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상반기 [기획2] 이야기로 기억하기
[기획2]
이야기로 기억하기
여는 민우회 편집팀
1. 모두가 스스로 기업 그 자체가 되었다. 이렇게 모두 스스로 생으로부터 자신을 구해야 하는 독립적인 존재가 되었기 때문에 타인을 생각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우리를 개별적인 존재로 쪼개놓았다. 세월호는 신자유주의 사회의 소우주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만약 공의가 사라진다면 우리의 사회는 스스로 가라앉고 말 것이다. (중략) 오늘날처럼 인간의 삶이 순간적인 때도 없었다. 좋은 삶에 대한 공동(체)의 염려가 사라지게 되면서, 인간의 삶은 이전보다 더 생존에 직면하게 되었다. 오늘날, 지속과 존립을 약속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침몰은 붙잡을 곳이 온전치 못하다는 사실로 그 원인이 소급된다. 이것이 현재에 대한 근본감정일 것이다.
2014년 4월 30일,
웹진 <ㅍㅍㅅㅅ> 한병철 교수가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에 기고한 ‘배는 우리 모두다’ 중에서
2. 10년을 싸우면서 밀양 주민들이 품었던 질문 ‘이 나라는 대체 누구의 나라인가?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 그 질문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품고 있는 지금, 국가가 버린 사람들인 우리들이 함께 손을 잡고 이 시간을 견뎌내길. 그 마음으로 얼마 전 4개 농성장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촛불이 켜졌습니다.
2014년 5월 17일,
<밀양 긴급 뉴스레터> ‘129번 지킴이가
평밭마을에서 띄우는 이야기’ 중에서
3. 나는 난생처음으로 ‘수배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떠올리면 가슴 두근거리고 당장 달려가고 싶은 강정마을과 구럼비를 진심으로 사랑한 것이 죄라면 죄일까. <사랑은 무죄다>라는 노래처럼 ‘이 기분 이 느낌대로 가슴이 차오르는 이대로 들끓는 나의 마음을 너에게 주고 싶었던’ 마음을 갖게 된 것이 무죄가 아니고 유죄인 오늘을 살고 있다.
2014년 5월 20일,
<한겨레21> ‘오늘도 어김없이 11시엔
‘강정마약 댄스’를 춘다’ 중에서
4. 세 모녀와 송씨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주범은 무엇이고, 아버지에게 그런 선택을 강요한 공범은 또 누구인가? 실직한 뒤 11살 아들을 다리 밑으로 내던지고 자살한 가장, 자신이 죽으면 장애 들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단 생각에 목을 맨 50대의 또 다른 아버지, 영양실조로 숨진 30대 청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만으로 살 수 없다며 자살한 60대 부부…. 이들이 죽음이 아닌 삶을 선택하도록 할 해법은 없었나? 없나? 그 답을 찾아 실행하는 데 각자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면 비극은 우리, 아니 내 곁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2014년 3월 2일,
<한겨레>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의
‘세 모녀 비극의 주범과 공범?’ 중에서
5. 전신에 화상을 입은 그는 4월17일 새벽,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러운 생을 마감했다. ‘사고가 나서’가 아니라 ‘사고가 나도록 방치돼서’, ‘불이 나서’ 가 아니라 ‘달아나지 못해서’ 죽었다. ‘장애등급제’라는 그를 죽인 범인을 똑똑히 알고 있는 동료들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그 책임을 인정할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고 했다. (중략)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이렇게 위험한데도 시설 바깥의 삶이 좋은 건가요?” 나는 단호하게 “그렇다”고 말한다. 수학여행을 가다가 배가 뒤집혔다고 수학여행 잘못은 아니잖아요. 그는 그저 사람답게 살고 싶었을 뿐입니다.
2014년 6월 9일
<한겨레21>홍은전 노들장애인야학교사의
‘당신에게 이 사회는 언제나 참사였구나.’ 중에서
6. 철도 민영화를 막기 위해 파업을 결의하고, 철도노조 파업을 지지하며 촛불을 밝힌 우리들은 당연한 삶의 ‘정치’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당연한 삶의 ‘정치’에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무력으로 노조건물을 침탈하고 연행하는 박근혜 정부는 무엇을 근거로 이러한 행위를 일삼는 것인가? 정당하지 않은 이들이 정당하지 않은 행동을 할 때 가장 먼저 손에 드는 것이 ‘폭력’이라는 것을 우리는 지난 시간을 겪으면서 보았다. 2008년의 광화문을, 2009년의 용산을, 2013년의 밀양을 우리는 기억한다. 기억하는 우리는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2013년 12월 22일,
<한국여성민우회> 성명서
“‘안녕’하기 위한 ‘안녕’치 못한 우리의 연대는 더욱더 단단해질 것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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