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호 [특 집] 2009년 정기총회 - 2009년 정기총회 스케치
민우회원 여러분, 날씨는 춥고, 그래서 집에만 틀어박혀 있자니 답답하고 따분하시다구요? 세월이 지날수록 얇아져만 가는 인간관계와 지갑 때문에 우울하시다구요? 여기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환영해드리는 민우회총회 서비스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각박한 경쟁사회 속에서 날카롭게 벼려진 신경줄을 탁하고 놓아버리게 만드는 총회장 입구에서부터의 편안한 미소와 격려서비스~ 맛있는 떡과 음료로 엔도르핀을 촉진시켜드리는 달달 간식 서비스~ 2008년 숨가쁜 일년 사업과 평가를 하품나올새도 없이 명쾌하게 정리해드리는 신개념 요약서비스~ 올해는 안 울어야지 마음먹고 봐도 어느새 간지안나게 찔끔거리게 만드는 감동의 활동가 무대까지~ (즐겨보는 개콘 도움상회 버전. 써놓고 보니 아 진짜 안웃겨.ㅠ.ㅠ) 여느해처럼 총회 대의원 하겠다고 선뜻 담당활동가한테 메일보내고 난후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5살 지호, 요녀석을 달고 가야하는데, 아이와 함께 나서는 외출길은 머리속에 시뮬레이션을 하고 길을 나서도 워낙 변수가 많은지라. 자고일어나면 밤새 에너지가 오버충전된 지호는 10걸음 정도 걸으면 뒤로 돌아 50걸음 뛰어서 사방팔방 달아나기 때문에, 녀석과 아웅다웅대며 총회장소까지 오니 등이 뜨끈뜨끈할정도로 땀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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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서니 활동가들이 따뜻하게 반겨준다. 소담지고 풍성하게 간식이며 음료며 준비한 정성이 이쁘다. 기꺼이 불편해지기는 여기서도 계속된다는거. 음료는 있으나 종이컵은 없다는거~ 자기컵을 가지고 와야된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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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때마다 느끼지만, 멀리 원주, 진주, 춘천 회원분들 총회 같이 할때마다 그 자체가 감동이다. 게으르고 핑계 많아 총회시간 넘겨 도착하는 나를 부끄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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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시작 후 김상희 선생님의 축사. 권미혁 선생님이 ‘좀 짧게~’라고 부탁하셨는데 조금 길었나? ‘역시 정치를 하시면~’이라고 살짝 구박을 받으신다. 축사내용 중 ‘요즘 새해인사가 각박해졌다. 복 많이 받아라에서 올 한 해 잘 견디자 이런 말들을 주고받는 상황이다.’라는 말씀이 기억이 난다. 대통령을 하도 잘 뽑아놔서 올 한 해도 고달프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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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총회 회의록을 이름부터 막 막 싱그러운 싱기루가 재밌게 읽는다. 회원들 지루해할까봐 개그멘트도 넣어가며 열심히 읽어주셨다만, 역시 전차회의록 낭독의 생명은 스피드다. 다음 총회때 부터는 전차회의록 낭독 기록을 두고 가장 근사한 수치를 맞춘 회원에게 상을 주는 이벤트를 하면 재밌겠다라며 쓸데없는 상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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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글이 사무처장이 짝꿍 박뽕이 없어 외롭다고 하소연하며 2008년 한해 사업평가를 하기 시작한다. 줄줄줄~ 줄줄줄~ 줄줄줄~ 많기도 하다. 외로울새도 없었겠구만. 참 대단들도 하지. 문득 뜨거운 여름내내 시청광장에서 천막지키고 집회했던 활동가들, 회원들이 떠오른다. 본부 사업, 지부사업 평가를 듣다보니 쭉쭉 늘어나는 로봇 팔로 활동가들, 회원들 토닥토닥 등 두드려주고 싶어진다. 욕봤어요. 애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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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여성민우회지부가 해산된단다. 손장갑 투표할 때 찬성손을 들긴 했지만 아쉬운 마음이다. 내야 머 개인적으로 알고 지낸분들도 없지만, 자주 연락은 안해도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친구가 다른 땅으로 이민가는 느낌이랄까. 그동안 애썼어요. 욕봤어요. 쭉쭉 또 늘어나라 토닥토닥 로봇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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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감사패와 심지상 등 각종 상 증정식. 난 심지상에 약하다. 상은 넘들이 받는데 왜 내가 눈물이 나냐고요. 회원활동하면서 자주 접하는 활동가들의 열정과 노력을 알기 때문이겠지 싶다. 축하와 격려를 심하게 받아야 마땅할 사람들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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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안타까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생기 유경희쌤이 대표직을 사임하신 단다. 미리 정보가 없어서 좀 놀라웠다. 마지막 인사는 담담하게 풀어주시더니, 활동가들과 대표선생 두분이 몰래몰래 준비한 (생기를 위한) 쌩쇼를 보시더니 결국 무너지셨다. 계속 눈물 흘리는 선생님을 보며 가만 가만 울었다. 옆에서 지호가 보면 큰소리로 엄마 왜 울어~하며 민망하게 만들게 뻔하기 때문에. 건강하세요. 애쓰셨어요. 평온하고 맑은 얼굴 멋진 하얀머리 기억하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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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러한 감상으로 총회를 함께했다. 무사히 잘 치뤄지게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준비한 모든 이들이 그저 대단하다. 2009년 한 해 어느 것 하나 쉬운 것 없어 보이게 출발하고 있지만, 서로의 모습에서, 우리 속에서 두근두근 힘찬 희망이 보인다.
달리 ●
나눔이 생활이 되어 있는 그녀!
감동을 덤으로 전해주는 그녀!
유머감각을 키우고 싶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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