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호 [마포나루에서] 민우회에서, 하이디의 일 년 나기
[마포나루에서] 민우회에서, 하이디의 일 년 나기
김희정(하이디) ●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권팀
민우회 사무처에서 생활한지가
어느새 일 년이 지나가고 있다.
민우회 회원이 아닌
사무처활동가로
문을 두드렸을 때의 설렘과
내 손을 잡아주었던
민우회에 대한 고마움은
격찬 결심으로 시작되었다.
되돌아보니
지금은 그 때처럼
설렘과 고마움이라는
산뜻한 느낌보다는
내가 일하는 공간으로서의 민우회,
가난한 재정이지만
사람이 자산인 민우회가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
하나...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민우회에서 내가 맡은 주담당 역할은 회계이다.
민우회 재정은 대부분 회원들의 회비와 재정사업, 민우회를 아끼는 분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숱한 회의를 통해 용기를 내어 얻은 은행대출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지출은 최대한 작게 적게, 그리하여 2009년 말 민우회의 당기수지차는 흑자로 돌아서게 되었다. 분기별 결산보고를 할 때마다 민우회 재정을 걱정하는 회원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고하는 것이지만 걱정과 염려를 선물하는 것 같아 수입에 0을 두어 개 더 붙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던 지난 일 년이었다.
회계의 시간은 유수보다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엊그제 공과금 납부한 것 같은데 어느새 고지서가 내 자리로 또 날아오고, 손꼽아 월급날을 기다리는 활동가와는 다르게 월급날은 왜 이리도 급하게 찾아오는 것인지, 월 결산, 분기별 결산 이렇게 시간은 착실하게 지나 민우회 2009년 재정의 문을 닫았다.
2010년 민우회는 또다시 재정사업을 연구하고 기획하고, 회원을 넓혀나가고, 민우회의 가장 큰 자산인 회원들을 독려하여 우리 모두를 건강하게, 뿌듯하게 만들 무언가를 할 것이다.
작년에는 세나가는 것 없이 결산을 잘하는 것이 나의 몫 이었다면 올해는 시간과의 달리기에서 이겨 민우회 전체사업을 내다보고 재정운영을 할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 년간 회계를 했으니 올해는 쫌 많이 수월하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내심 생각했지만 작년에 겪지 않은 생소한 일들이 2010년 자꾸 생기고 있다.
역시! 회계는 쉬운 일이 아니 구나라는 실감과 민우회 회계신동 똥글처장이 가까이 있어도 보고 싶어 나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똥글에게 전화를 건다. 똥글, 어디 멀리가지는 말아요~
둘...
민우회에서 2009년을 보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故최명숙 선생님이다.
가끔 사무실에서 뵈었고, 여성재단 건강지원 사업과 관련하여 병문안을 갔었던 기억, 그리고 병문안 가서 준비했었던 말들(재정사업이었던 연극아트에 대한 이야기들)이 끝나고 달리 할 말이 없어 어색했었던 기억, 그리고 선생님은 돌아가셨다. 선생님을 아는 많은 이들이 슬퍼했다. 뜻밖에도 나의 지인이 “명숙이 잘 알지? 명숙이는 훌륭한 여성운동가야...” 그렇게 선생님을 추억하고 애도했다. 왜 좋은 사람, 훌륭한 사람의 가치는 뒤늦게 깨닫게 되는 걸까?
민우회가 선생님을 보낸 2009년에 내가 있었고, 슬픔과 죄송함이 더했었다.
셋...
민우회를 이해하는 주입식(?!) 방법 중에 한 가지는 <여성운동 새로쓰기>를 읽는 것이다. 누군가는 민망한 우리자랑 이라고도 했는데 나는 이 책을 읽고 감동받아 어디 나가서 ‘민우회를 자랑할 수 있는 힘으로 삼고 있다. 여기까지는 민우회 회원으로서의 자부심이고 그런 민우회의 상근활동가로서 스스로 열심히 살자’라는 다짐도 하지만 가끔씩 회계에 치여 하루를 다 보내고 급하게 무언가를 읽으며(주로 여성학 서적이다) 아쉬움으로 마감하곤 한다.
내가 생각하는 여성운동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민우회에서 내가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을 반복하고 답을 찾아가면서 얻는 결론은 여성운동도, 민우회도 회계담당자가 없으면 안 된다는 나만의 결론! 내가 회계담당자여서 민우회에 자리 잡고 상근 2년차에 민우회 전체사업을 내다보려고 기웃거릴 수 있구나 하는 나만의 자족감 *^^*
작년에 ‘7급 공무원’이라는 영화를 봤던 기억이 문득 난다. 마포나루에서 올해 나에게 거는 주문은 “나는 평범한 회계가 아니야”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평범한 무언가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품고 있다는 내막인데 나도 내가 품고 있는 이상과 가치가 나의 일을 통해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하이디 ● 마포나루에서 길 건너 건너면 집인데 이사해서 아쉽다.
집과 직장이 가까운 기쁨을 아는 하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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