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호 [민우ing] 2011년, 성폭력상담소의 상담통계
■ 민우ing
2011년, 성폭력상담소의 상담통계
‘어렵지, 않/아/요~!’
최김하나(하나) ●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2011년 한 해도 어김없이 열심히 상담 활동을 펼친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 상담소입니다. 올해는 687건에 대한 상담을 총 1,304회 진행했네요. 한 달 평균 약 109회 정도의 상담을 진행한 꼴입니다. 상담은 평일 업무시간에 대부분 진행되기 때문에 하루 평균 5회를 소화한 셈이고요. 5명의 상근활동가와 5-6명의 자원 상담원들이 각자 하루 걸러 1회씩의 상담을 연중 내내 진행했다고 생각하면 그 규모가 짐작이 가시겠지요. 이렇게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상담 활동에 대해 날마다 일기를 쓰지는 못해도, 해마다 ‘연기年記(?!)’를 통해서라도 내부적으로는 총정리를 해보고, 또 한 해의 상담 활동을 궁금해 하실 회원들께 생색(?)내볼 수 있는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그림1>의 상담 방법별로 살펴보면 2008년도 이후 전화 상담이 회수와 비율 모두 해마다 증가를 거듭하는 추세이고, 2011년에는 1,056회(81%)의 상담이 전화로 진행되었습니다. 대신 2010년부터 온라인 상담 접수를 공식적으로 중단한 연장선에서 이메일과 온라인 게시판을 통한 상담은 78회(6%)로 대폭 감소했네요. 면접 및 방문∙동행 상담은 170회(13%)로 전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내담자와 상담원 상호간의 소통이 가장 원활한 방법은 아무래도 얼굴을 마주하고 진행하는 면접 상담이겠지만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아직은 전화 상담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2011년에는 되도록 한 번의 상담에 그치기보다는 연속적으로 상담이 이루어지도록 도모함으로써 내담자의 역량 강화에 보다 기여할 수 있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 중의 하나가 면접 상담의 비중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2012년에도 계획적인 연속상담 비중 상승에 좀 더 신경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표1. 성폭력 상담 외 상담 현황>
성 상담 (61회) |
기타 |
합계 | ||||||||
자녀 성교육 |
연애 |
피임·임신 |
성욕구 |
성매매 |
성병 |
성지식 |
자위 |
성 정체성 | ||
16건 (17회) |
13건 |
12건 |
6건 |
4건 (5회) |
2건 (3회) |
2건 |
2건 |
1건 |
38건 (42회) |
96건 (103회) |
<표1>처럼 2011년에는 성폭력 상담 외의 항목인 ‘기타 상담’의 빈도가 2006년 이래 가장 높게 나타난 103회(96건)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자녀 성교육 관련 상담 16건, 연애 관련 상담 13건, 피임∙임신에 관한 상담 12건 순으로 나타나네요. 내담자들의 성 관련 관심사항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겠지요? 이런 상담 자료들은 상담소에서 성 문화 관련 사업을 기획할 때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
답니다. 그런데 기타 상담 중에서도 다시 기타 항목으로 분류되는 상담이 38건에 달하고 있어 앞으로는 이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겠습니다.
성폭력 상담은 총 591건에 대하여 1,201회의 상담을 진행했고, 그 중 피해자가
직접 상담한 경우는 751회(62.5%), 제3자가 상담한 경우는 372회(31%), 가해자에 대한 (교육성)상담은 78회(6.5%)입니다.
피해자-가해자 관계나 피해 유형과 같은 항목들은 해마다 커다란 변동이 거의 없는 편이지요. 우선 <그림2>의 피해자-가해자 관계별로는 직장 관계자가 117건(21.5%)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기타 지인이 90건(16.5%), (전)데이트 관계∙배우자 62건(11.4%), 친∙인척 58건(10.6%), 친∙의부 29건(5.3%), 교∙강사 25건(4.6%), 선∙후배 23건(4.2%), 이웃 17건(3.1%), 채팅 상대자 11건(2%)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림3>의 성폭력 피해 유형별로 살펴보면 성폭력 피해 유형이 파악된 상담은 565건이고, 피해 내용을 중복 체크하여 취합한 결과 성추행∙성희롱 피해가 363건(54.9%)으로 가장 많고, 강간 피해가 222건(33.6%), 스토킹 피해가 44건(6.4%), 통신매체 이용 피해가 32건 (4.8%)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준강간 사건에 담긴‘세상의 모든 성폭력 통념’ <그림3>과 같이 강간 피해 중 준강간 피해 상담은 40건 입니다. 강간 피해의 18%, 전체 성폭력 피해의 5.8%에 해당하는 수치이네요.
이 준강간 상담 내용 속에는 성폭력 사안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각종 문제점이 종합적으로 드러납니다. 준강간 가해자의 27.5%는 피해자의 상사나 동료 등 직장 관계자입니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에 의한 준강간 피해 12.5%를 제한 나머지 관계 역시 모두 직∙간접적으로 아는 사이(약 60%)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장 관계자로부터의 피해는 대체로 회식 자리에서 피해자가 술에 취한 틈을 이용하여 가해를 저지르는 경우들인데, 피해자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술에 취한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스스로를 원망하거나 혹은 주변에서 그러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것을 염려하여 적극적인 대응을 망설이게 됩니다. 직장 내에서는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는 사실 자체가 여성의 치부가 되어버리는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있고, 법적 대응을 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여 가해자의 유죄를 입증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고, 가해자는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기는커녕 모르쇠로 일관하거나‘너도 즐긴 것 아니었냐’며 피해자를 매도하는 식의 적반하장 태도로 나오다보니 가뜩이나 피해 사실 자체만으로도 혼란스러운 피해자는 더욱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죠. 준강간 행위는 피해자가 술에 취했음을 탓하거나 남성의 취중 가해 행위에 관대한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폭력 통념에 힘입어 이루어진다 할수 있습니다.
게다가 피해자의 분노, 충격, 고통의 크기에 비해 가해자가 사건을 대하는 태도는 너무 가볍거나 아무렇지 않다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하기도 하지요. 피해자는 바로 그 지점에서 피해 자체에 버금가는 감정을 경험하게 되고요. 다시 말해 피해자가 느끼는 사안의 심각성이 사회적으로 폭넓게 이해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2011년에는 가해자의 직업, 피해자-가해자의 관계, 피해 발생 장소 등에 대해 단순 유형별 분류와 더불어 세부적인 자료 취합을 시도했는데 그 결과가 꽤 흥미롭습니다. 각 항목에서 집계된 내용이 너무나 다양해서 일일이 언급할 수가 없을 정도인 것이죠. 다시 말해 가해자의 직업은 각양각색, 피해자-가해자의 관계도 천차만별, 피해 발생 장소 역시 이곳저곳 해당되지 않는 곳이 없더라는 겁니다.
여러분이 그 어떤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더라도 전부 집계된 내용에 포함될 것이라고 감히 장담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성폭력 문제가 이렇게 일상 도처에 널려있음을 확인하는 것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 요인을 차단하는 것이 아닌 모두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몇몇 장소나 사람을 조심하라고 피해자를 통해 사건을 예방하려는식의 태도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문제임을 인식하고 하루 속히 정책의 방향이나 제도가 변화하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성폭력 상담소에서도 일상에서의 인식 전환과 성적의사소통 방식의 변화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움직이는 중입니다.
그 일환으로 2012년에는 조직/공동체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에 대한 단순한 처벌을 넘어 성폭력을 조장하는 문화에 대한 성찰과 변화를 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확산하는 활동을 펼칠 예정이기도 합니다.
2011년에 이어 2012년에도 성폭력 상담소는 내담자의 역량을 보다 강화할 수 있도록 충실한 상담 활동을 진행할 것입니다. 관심 갖고 지켜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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