁금해 민우회를 방문하고 촛불집회에 가야 한다며 당당히 말하던 신입회원 경화님. 그리고 이날 재미난 면월경대 강의를 마치고 함께 나섰던 동북 김미혜 선생님. 아기 지호, 아기 갈치와 함께 거리에 섰던 달리 그리고 나우.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기륭노동자와 함께 일일 단식을 하고 하루 종일 초를 들고 거리에 섰던 바다. 거리에선 운동복 차림이 가장 실용적임을 증명한 오스칼과 로미오. 시청광장에서 민우부채를 열심히 나르던 산적. 권미혁 선생님과 생협 김연순 선생님이 연행되던 날 바로 사무실로 전화해서 상황을 묻던 곰. 함께 못나가 미안하다며 상근자들의 안부를 물어왔다는 현정. 6월 21일 민우 거리캠페인 때 직접 제작해 배포하였던 안사부러 스티커가 무척 마음에 든다고 말씀하시며 기꺼이 불편해지기(비윤리적기업물품 사용하지 않기-조·중·동/홈에버 안사부러)를 기꺼이 실천하시겠다고 흔쾌히 후원금을 내 주시며 1,000장의 스티커를 받아 가셨던 시민. “mb에겐 없지만 우리에게 있는 것?”이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개념,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귀, 타인을 생각하는 아름다운 마음 등 다양한 대답을 했던 중학생. 이보다 더 많은 얼굴들이 아마 곳곳에서 반짝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지면에 다 표현하지 못했지만 더 많은 얼굴들이 그 누구보다 뜨겁게 촛불을 밝혔을 것입니다.
문득 영화 라디오스타의 한 대사가 떠오릅니다.
“혼자서 반짝이는 별은 없어. 반짝이는 별은 다른 별의 빛을 받아 또 반짝이는 거야.”
7월 5일 ‘국민승리선언 촛불대행진’을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합니다. 앞으로의 운동은,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합니다. 그냥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덮이는 것은 아닌지, 공권력의 폭력이 더욱 짙어지지 않을는지. 많이 고민하면서 우리는 오늘 또다시 거리에 설 것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확신합니다.
경제성장보다 우선되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건강권을 요구하며 거리에 선 우리는 정당하다는 것을. 거리에 촛불을 들고 직접 경험하고, 직접 더 많은 권리를 외친 사람은 또 그렇게 거리에 선다는 것을. 과거를 추억하기 위해 거리에 서기보다는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 거리에 선다는 것을. 서로의 빛이 반사되어 반짝이는 얼굴을 기억합니다. 우리 거리에서 환하게 웃으며 또 만나요!
바람 ● 여름입니다.
물속을 거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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