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겨울 [민우칼럼 창] 조직문화, 평등한 소통이 답이다!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이유는 자신의 활동이 만들어 내는 가치와 의미를 알기 때문이다. 또한 느리더라도 공유와 소통으로 지금보다 나은 사회를 기대하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버젓한(?) 직장이라 인정받지 못해도 그 안에 각자의 삶을 충족시키는 요소들이 충분히 있으며, 구성원들과 더불어 욕구 충족을 위한 의지를 내기에 힘이 된다. 그런데 때때로 문제가 발생한다. 그 문제는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나, 조직의 문제이기도 하다.
문제가 되는 조직문화! 원인은 무엇이고 답은 있는 것인가?
“조직문화에 있어 무엇이 문제임을 아는 이들은 구성원 중 소수이다. ‘변화 가능하다’는 답은 있으나, 나서서 그 답을 향해 애써 노력하지 않는다.” 이것이 나의 생각이다.
조직을 구성하는 이들이 있고 조직이 이어져간다면, 축적되는 조직의 활동은 외부로 선명하게 색깔이 나타난다. 이에 반해 언뜻 언뜻 보이기도 안보이기도 하는 게 조직문화다. 보이든 안보이든 조직문화는 일상적으로 늘 살아있다. 그렇기에 조직문화가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긍정적인 조직문화는 구성원들을 성장시키고 활동의 의미를 북돋운다. 하지만 안 좋은 조직문화가 자리할 시 언젠가는 문제가 발생하고, 피해자가 생기고, 구성원들은 실의에 빠지고, 조직은 내·외부적으로 상처를 받는다.
안 좋은 조직문화의 핵심은 단연코 권위주의적인 위계문화, 보수적인 성역할 고정관념, 남성중심 성차별적인 문화, 잘못된(이중적인) 성문화로 정리된다.
나이가 벼슬인가? 나이 많음을 권위로 방패삼아 자기 목소리를 높인다. 무의식중에, 때로는 당연하게 직급이 주는 위계를 행사하려 한다.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는 활동가를 수평적으로 대하지 않고 중견, 대표의 직함을 누리려 한다. 질서라는 이름으로.
연대활동의 장(場)도 예외는 아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처음 보는 어린 활동가들에게 반말을 하고, 심부름을 시키는 일이 정당화된다. 아무렇지도 않게 ‘예쁘다, 섹시하다’는 말로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든다. 여성이 성적 대상이 되는 것은 운동조직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술이 매개가 되는 뒤풀이 문화에서는 어떤가. 분위기를 돋운다는 명목으로 언어적인 성희롱이 난무하고 성폭력이 발생하기도 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런 분위기에 제동을 거는 사람이, 문화가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지속된다. 나이가 어려서, 년차가 짧아서, 여자니까 감내해야 하는 일이 아님을 알지만 문제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 성폭력을 행하는 문제적인 개인과 그런 행위가 재생산되는 구조적, 문화적 요인이 견고하게 자리하는 한 조직문화의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
문제라고 인식될 때 눈치를 보지 않고 이야기를 공론화할 수 있는가? 이것이 개별 단체 조직문화의 척도이다. 평등한 조직문화는 이상이 아니다. 또한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하여 이런 질문이 필요하다. 우리는 평등한 조직문화의 필요성을 느끼는가? 조직문화의 장·단점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할 소통의 의지가 있는가? 일상에서 평등한 조직문화 실천 방안을 상상하고 탐색하는가? 조직 내 의사소통의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가?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는가?
조직문화를 위한 첫 걸음은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이제는 '달라져야한다‘는 의지를 모아내는 일이다. 다음은 평등한 관계를 위한 소통이다. 소통은 사실 어려운 과제이다. 변하려는 진정성이 뒷받침되어야하며 끊임없는 시도가 뒤따라야 한다. 진정한 소통은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져 있는 나이나 직급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자신의 성별고정관념을 알아차리기, 다른 구성원(특히 여성)들의 경험을 귀 기울여 듣고 나누기,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기, 차별과 폭력에 대해 민감해지기 등 여성주의 감수성을 필요로 한다. 일상에서.
누가 변해야 하는지 우리는 알고 있고, 알아야 한다. 바로 잠재적인 문제 소유자들이며, 그들을 수용하는 조직이다. 조직은 ‘변화 가능하다’는 답을 신뢰하자. 그 답을 향한 ‘말하기’에 서로 용기를 내자. 시민단체 조직문화, 평등한 소통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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