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방송 주시청시간대의 출연자 외형 분석을 통한 외모지상주의
한국여성민우회는 과도한 성형 열풍과 다이어트의 확산으로 인한 여성건강의 위협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3 내몸의주인은나 - No 다이어트 No 성형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성형과 다이어트 열풍은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와 이를 현실화시키는 다양한 장치들로 인해 그 후유증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성인들뿐만 아니라 어린 초등학생들까지 이러한 대열에 합류해 미처 성장하지도 않은 몸을 학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과다열풍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존재한다. 여성의 몸을 자본주의적 가치판단의 틀로 재단해 규격화하고 있는 취업기회 및 결혼시장의 현실, 이를 더욱 증폭시키는 미용성형산업의 확대, 날로 규격화된 미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미디어의 현실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미디어 영역의 경우, 한 편에서는 과도한 성형다이어트 열풍을 비판적으로 다루면서도 여전히 외모를 중시할 수 밖에 없는 외적 요인을 강화시켜주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가 보여주고 있는 여성의 모습은 예쁘고 날씬하고 젊은 여성만이 주류에 편입될 수 있다는 통합적인 메시지 그 자체다. 소위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연예오락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장르를 제외한다 하더라도 교양프로그램이나 뉴스에서 제공해주고 있는 여성의 모습 또한 예쁘고 날씬한 여성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통합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고, 이는 우리사회의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한국여성민우회는 이미 우리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현실이기는 하나 실제적으로 방송프로그램 안에 출연하고 있는 출연자들이 외모와 연령에 얼마나 영향받고있는가를 점검해보기 위해 주시청시간대 출연자 전원에 대한 역할과 외모의 상관관계 분석을 시도하였다.
모니터링은 지난 5월 12일부터 5월25일까지 총 2주간 주시청시간대(평일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주말 저녁 6시부터 11시까지; 단, 저녁 10시 30분 이후에 방송이 시작되어 11시를 넘기는 프로그램은 분석에서 제외되었다) 지상파 방송3사의 4개 채널(KBS1, KBS2, MBC, SBS)에서 방영된 모든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실시되었으며, 이는 약 240시간 총 82 종류의 방송 프로그램의 출연자에 대한 분석이다.
분석대상 프로그램을 모니터하기 위해 총 4명의 모니터 요원이 각각 1개의 채널을 담당하여 모니터하는 채널담당제 형식을 취하였으며, 프로그램의 장르에 따라 4가지 유형의 각기 다른 체크리스트가 사용되었다. 장르별 체크리스트는 등장인물의 외형과 관련한 항목과 등장인물의 역할과 관련한 항목 등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공통문항인 외형과 관련한 항목에서는 등장인물의 성별・외모・차림새・노출정도・체격・연령・학력정도・직업을 체크하고, 역할과 관련한 항목에서는 프로그램의 장르에 따라 등장인물의 배역과 배역의 역할 또는 성격을 모니터 할 수 있게 하였다.(각 항목의 분석 기준 별첨)
이러한 결과로 분석된 전체 인물은 총 7,427명으로, 이 중 남자가 5,165명(69.55%), 여자가 2,262명(30.45%)이었다. 즉, 주시청시간대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인물 10명 중 7명은 남자, 3명은 여자로 남자인물이 여자에 비해 두 배 이상 자주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든 장르의 프로그램에서 공통적으로 여자에 비해 남자 인물이 더 많이 등장하고 있었는데, 그 비율은 프로그램의 장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등장인물 성비의 차가 가장 크게 나타난 장르는 ‘뉴스/보도/시사’ 프로그램으로 10명이 등장하면 8명은 남자, 2명은 여자인 남녀 약 8:2 정도의 비율을 나타냈으며 뉴스가 보여주는 이러한 성비는 우리 사회의 주류가 남성임을 재생산하는 또다른 장치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성비의 차가 가장 작게 나타난 ‘드라마’의 경우, 남녀 등장인물의 성비에서 남자 등장인물이 54.4%, 여자 등장인물 45.6%로 비교적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또한 체격정도가 비만인 출연자는 남녀 합계 총 818명(남자 : 626명, 여자 : 192명)으로 전체 분석대상 인물 수 대비 11% 의 비율을 나타냈다. 반면 여자 출연자의 경우 체격이 보통인 인물(1114명으로 여자의 49.2%)과 마른 인물(956명으로 남자의 42.3%)의 차이가 남자에 비해 훨씬 작았는데(남자 보통체격은 3772명으로 남자의 73.1%이었으며 마른 체격은 765명으로 남자의 14.8%), 이는 남자 출연자에 비해 여자 출연자의 체격이 더 말라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여자 등장인물의 경우 차림새를 제외한 외모・노출정도・체격・연령 등 외형적인 측면에서 남자에 비해 보다 더 예쁘고 젊고 날씬한 유형이 출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고, 이는 의도적이지는 않으나 전반적으로 제작자들이 선호하는 인물의 유형을 반증해주고 있는 것이라 생각되며 자연스럽게 대중들의 의식 속에서 남성과 여성의 일반형을 구축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장르별로 살펴보면 뉴스/보도/시사 프로그램의 여자 진행자와 취재자는 남자에 비해 외모・차림새・체격・연령 등 외형과 관련한 모든 항목의 평균 점수가 낮아, 보다 더 예쁜 외모에 좀 더 화려한 차림새 보다 마른 몸매 더 젊은 인물이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여자의 경우 주진행자의 외모가 훨씬 예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드라마의 경우 예쁜 여자 주인공일수록 이성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현실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등장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역할에 유능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 보다 화려한 차림새를 하고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예쁜 여성이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인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사회분위기의 변화를 반증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적극적인 역할의 인물이 화려한 차림새를 하고 있다는 점은 차림새를 통해 능력 여부를 판단하는 전반적인 고정관념에 기초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버라이어티 쇼의 경우에도 여자 진행자는 남자 진행자에 비해 예쁜 외모에 보다 어리고 화려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다른 장르와의 차이라면 남자 진행자가 전혀 노출이 없는 차림을 하고 나오는 반면 여자 진행자는 다소 노출이 있는 차림을 하고 등장한다는 점이다.
일반인 출연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다큐멘터리/교양 프로그램의 경우, 우선 진행자의 외모는 ‘예쁘다’와 ‘보통이다’로 평가된 인물이 비등한 비율로 나타났으며 못생긴 진행자가 없었는데 반해 남자 진행자의 경우 보통의 외모를 가진 진행자가 가장 많은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남자의 경우 못생긴 진행자도 비등한 비율로 등장하고 있었다. 프로그램의 중심이 되는 주요 등장인물의 경우, 여자 주요인물의 외모가 보통이상(예쁘거나 보통인 경우)인 비율은 남자에 비해 높았으며 반대로 못생긴 남자 인물이 등장할 확률은 여자의 경우보다 높았다. 인터뷰대상자의 경우, 역시 남녀 모두 보통의 외모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가장 많았으나 남자 인터뷰 대상자가 등장했을 때 잘생긴 사람일 경우보다 못생긴 사람일 확률이 여자에 비해 높다고 할 수 있었다. 즉 여자 인터뷰 대상자 중 예쁜 인물이 등장할 확률은 남자에 비해 높았다.
다큐멘터리/교양 프로그램에는 일반인 출연자의 비율이 높은 만큼 여타 장르의 프로그램에 비해 보통의 외모를 가진 인물이 가장 많이 출연하였지만, 각각의 배역에 따라 남녀 인물의 분포를 비교해본 결과, 역시 외모 항목에서는 여자 출연자가 남자에 비해 보통이상(예쁘거나 보통)일 확률이 더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상과 같이 각 장르에서 존재하는 약간씩의 차이는 있으나 방송에 출연하는 남성이 잘생긴 외모를 필수조건으로 하지 않는데 반해 여성은 인터뷰대상자의 경우에도 많은 고려의 요인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요인은 여성들에게 능력보다 우선해서 예쁜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통합적인 메시지를 구성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상과 같이 모든 프로그램에 일관되게 나타나는 여성의 외모에 대한 특정한 이데올로기는 - 즉 여성은 젊고 예쁘고 날씬해야 한다는 - 변화하는 21세기에 여전히 보수적인 방송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은 젊고 예쁘고 날씬해야 한다는 것은 여성 스스로가 선택한 것이 아니며 또한 중요한 요소도 아니다. 이에 우리는 방송을 제작하고 있는 제작자들에게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각 프로그램의 제작자들이 지나친 남녀 성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예쁘고 젊고 날씬한 여성출연자를 제외한 보다 다양한 여성 출연자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모니터링을 진행하면서 뚱뚱한 사람이 거의 출연하지 않고 있음에 놀랐다. 단지 젋고 예쁘고 날씬한 여성만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로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는 그와 비교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끊임없이 번민하는 여성들을 재생산해낼 뿐이다. 때문에 제작자들의 이와 관련한 책임의식과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둘째, 적어도 연예오락프로그램을 제외한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에는 주진행자의 필수 조건이 외모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뉴스를 비롯한 대표적인 교양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든 여성진행자들의 외모는 유사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남성진행자들에 비해 더욱 젊고 예쁘고 날씬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미디어가 세상을 보여주는 창이라는 점에서 이를 통해 사회화되어가는 많은 자라나는 세대에게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이에 뉴스를 비롯한 시사 교양프로그램의 여성진행자를 보다 다양한 기준에서 선정하는 풍토를 만들어내야 한다.
<별첨> 모니터링 문항 구성 및 각 문항의 조작적 정의
1)등장인물의 외형과 관련한 문항(공통문항)
① 성별
등장인물의 성별을 남,녀로 구분.
② 외모
등장인물의 외모를 ‘예쁘다(잘생겼다)’, ‘보통이다’, ‘못생겼다’ 로 평가하여 표기. ‘모니터 사전 교육’을 통해 미인과 미남의 정의에 관한 서술과 토론을 토대로 여자의 경우, 둥글고 작은 얼굴, 넓은 이마, 크고 쌍커풀진 눈과 짙은 눈썹, 오똑한 코, 크고 붉은 입술 등이 ‘예쁜 외모’를 위한 충분조건이 되었다. 남자의 경우도 여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얼굴형과 눈, 코, 입의 조화에 더욱 초점을 맞추어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인물을 ‘잘생긴 외모’로 평가하였다.
③ 차림새
차림새 항목에서는 분석대상인물의 의상, 헤어연출, 악세서리 착용여부, 화장 또는 분장의 화려함 정도를 ‘화려하다’, ‘보통이다’, ‘초라하다’로 평가하여 표기 .
④ 노출정도
상반신 노출을 비롯한 과다노출, 특히 여성의 경우 가슴선이 드러나도록 파인 상의나 지나치게 어깨선이 드러나는 민소매 의상, 짧은 스커트, 배꼽티 착용유무 등이 노출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 노출이 ‘있다’, ‘없다’로 평가하여 표기.
⑤ 체격
신체의 비만정도를 측정하는 BMI(Body Mass Index) 결과수치를 참조하여 ‘보통체격’의 기준이 되는 연예인 모델을 상정하고 판단의 근거를 마련하였는데, 탤런트 김혜수 김선아 등은 ‘보통체격’으로, 탤런트 장서희 채림 등은 ‘마른체격’으로, 탤런트 강부자 양희경 등은 ‘뚱뚱한 체격’의 모델이 되었다. 남자의 경우, 탤런트 김성택 김호진 등은 ‘보통체격’으로, 가수 신정환, 개그맨 이윤석 등은 ‘마른체격’으로, 코미디언 이용식, 방송인 강호동 등은 ‘뚱뚱한 체격’의 모델이 되었다. 이러한 기준을 근거로 ‘말랐다’ ‘보통이다’ ‘뚱뚱하다’로 평가하여 표기.
⑥ 연령
분석대상인물의 연령을 ‘20세미만’, ‘20세이상~40세미만’, ‘40세이상~60세미만’, ‘60세이상’, ‘모르겠음’ 으로 평가하여 표기.
⑦ 학력정도
분석대상인물의 학력을 ‘대졸/대재이상’, ‘고졸/고재이상’, ‘중졸이하’, ‘모르겠음’으로 평가하여 표기.
⑧ 극중직업
분석대상인물의 직업을 ‘전문,기술,행정,관리직’, ‘사무직’, ‘판매,서비스직’, ‘농림수산직’, ‘생산,운수,단순노동직’, ‘문화예술’, ‘시민단체’, ‘가정주부’, ‘모르겠음’ 등으로 평가하여 표기.
2)등장인물의 역할과 관련한 문항(장르별로 구분)
【뉴스/보도/시사】
① 배역
분석대상인물의 배역을 ‘진행자/앵커’, ‘취재자(기자/PD/리포터)’, ‘인터뷰대상자’, ‘초점보도대상자 초점보도대상자는 인터뷰는 하지 않지만 뉴스의 주제나 내용의 중심에서 카메라의 초점이 되는 사람을 말한다.
’로 구분하여 표기.
② 인터뷰대상자의 역할
배역항목에서 ‘인터뷰대상자’에 해당하는 인물의 인터뷰 목적과 내용에 따라 ‘피해자’, ‘가해자’, ‘사건당사자 사건당사자는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니면서 뉴스 내용과 주제의 중심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 ‘관계자설명’, ‘전문가조언’, ‘시민의견’ 으로 구분하여 표기.
【드라마】
① 배역
분석대상인물의 배역을 ‘주연’, ‘조연’, ‘단역’으로 구분하여 표기.
② 인물의 성격
분석대상인물의 성격을 ‘이성적’, ‘보통이다’, ‘감성적’/ ‘적극적’, ‘보통이다’, ‘소극적’/ ‘독립적’, ‘보통이다’, ‘의존적’ 등 세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평가하여 표기.
③ 인물의 역할
분석대상인물의 역할을 ‘유능하다’, ‘보통이다’, ‘무능하다’/ ‘희생적이다’, ‘보통이다’, ‘이기적이다’/ ‘현실적이다’, ‘보통이다’, ‘희화화되었다’ 등 세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평가하여 표기.
【버라이어티쇼/오락】
① 배역
분석대상인물의 배역을 ‘주진행자’, ‘보조진행자’, ‘리포터’, ‘기타출연자’로 구분하여 표기.
② 주・보조진행자/리포터의 역할
배역에서 주진행자, 보조진행자, 리포터에 해당하는 인물의 역할을 ‘전문적이다’, ‘보통이다’, ‘비전문적이다’/ ‘능숙하다’, ‘보통이다’, ‘어색하다’/ ‘적극적이다’, ‘보통이다’, ‘소극적이다’ 등 세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평가.
③ 기타출연자의 역할
배역에서 기타출연자에 해당하는 인물을 ‘연예인’, ‘일반인’으로 구분하여 ‘연예인’일 경우 ‘적극적’, ‘보통이다’, ‘소극적’/‘현실적이다’, ‘보통이다’, ‘희화화되었다’ 등 두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평가. 반면 ‘일반인’일 경우 역할에 따라 ‘사건당사자’, ‘전문가조언’, ‘시민의견’, ‘기타’ 로 구분하여 표기.
【다큐멘터리/교양】
① 배역
분석대상인물의 배역을 ‘진행자’, ‘주요인물’, ‘인터뷰대상자’, ‘기타출연자’로 구분하여 표기.
② 진행자의 역할
배역에서 진행자에 해당하는 인물의 역할을 ‘전문적이다’, ‘보통이다’, ‘비전문적이다’/ ‘능숙하다’, ‘보통이다’, ‘어색하다’/ ‘적극적이다’, ‘보통이다’, ‘소극적이다’ 등 세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평가.
③ 재연된 부분이 있을 경우
재연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나 프로그램 내에 실제 이야기를 연기자들이 재연한 부분이 있을 경우, 인물의 배역이나, 성격, 역할 등을 드라마 분석에서 사용된 것과 동일한 내용의 문항으로 평가하여 표기.
2003.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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