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겨울 [모람활짝] 발랄한 퀴어액션을 꾀하다 - 소모임 일이삼반 인터뷰
[모람활짝]
발랄한 퀴어액션을 꾀하다 - 소모임 일이삼반 인터뷰
김진선(제이) 성평등복지팀
여는 한국여성민우회 퀴어 소모임 ‘(돌아온) 일이삼반’. 다양한 성정체성을 가진 회원들이 모여 퀴어에 관한 활동을 하는 모임. 올해 4월에 결성. 모이자마자 소책자 <퀴어의 맛>을 창간. 퀴어문화축제를 위한 ‘커밍아웃 노하우’ 설문조사 판넬과 ‘커밍아웃 어워즈’ 트로피도 제작. 사흘이 멀다 하고 번개모임을 하는가하면 엠티를 2박3일로 다녀온다. 놀기만 하는 것 같았는데 어느새 또 <퀴어의 맛> 2호를 떡하니 펴낸다. 대체 그 마력이 뭐길래! 인터뷰를 빙자하여 끼어들어가 보았다.
** 원치 않는 방식으로 성정체성이 밝혀지거나 오해받지 않도록 기존 별칭에 또 별칭을 사용했다. ‘라할’이 아직 도착하기 전, ‘방여술’, ‘앨리스’, ‘미아,’ ‘시안’과 함께했다.
열정적인 활동이 인상적이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열심히 한다. 대체 왜들 그러는 건가? 동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방여술: (지체없이 바로) 앨리스. 소모임 담당활동가 앨리스의 위신을 세워주기 위해서(웃음).
앨리스: 모임 생긴지 얼마 안 됐으니까 그렇지. 연애랑 똑같은 거지 뭐.
방여술: 재밌는 게, 거주지가 가깝다. 어떤 날은 저녁에 맥주 마시고 커피도 마시고 다음날 아침 먹었으니까 내친김에 점심도 먹는다. 어차피 할 일 없는 거 다 아니까. 친구가 없었던 게 큰 동력이었던 것 같다(웃음).
....정말 그렇게만 써도 되나?(웃음)
미아: 농담이다. 퀴어 모임이라는 것 자체가 동력이 되는 것 같다. 모임 성격상 밖으로 쉽게 오픈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나눈다. 그렇게 스스로 고민을 많이 했던, 사적인 주제랑 맞물려 가는 모임이다보니 서로 많이 친해질 수밖에 없다.
시안: 소책자 <퀴어의 맛>이 되게 좋은 게, 퀴어 소모임이다 보니 우리끼리 끈끈하게 온갖 얘길 다 해도 그걸 드러낼 수가 없다. 어떻게 보면 되게 폐쇄적일 수 있다. 근데 우리가 바깥이랑 소통할 수 있는 공식적인 라인이 <퀴어의 맛> 같다. 멤버들이 엄청나게 열심히 하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바깥에선 못하니까 우리끼리 모였고, 막 얘길 하고, 그럼 또 그걸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퀴어의 맛>. 그래서 책자 내용도 내가 생각했던 ‘찌라시’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나오게 되는 것 같다.
방여술: 나는 앨리스가 꼬셔서 들어오게 됐는데, 그때 앨리스랑 친하진 않았는데도 단번에 그냥 하겠다고 했다. 민우회에서 퀴어 소모임을 한다는 게 나한테 좀 큰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민우회는 너무 좋은 여성주의 단체인데 퀴어 쪽도 좀 많이 얘기해주면 좋겠다, 근데 안 해준다’는 생각이 있었다. 근데, ‘퀴어 모임을 한다니?!’ 그래서 들어왔다.
시안: 예전에 퀴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는 어떤 관계에서 퀴어라는 공통점이 제일 큰 것일 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상대방이 똑같은 퀴어라고 다 잘 맞는 것도 아니고 감수성이 너무나 다를 수 있더라. 난 제일 편했던 게 여성주의, 그것도 사실 다 다르지만, 민우회가 갖고 있는 여성주의 입장이라든가 감수성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거기에 플러스 퀴어니까. ‘이거다’ 했던 거지.
<퀴어의 맛> 참 재밌더라. 만드는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하나 공개해 달라.
시안: 2호엔 수다회가 실려서 사실, 굉장히 날것으로 다 들어갔다.
방여술: 얘기가 많아서 늘 잘리긴 한다. 술자리 얘기가 진짜 재밌는데 모람세상에도 못 올려서 아쉽다.
시안: 근데 모람에도 못 쓰는 얘기이니 함여에는 더 실을 수가 없다. 이번에 ‘서자부치’라는 말을 만든 건 진짜 재밌었다. 우리가 드디어 용어사전에도 한 건 올리는구나.
방여술: 그게 뭐냐면, <퀴어의 맛> 이번 주제가 ‘부치와 팸’이었다. 그때 시안이 와서 ‘그게 대체 뭐냐. 여기 와서 또다시 두 가지 정체성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 같다, 강요된 선택지 같다’라는 의문을 표해 왔다.
미아: 의문이 아니라 포효였어, 포효.
시안: 우리가 그런 과정을 거쳐서 알고 있고 <퀴어의 맛> 이번 호가 거의 다 나왔을 때쯤, 회의를 하는데 내가 ‘그래, 내가 부치라는 것을..’ 아니, 부치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내가 그것이라는 것을 인정했어.’라고 되게 힘들게 얘기했다. 그랬더니 그때 방여술이 ‘왜 말을 못해! 왜 니가 부치라는 것을 인정을 못하니!’라고 말하며 탄생한 용어가 ‘서자부치’다. ‘부치를 부치라 부르지 못하고..’라는 뜻. 지금도 내가 왜 부치임을 말할 수 없다고 느꼈는지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중이다.
- <일이삼반> 자랑을 해본다면?
앨리스: 난 <일이삼반> 하면서, 내가 되게 솔직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
시안: 난 처음에 이 사람들 미친 사람들인 줄 알았다. 미친 여자들이다, 왜 친구 없는지 알겠다(웃음). 근데 요새는 그네들이 하는 말이 뭔지 알 거 같다. ‘야 이 얘기 딴 데서 어딜 가서 하냐’ 이 말이 이젠, ‘아, 이건가? 이 느낌인가?’(웃음)
방여술: 실컷 ‘부적절’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퀴어 커뮤니티가 각 세대끼리 단절이 좀 있는데 여긴 다양한 세대가 있다는 거. 그건 진짜, 엄청난 강점이다.
시안: 사실 퀴어는 일상에서 롤모델이라는 걸 갖기 힘든 면이 있다. 가끔 10년 후, 20년 후의 내 삶이 어떨까를 생각하면서 그런 모델들을 찾게 되는데, 일이삼반에서도 지낼 때는 다 친구처럼 지내지만 한편으론 선배 퀴어로 보게 되는 것도 있다. 그것도 되게 긍정적이다.
앨리스: 술 마시면서 했던 얘기가 다음 번 소책자의 주제가 된다든가 우리가 만들 영상의 컨텐츠로 이어진다. 주로 수다를 떨지만, 소모임 활동 전반에는 공유된 목표가 전제돼 있다. 민우회 안에서라도 우리가 퀴어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해야 한다는 거다. 소모임이기 때문에 작은 일이지만, 중요한 일이고, 파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미아: 자기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거나 퀴어에 대해 궁금하다면 문을 두드려보시는 걸 추천한다. 근데 강한 정신력은 필요로 한다(웃음).
방여술: 신입멤버 와야 하니까 뒷말은 빼 달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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