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호 [특 집] 사회변화에 맞선 '새로운 담론모색'
사회변화에 맞선 ‘새로운 담론모색’
● 김인숙(멍군),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지난 몇 년 이명박 정권에서 우리가 자주했던 말이 있지요. ‘살아남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라는 농담 같지 않은 농담. 지난 몇 년간 우리의 경험으로 이젠 그 말속에 어린 비장함을 벗어 버릴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획득했습니다. 회원들의 열렬한 참여와 지원은 물론이요,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 사업을 만들고 모금으로 까지 연결되는 것을 경험하는 등 활력을 가지게 되는 신나는 경험들이 있었습니다.
‘여기’ 그리고 ‘지금’
하지만 우리가 생존을 모색하는 동안 사회는 급변하고 있었습니다. 사회가 급격히 보수화되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었고, 여성노동환경은 열악해졌습니다. 또한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한 평화위협, 복지문제에 있어서의 왜곡 등으로 서민 생활은 더욱 어렵게 되었습니다. 특히 성평등 이슈가 주변화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2011년을 준비하면서 다시금 시민단체의 역할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여기’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어지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확실한 시대적 소명의식을 가지고 우리의 사업을 기획․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며, 특히 주변화하고 있는 성평등 이슈를 만들고 사회에 제기하는 일.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며, 우리의 운동 목표를 명확히 함으로써 실제 여성들의 삶의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구체적 실천 활동을 만드는 일이 필요해 보입니다. 따라서 많이 공부하고 공부하려고 합니다.
우선 우리의 현장인 성폭력상담소와 고용평등상담실의 상담사례를 자세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두 개 상담소의 지난 5년간 상담사례 속에 여성현실의 변화가 진하게 녹아있을 것이고 그 속에 우리가 읽어 낼 현실이 가득할 것입니다. 저출산이란 이름으로 낙태를 범죄화하고 있고, 아이를 낳지 않는 여자에게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교수의 망발, 가족정책연구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여성부 장관까지. 다시금 ‘정상가족’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대응담론이 필요하고, 낙태에 대한 다른 접근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반차별금지법을 만드는 일은 코앞의 과제입니다. 따라서 올 핸 전문가, 회원, 활동가들이 모여 각종 토론과 세미나를 통한 분석의 기회를 가지고 그 속에서 새로운 담론을 만들고 구체화하려고 합니다. 공부하기 바쁠 것이니 회원 여러분도 연필을 날 서게 깎아들고 기다리시어요. 같이 하십시다.
일상의 변화, 긴 호흡으로
어떤 일이건 쉽게 빨리, 노력 없이 되는 일은 없다지요. 정책이나 제도를 만드는 일도 시간이 필요하지만 일상 삶의 변화까지를 목표로 한다면 더욱 그렇겠지요? 대중 속에 뿌리내린 운동, 대중들의 공감의 힘을 바탕으로 정책과 제도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조금 긴 호흡으로 사업을 밀고 나가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작년에 이어 같은 제목으로 진행되는 지속사업이 몇 개 눈에 띌 것입니다. ‘식당여성노동자 인권적 노동환경 만들기’와 ‘낙태 범죄화 대응활동’ 그리고 ‘이달의 토론’이 그것 입니다. 식당여성노동자 사업은 작년에 많은 사회적 관심을 받았었는데요. 구체적인 식당문화의 변화와 노동 환경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올해는 식당노동자들의 호칭도 공모하고, 지자체의 정책변화도 모색하려 합니다. 그리고 2010년에 낙태를 둘러싼 시민들의 인식과 현실을 드러내는 작업을 했었다면 이젠 한발 더 나아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이를 사회에 효과적으로 알리는 일, 그래서 인식변화를 바탕으로 한 법의 변화를 만드는 기획입니다.
작년 ‘이달의 토론’과 ‘식당여성노동자의 인권적 노동환경을 만들기’ 활동은 전국적으로 지부들과 함께 진행되었는데요. 전문가와 활동가 그리고 지역회원 등 모두가 목소리를 낼 때, 다채로운 지역들의 활동이 함께일 때 그 결과가 흡족해지고 대중에게 매력적인 내용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도 작년 공동사업은 이어가면서, 성폭력 상담소와 지역자치 인력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인 ‘아동지킴이 집 모니터링’을 추가합니다. 성폭력 이슈에 지역자치 역량까지 보태져 진행된다면 지역의 여성이슈로 조직화가 되는 경험까지 추가로 갖게 되겠지요? 종축, 횡축으로의 확장. 우리의 주체적 역량강화 와 더불어 사회적 역량확대로 연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꿈과 비전을 위해
회원을 공부하고, 별칭을 고민하다
외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여성운동발전에 있어 민우회는 내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중요한 단체임을 확인하게 됩니다(자화자찬모드 작동). 그만큼 그동안 선배들의 역할이 중요했고 훌륭했으며, 우리 회원들의 노력이 많이 투여되어 빛을 내었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내려는 몸짓 속에서 이루어 낸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도리어 관성에 묶일까하는 지나친 두려움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 은 아닌가하는 불안도 있답니다. 진정한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2011년은 두려움에서가 아니라 꿈과 비전을 위해 움직이고 싶습니다. 그것을 만드는 첫 번째 일은 회원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회원은 누구일까? 어떤 사람들의 어떤 생각과 어떤 바람들을 품고, 미래를 꿈꾸고 기획하고 있을까?’ 민우회원 통계분석 및 지역여성 조사사업을 진행하고 지역순회교육도 강화합니다. 회원의 욕구와 주변 환경을 이해함으로써 운동을 전환시키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만드는 힘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지부와 본부, 부설 다 같이 공을 들여야 가능한 사업일 것입니다.
얼마 전 신입 활동가 채용면접 시 나온 이야기입니다. 우리 이름을 보곤 머리 뽕 넣은 아줌마들의 모임인줄 알았다는 다소 충격적이나 조금은 익숙한 발언(?)을 들었습니다. 이름이 가지는 올드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24년의 역사가 배어있는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이후 우리의 비전과 전망까지 담아야하는 엄청난 일일 수 있습니다. 더욱이 성공의 경험이 잔뜩 배어있는 단체명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아주 참신하게 애칭이라도 지어 새로운 입소문을 타도록 해보자는 의미로 민우회 별칭 짓기를 재미있게(!) 진행해보기로 했습니다. ‘행복중심’_한국여성민우회, 혹은 ‘여자들의 친구’_한국여성민우회 등. 예들마저 이미 올드한가요? 역시 재치발랄 회원 여러분의 적극적 참여로 만들어야겠죠?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 어렵다고 생각하면 한없을 것입니다. 그냥 젊은 미래 세대들에게 매혹적으로 보이는 별칭으로 가볍게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작년엔 참 재미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지금까지와 같은 참신한 문화행사와 함께 소액이지만 다르게 후원금이 모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블로그에 답변을 열심히 다는 사람들, 포털사이트에서 시작된 기부문화 중에 하나인 ‘해피빈’이라는 이름의 콩을 보내주는 사람들. 그렇게 모인 콩이 상당한 액수의 후원으로 환산되는 것을 보면서 사업비를 네티즌으로부터 지원받아 펼치는 것도 참 의미 있는 일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대중과의 호흡, 그리고 그들이 보인 열정만큼이 모금으로 연결되는 경험이었지요. 올해도 작년에 경험한 이 성과를 더욱 강화하려고 합니다.
대충만 살펴봐도 참 만만치 않은 사업계획입니다. 총회 전, 이사회에서는 줄어든 활동가들과 이 일을 어찌 다 하겠나며 사업을 30%이상 줄이라는 이사님들의 엄명이 있었지요. 하지만 그 이사님들, 결국 사업을 더 늘여야만 하는 의견을 주시는 것을 보며 ‘아! 우리가 해야만 하는 혹은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충만하구나!’ 라는 자부심(?)을 가지게도 되었으니 잘 해 봐야겠지요? 회원님들 우리 잘 해보아요.
전화 많이 갈 것입니다.
멍군●
추위도 생각하기에 따라 즐겨볼 만한 거리일 수 있겠죠?
한강이 꽝꽝 얼어, 강의 동쪽 끝에 있는 집에서 서쪽 끝 사무실까지
얼음 위를 걸어 출근하는 상상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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