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호 [마포나루에서2] 민우회에서 인턴하기-8주간의 북적거림
[마포나루에서2]
[편집자주] 2009년이 끝나갈 무렵, 코끝을 시리게 만드는 강추위가 몸을 움츠리게 만들 때, 민우회에는 그 추위를 녹일만한 따스한 기운과 사람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12월 28일부터 2월 19일까지 민우회에서 인턴활동*을 하게 된 라헬과 가슬,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자원 활동을 하게 된 쏘공, 잉여, 평화, 효부가 그 이유였다.
날이 갈수록 점점 부어가는 눈(?)을 부비며, 자연스레 ‘민낯으로 출근하기’에 동참하며 함께 도시락을 까먹던 라헬과 가슬! 집회에 들고나갈 피켓하나 만들려면 연필로 스케치하고 지우고 또 지우기를 반복하며, 본인들이 만든 홍보물에 유난히 만족하던, “진짜 괜찮은데? 아- 예뻐! 예뻐! 꺄악”을 계속 외치던 쏘공, 잉여, 평화, 효부! 그녀들과 함께해 더욱 유쾌하고 웃음이 만발하던 1, 2월이 아니었나싶다. 두 달 정도의 시간을 매일같이 출퇴근하면서 했을 생각과 느낌들을 나누며, 그 동안의 나날들을 추억하며 반가이 인사하는 그녀들과 만나보자. 라헬과 가슬이 대표로(?) 기억을 전한다.
안녕?
민우회에서 인턴하기-8주간의 북적거림
아, 바쁘다 바뻐!
최다미(라헬) ● 한국여성민우회 인턴활동가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자원 활동가로 함께 한 라헬입니다. 이렇게 글로나마 사랑하는 회원님들을 만나게 되어 너무너무 반가워요. 저는 이번 방학이 대학생활의 마지막 겨울방학이라 어떻게 보내면 알차고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어요. 실은 계절학기도 수강해야 하고 (졸업을 위해) 한자시험도 준비해야 하는 급한 일들이 많았지만, 급한 일보다는 중요한 일을 먼저 하고 싶었기 때문에 경희NGO인턴십에 지원했답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첫 출근을 한 날엔 광화문에서 ‘회식문화 바꾸기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추운 날씨에 꽁꽁 싸매고 입김을 호호 불다보니 입김이 머리카락에 달라붙어서 얼음조각을 만들기도 했답니다. 생애 처음 느껴본 입김으로 얼음을 만들 정도의 날씨는 저의 몸을 얼어붙게 했지만, 저의 작은 목소리로 인해 여성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니 힘이 불끈불끈 솟았어요.
이번 경희NGO인턴십 4기 친구들도 다른 NGO단체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겠지만, 우리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일하고 있는 저와 가슬은 다른 친구들보다도 더 열심히 한다고 자부합니다.
여성주의에 대한 세미나도 함께하고, 정보워크샵도 하고^^ 지난 1월 23일 불광에서 열렸던 민우회총회에서는 민우회후원금을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Marks&spencer에서 후원받은 옷을 열심히 팔고 또...직접 사서 입고(^.^) 회원님들과 북적북적- 총회는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답니다. 1월에는 총회를 준비하며 거의 시간을 보냈는데 오랫동안 준비한 총회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듣게 되어 매우 기쁜 요즘입니다.
저도 내년 총회엔 대의원으로 참석합니다(이번에 회원이 되었어요!^^). 여성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위해 여성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사실이, 저 스스로가 따뜻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우리 회원님들은 저보다도 먼저 따뜻한 사람이셨잖아요. 우리가 힘을 내서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요.
라헬 ● 사람냄새 나는 사람이 되고 싶은 최다미입니다. 라헬이에요.
민우회, 따스함과
신선함이 가득한 그 곳
심가슬(가슬) ● 한국여성민우회 인턴활동가
사실 전 민우회, 아니 시민단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NGO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음... 솔직히 대학생으로서 사회에 발돋움할 ‘경력’이 필요했고,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이왕이면 ‘뜨거운 경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한국여성민우회에 배정받은 후 인턴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도 이제 커리어우먼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인가~’하는 설렘과 낯선 사람들과 일한다는 두려움,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첫 출근! 제가 상상해왔던 민우회가 와르르 무너졌어요. 엄마와 같은 이미지의 분들이 4~5명 있는 아주 소규모 단체를 생각했었거든요. 우선 제가 출근하게 된 곳은 한국여성민우회 본부였고, 다양한 연령대의 상근자들이 계신 것에 놀랐어요. 저와 함께 다른 인턴 한 명과, 4명의 자원봉사자도 함께 일한다는 것이 기뻤구요. 무엇보다 가장 놀란 것은, 모두가 나이에 상관없이 별칭으로 부르고 말을 편하게 한다는 것! 초등학생 때 부르던 별명을 사회생활에서 모두가 부르면서 지내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작지만 큰 충격과 신선함을 느꼈답니다. 시니컬한 회의시간을 빼곤~ 언제나 웃음과 열정이 넘치는 민우회에서 방학 동안의 8주, 아주 멋지게 보낼 것 같다는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당.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어리벙벙 앉아만 있던 제가, 나만의 책상에 앉아 자연스럽게 노트북을 켜고 따뜻한 녹차 한 잔을 즐길 정도로 이제는 민우회의 일원으로서 익숙해진 생활을 지내고 있어요. 900회 수요집회 참석, 상근자들과 함께한 세미나, 총회와 바자회까지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모두 다 재미난 추억으로 남게 되었어요. 여러 세미나를 통해서 민우회에 대해, 여성으로서 내가 나아갈 길에 대해, 그동안 좁고 좁았던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눈에 대해 많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요즘 대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는 민우회의 모습에 대학생으로서 매우 반가운 마음이 들어요. 대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민우회가 할 수 있는 일.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 바로 그것, ‘공감’이라고 생각해요. 대학생과의 대화의 장을 많이 마련해서 그들의 공감을 얻는 것,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함께 하려면요~히힛. 민우회가 각 학교 여학생회와 연계를 맺어 대화의 장을 펼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1:다수의 강의식이 아닌, 데이트 폭력이나, 아르바이트 성차별과 같은 일상적이면서도 그냥 지나쳐버릴 수 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시시콜콜 털어놓을 수 있는 기회 말이죠. 저처럼 민우회라는 단체에 점점 알아가면서 애정을 키워가는 학생들이 많이많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이번 민우회에서의 인턴은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처음 벗어나 사회라는 큰 웅덩이에 퐁 빠지게 된 기회였어요. 앞으로 제가 헤엄칠 크나큰 웅덩이에 비하면 아직은 엄지발가락만 푹 담가본거지요:) 그래도 한국여성민우회란 웅덩이에 담가보아 참 따뜻하고 다행이었어요!^^
짧은 기간이었지만 모두와 함께 이야기하고 웃으며 일하는 법을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사실 여성주의에 대한 사고와 가치관이 제 머릿속에 콱 자리 잡은 건 아녜요. 그래도 친구들에게 그동안 무심코 지나쳐왔던 우리들의 권리, 여성으로서의 권리를 찾으면서 지내자라고 당당히 이야기해줄 수 있는 가슬이 된 것 같아요. 민우회에서의 일 모두 새록새록 떠오를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앞으로도 민우회의 유쾌하고도 환희찬 질주 계속해주세요. 항상 뒤에서 지켜볼게욤!
가슬 ● 종종걸음으로 다다다!
뛰어가는 꼬맹이 가슬, 웃는 모습이 아른해요.
* ‘씨티銀,-경희대 NGO인턴십 프로그램’에 민우회가 참여단체로 신청, 라헬과 가슬이 오게 되었다. 참가자가 북적여 단체에 배정받지 못한 친구들도 있다하니 우리들의 인연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소중한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본문에는 ‘경희NGO인턴쉽’이라 표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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