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6월호 [민우ing] 막돼먹은 언니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긴
[민우ing] 막돼먹은 언니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긴
초특급메가울트라파워급의
‘매직쿠폰북’이
지금, 당신을 만나러갑니다!
바람(이소희) ● 한국여성민우회 반차별·회원(청춘)팀
막돼먹은 언니는 누구누규?
5월 5일, 빨간 날임에도 불구하고 성별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일하고픈 욕망을 가진 여자들이 첫모임을 가졌다. 외유내강 마법소녀와 자칭 막돼먹은 쨔스와 바람과 숨이 모여 ‘매직쿠폰북1’이 누가, 어떤 목적으로 활용하면 좋을지를 말한다. “나는 이 책이 선택을 연습할 수 있는 책이 되면 좋겠어. 성희롱을 겪었을 때 많이들 ‘그냥 참고 넘어가자. 그만두자.’ 이렇게 생각하잖아. 그런데 참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해. 일단은 부당함에 대해 저항하고 싸우려고 마음먹고, 여러 상황을 고려하고, 연구하고 행동한 다음에 포기할 수는 있어도 참는 것은 선택이 아니잖아. 그래서 ‘매직쿠폰북’이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고, 이 매직쿠폰북을 보면서 일하는 여자들이 선택을 연습할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라.” 그렇게 우리는 일하는 여성노동자라면 누구나 활용 가능한, 위트와 재치가 넘치는 액션을 연습할 수 있는 ‘매직쿠폰북’을 만들어 보기로 결정한다.
막돼먹은 언니들이 강남에 떴다!
5월 10일, 저녁 7시 강남역 3번 출구에는 퇴근하는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깔끔하게 정장을 입고, 또각또각 어디론가 향하는 여자들. ‘그녀의 오늘은 어땠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당신의 직장생활은 안전하십니까?’
강남역에 위치한 어느 빌딩 7층에서 이름을 부른다. “마소, 마법소녀님!” 평등한 직장을 만들기 위해 결의를 다진 언니들2이 강남역 어느 빌딩 7층에 하나둘 모인다. 지난 5일 모임에서 우리는 몇 가지 상황을 설정했다. 회식자리, 손님접대, 다양한 잡무 등.등.등! 오늘 우리는 각 상황별 자기경험, 직장동료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나누기로 한다.
매직쿠폰북 # 1 _회식자리 노래방에서
‘회식자리’ 라고 운을 띄우는 순간! 도심의 수많은 불빛만큼 이야기가 쏟아진다. “회식 자리에서 블루스 추자고 제안 안 받아 본 사람 없을 걸?” “맞아, 맞아. 전에 다니던 회사 전무는 블루스 추면서 여직원 가슴을 대놓고 만지더라. 아휴- 욕이 다 나오더라니까.” “나는 그래서 블루스 추자고 하는 상사가 오면 그의 양손에 고이 마이크를 쥐어줬었어.” 양손에 고이 마이크를 쥐어줬다는 그녀의 센스있는 대응에 다들 웃는다. “그런데 성희롱을 겪은 후에 모르는 척 넘어가면 상황이 더 어색해지는 거 알아? 가해자 그놈을 어찌 봐야할지, 괜스레 주변 동료 눈치도 보이고…. 그런데 솔직하게 내 기분 이야기하고 사과 받으니까 오히려 그놈 얼굴 보기가 낫더라.” 그렇다. 이렇게 우린 없었던 일인냥 침묵하기보다는 회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상황에 대해 감정을 발설하는 것이 나를 얼마나 자유롭게 하는지를 경험을 통해 깨닫는다.
매직쿠폰북 # 2 _회식 후 귀가길 택시 안에서
“늦게까지 회식자리에 있다 보면, 택시를 타고 집에 가잖아. 그때 어찌나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하는지. 난 그때 택시 안에서 당했다는…. 그런 경험들은 없었어?” “없긴 왜 없어. 아휴.” “나는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하는 놈들이 있으면 눈앞에서 콜택시를 불러. 핸드폰에 콜택시 번호 하나쯤 저장해두는 센스!” “나는 ‘데려다 준걸로 칠게. 택시비나 줘!’ 이렇게 말했었어. 흣.”
어처구니없는 놈들의 행태에 실소를 터트리며, 기지를 발휘한 서로의 대응력에 감탄의 박수를 치면서도 우리는 생각한다. 스스로를 ‘유별난 사람?사회부적응자’라고까지 의심하는 심리적 고통을 겪으며, 자유롭기 위한 끝없는 고민과 노력을 왜 나만-여자들만-하는 거지? 그렇게 우리는 ‘매직쿠폰북’이 나오면 여성노동자뿐만 아니라 직장 내 상사, 각 기업 인사 관리자에게도 배포하여 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는 디딤돌로 만들겠노라고 마음먹는다.
매직쿠폰북 # 3 _손님접대와 잡무에 대한 이야기
“아침마다 회의를 하는 우리 사무실은 꼭 막내 여직원에게 차를 가지고 오라고 한다.
찻잔에 차받침까지 그리고 종류별로 대령해야 하는 차심부름의 노고를 고매하신 어른들은 알고 있을까? 여기가 다방은 아닌데…….”
고용평등상담실 사례를 각색하여 전하니 ‘나, 한번쯤은 차심부름 해본 여자야’라는 표정이다. 또 자기 경험이 술술 나온다. 사무실 막내 여직원이었던 시절, 출근해서 다른 직원들 책상을 닦고, 찻잔 설거지를 하다 보니 손에 주부습진이 걸리기도 하고, ‘더 이상 못 참는다’고 문제제기를 하니 그 일을 하지 않게 되었단다. 헌데 다른 여직원이 이 일을 맡아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었다고. 이럴 땐 어쩌지? 도심의 불빛처럼 막돼먹은 언니들의 지혜가 반짝반짝 빛난다.
“이럴 땐 옆에 있는 여자들과 함께 손을 잡아야 해.
연대가 필요한 순간이지!
함께 문제제기를 해야 해. 문제제기는 단순한 불만표출이 되서는 안 돼!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서 화살이 단순히 나만 피해가는 것이 아니라 ‘성역할 고정관념’이라는 화살 그 자체를 부러뜨려야해.”
“회의실 안에 커피포트와 컵, 각종 차를 구비해두고 직접 차를 마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어때?” “주번제도를 만들어서 돌아가면서 커피심부름을 해도 좋고!” “모든 여직원이 연대해서 차를 엄청 맛없게 타자!”
“아, 우리는 얼마나 억압받아왔는가? 아, 우리 투쟁의 역사는 어찌나 장황한가?” 내공 있는 여자들의 수다는 저녁 7시에 시작해서 밤 11시가 넘어서까지 끊이지 않았다. 발칙하고 주옥같은 말들을 이 짧은 지면에 어찌 다 담을 수 있으리오. 하지만 아쉬워 마시길! 6월 중순 발간예정인 ‘직장여성들의 필수품! 매직쿠폰북’에 막돼먹은 언니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길 테니까. 유머와 재치를 품고, 통쾌하게 말할 수 있는 스킬전수에서부터 성희롱과 성차별을 슬기롭게 대처한 언니들의 기운찬 말과 구체적인 법적대응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초특급매가울트라파워급의 ‘매직쿠폰북’이 지금, 당신을 만나러갑니다!
바람 ● 매직쿠폰북이 내심 많이 궁금한 봄날의 바람입니다! 깍웅!
1. '평등한 직장을 만들기 위한 매직쿠폰분' : 성희롱과 성차별이 만연한 직장문화를 바꾸기 위한 언니들의 필수 매뉴얼
2. ‘평등한 직장을 만들기 위한 매직쿠폰북’ 두 번째 기획회의에는 마법소녀, 쨔스, 프마, 숨, 바람이 모였다. 매직쿠폰북 기획팀은 날로 날로 증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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