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 다방] 회원호요의 우리는 연결될 수록 강하다
회원호요는 민우회와 7년의 시간을 묵묵히 함께 해준 회원입니다. 지금은 장기간의 프로젝트를 끝내고
지금은 숨고르기 중이라고 하는데요. 그 쉼의 길목에서 일상에서의 여행으로 민우회 소모임을 통해 알게 된,
이제는 나에게 더없이 좋은 사람이 되어버린 이들을 찾아가 그들의 일상을 듣고 말하고 생각을 나눴다고 합니다.
호요가 만난 사람들 이제 시작합니다!
호요가 만난 사람들
2년 반. 길지도 짧지도 않은 프로젝트가 끝났다. 비슷한 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나는 숨고르기를 하고 싶었다.
여름이 시작되고 일을 정리했다. 사람들이 앞으로 무얼 할지 묻는다. 당분간 임금 노동할 생각은 없다.
하루하루 어찌 보낼까 생각을 해봤다.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여행인데, 멀리 갈 상황이 못 되어,
일상을 여행처럼 즐기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평소 좋아하던 사람들을 만나야겠다.
뜨거운 여름에 밥 한 끼를 나눈 사람은 여럿이었다. 친구-학교선후배, 동기, 사촌, 지역에서 함께했던
동료 활동가, 엄마. 그리고 민우회에서 만난 친구들. 이번 탐나는 다방에서는 그 친구들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민우회에는 여러 소모임이 있는데, 그 중 나는 작심삼일(일명 작삼)을 함께 하고 있다. 작삼은 모임 구성원들이
작심한 일들을 한 번씩 해보는 유쾌한 모임이다.
신입회원 만남의 날, 작삼의 소개를 듣고 아, 저기가 딱 나랑 맞겠는데 하고 모임에 나간 지 벌써 5년.
작삼은 그렇게 오랜 친구들이지만 여럿이서 만나기는 했어도 개별적으로 만난 적이 거의 없었다.
따로 만나면 어떤 기분일까? 대부분 임금노동자인 작삼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친구들의 회사 근처로 찾아가 점심을 같이 먹었다.
#1 20년을 달려온 프마, 쉼이 필요해
프마를 만나러 광명시로 향했다. 어라, 그런데 가는 길이 낯설지가 않은데? 도착하고 보니 3년 전
다른 친구를 만나러 왔던 곳과 같았다. 우린 역시 연결되어 있었어. 어쩐지 기분이 좋다. 프마가
무얼 먹을까, 묻는다. 구내식당 가자. 구내식당에 오랜만이라는 프마. 마침 오늘 메뉴가 좋다.
밥을 양껏 먹고 디저트를 먹으러 카페로 갔다. 프마는 토목설계사로 2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쉰 적이 없었고, 얼마 전에 일을 그만두려다가 한 달간 휴가를 가졌었다. 프마는 쉼이 필요하다고 했다.
남초 집단에서 순간순간 투쟁하듯 살아왔을 프마의 직장생활은 얼마나 고단했을까.
프마는 회사에서 여자 후배를 키워보려고 새로 직원 뽑을 때마다 자리를 달라고 했을 정도로 직장에서도
남다른 노력을 해왔다. ★) 후배들과 이제 손발 맞춰 일할 맛 난다 싶어지면, 육아로 퇴사할 때가 가장 씁쓸하다고 했다.
아끼던 여자 후배가 있었는데 사내 커플이었다. 재택근무라도 해서 계속 남아있길 바랬지만, 육아가 여전히
여성의 몫이 되는 현실에서, 결국 회사를 포기하는 건 여자 동료였다. 프마를 보고, 프마의 응원에 힘입어
직장생활을 유지해온 여성들이 제법 있었을 텐데, 프마는 무엇에서 힘을 낼 수 있을까?
프마 친구들 중에는 회사를 그만두고 가게를 운영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대부분 직장을 다닐 때보다
더 많은 시간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토목설계사라는 전문가임에도, 프마가 직장을 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을 거다. 어떻게 사는 게 인간답게 사는 걸까.
★) 프마가 쓴 나의 노동이야기에 자세히 볼 수 있다. <함께 가는 여성(221호)>, “여자라서 안 된다고? 해내겠어, 바꿔놓겠어”
#2 새로운 도전을 하는 여울, 응원해
여울은 회사 영업부서에서 일한다. 첫 직장에서 무려 9년간 장기근속을 했는데, 회사가 정리되면서 인수하는 회사에
정식으로 면접을 보고 입사를 했다. 전에는 사무직이었는데, 지금은 현장에서 일해야 하니 새롭게 적응중이라 정신이 없을 때다.
그런데 마침 그 주에 여유가 좀 있다고 해서 만났다. 여울이 담당하는 구역은 꽤 넓었는데 그 중 왕십리 근처에서 만났다.
여울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옷을 입었는데, 활동이 편한 긴 바지에 반팔 티였다. 뭔가 씩씩한 기운이 느껴졌다. 여울은 그 어느 때보다
“노동자의 본질”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땀 흘려 일하는 삶. 집에 가서 보고서를 쓰고 잠이 든다고 했다.
몸은 무척 고되지만, 스트레스는 전 직장보다 훨씬 적다고 했다. 힘에 부쳐 괜히 바로 일을 했나 후회되는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울이 새로운 분야로 도전하기까지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철저히 준비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여울이 새 일에 잘 적응하길 응원해왔다.
사실 여울이 새로 일을 시작하고 작삼에 위기가 찾아왔다. 우리 모임은 정기 모임 외에도 틈틈이 서로 생일을 챙겨왔다.
그런데 여울이 바쁜 그 즈음 마침 생일이었던 친구들의 생일을 완전 잊고 지나갔다. 뒤늦게 알고는 그 친구에게도
여울에게도 참 미안했다. 누구보다 사람을 잘 배려하고 챙기는 여울 덕분에 우리가 즐거운 생일파티를 해왔음을 알았다
#우리는_연결될수록_강하다.
일상을 여행하는 나의 백수라이프는 참으로 풍요로웠다. 무척 바빴을 텐데, 기꺼이 나를 환대해주고 곁을 내주어서 고마웠다.
밥 한 끼 같이 먹었을 뿐인데, 더 가까워진 느낌이고 또 보고 싶어진다. 한 번은 같이 활동했던 동료를 만나러 갔더니,
그 곳에 또 다른 민우회 회원 “여유”가 있었다. 우리는 서로 이렇게 닿아 있었구나. 참 반가웠다.
자기 삶에서 민우회나 소모임 활동의 우선순위는 달라질 거다. 깊고 뜨거울 때도 있고, 느슨하고 담담할 때도 있을 거다.
그래도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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