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락호락 캠페인] 호칭에 관한 생생한 논쟁
[호락호락 캠페인] 여성이 여성에게 쓰는 호칭바꾸기!
연초부터 온라인 토론방을 뜨겁게 달구었던 ‘호락호락 캠페인,’
‘호칭’에 관한 다양한 논쟁들이‘호락호락’ 캠페인 게시판은 실시간 댓글로 이루어졌습니다.
사회적인 논쟁이 된 만큼 캠페인 사이트에는 ‘호칭’의 변화 필요성에 관한 찬성과 반대 등과 같은 의견들과‘호칭’ 때문에 겪었던 힘들었던 경험들, 그리고 대안 호칭들을 제시하는 의견들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한번 살펴볼까요?
가족, 친지간에 사용하는 호칭에 관련한 경험을 풀어놓는 “사례게시판”에는 많은 여성들의 생생한 경험과 의견들이 올라왔습니다. 사례 중에는 대부분 결혼과 함께 맺게 되는 관계에서 호칭이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았고, 특히 ‘아가씨/처제’와 ‘도련님/처남’에 대한 문제제기가 가장 많았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근데 아직도, 여전히, 놀랍도록 시가 중심적인 결혼문화를 겪으면서.. 시가랑 친정이랑 '급'이 다른 호칭들, 다 이유가 있었구나 하면서 얼마나 속이 쓰렸는지..
- behappy
저는 결혼 10년이되어가는 주부인데..가족관계에서 호칭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은 해왔으나 지금껏 써온 말들이라 혼자 바꿀 수도 없고 대안도 없기에 끙끙 하던 차에 이런 기사를 접하니 막혔던 가슴이 트이는 것 같군요. 저는 며느리나 올케 등.. 어원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해 봤구요. 아가씨나 서방님 도련님 큰어머니 작은아버지 친할머니 외할아버지 .. 등은 싫어서 아이에게도 그런 용어는 피하며 얘기합니다.
- 노경순
저는 결혼 4년차입니다. 결혼 전엔 그렇게 문제가 있는 줄 인식하지 못하다가 결혼이란 걸 한 후 시댁이란게 생기면서 정말 호칭자체가 여자를 한정시켜놓고 억압하더군요.. 물론 시댁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관습대로 부르지만 전 왠지 여성비하적 느낌과 제 위치가 시댁사람들보다 아래로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 오로라
이 외에 ‘시댁/처가’, ‘서방님’, ‘장모, 장인/시어머니, 시아버지’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주로 남성분들의 사례로 ‘형수님/형부’가 있었습니다.
또한 호칭에 대해 문제제기하시는 분들은 호칭이 단순한 ‘말’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의견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호칭이라는 것이 누군가 어떻게 어떤 의미로 부르는지에 따라 그 존재가 위치지어진다고 생각합니다.(중략) 하물며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호칭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듯 보여도 그것이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그것이 무의식적으로 남과 여를 어떤 식으로든 갈라놓는 방식으로, 한쪽을 불편하게 하는 방식으로 위치 지어져있다고 생각하면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바꾸자(결혼 12년차 주부라고 밝힘)
아직도 여전히 불평등한 가족 문화와 땔래야 땔 수 없는 이런 호칭들.. 누군가를 불쾌하고 속쓰리게 하는 호칭들.. 이제는 바꿨으면 좋겠어요..
- behappy
호칭문제가 어찌보면 사소한 걸로도 보이지만, 이게 모든 문제의 시작일 수도 있다고 평소에 느낍니다. 결혼 전 제 외가쪽 새언니께서 절 `아가씨'라고 부르셨지요. 나이상 저는 그 새언니께 자식뻘입니다-_-;;;
세상에... 자식뻘인 아이한테 `아가씨~ 하셨어요?'라며 존대하셨지요. 물론 당근 어른들의 협박과 압력 때문에 그러셨습니다-_-
제가 새언니를 첨 뵈었을 때의 나이는 초딩2학년이었는데, 첨엔 이쁘고 고운 새언니가 생기는 게 넘 신기하고 좋은 마음뿐이었지만, 어른들이 왠지 그 언니를 하대하고, 저한테조차 말 높이게 시키시는 그 묘한 분위기를 아홉 살이던 저 또한 금방 알아챘습니다. 어리다는 변명 아닌 변명으로 저 또한 언니마음을 많이 아프게 했을 걸로 짐작합니다(언니 정말 죄송합니다.ㅡㅜ)
- 공기(퍼온 글)
이러한 호칭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제안된 호칭은 ‘올케’대신에 ‘새언니’, ‘아가씨, 도련님’ 대신에 ‘새동생’, ‘시제’ 등이 있었고 ‘며느리’ 대신 한자어인 ‘자부’가 제안되기도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새로운 호칭에 대한 제안보다 당사자들간에 합의를 통해 서로가 원하고 존중하는 호칭을 사용하자는 제안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는 ‘옆지기’라는 표현도 ‘남편’과 ‘아내’에 대한 대안호칭으로 소개되었습니다.
호칭문제에 대해서 반대하는 분들의 의견들로는 호칭의‘어원’을 염두하고 사용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호칭의 의미보다는 부르는 수단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또한 언어학자 등 전문가들도 확실하지 않은‘어원’으로 남녀간 분란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당사자의 가족 내에서 상호 합의하에 호칭을 사용하면 되고, 언어는 자연스럽게 변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위적인 방식으로 호칭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방식은 변화를 강요하는 것으로 여긴다는 주장들도 있었습니다.
어원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됩니까? 호칭은 말 그대로 호칭일 뿐입니다
당신의 이름이 아가씨였는데 아줌마로 바꾸면 어떻겠습니까? 호칭은 단지 부르기 위한 수단일뿐 의미는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이 쓰는 단어를 하루아침에 못쓰게 하고 그걸쓰게 하면 처벌이라도 하실라우? - 어처구니
남자가 장가간다는 장인네 집으로 들어간다니까 남성 차별이라서 바꾸어야 되고 소년원도 남자만 범죄자로 인식해서 바꾸어야 되고 성명할 때 姓名도 女가 들어가서 바꾸고 모든 것이 다 차별이라고 생각해서 바꾸면 언어생활이 되겠어요. 언어 발전은 자연스럽게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언어를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자신 만에 자의성을 추구하면 언어의 사회성을 어긋나는 짓입니다. - 일인시위
즉, 공감가지 않는 이상한 방향으로 무언가를 해보려 하고 있다는 겁니다.(중략)이벤트의 바탕은 바로 남성에 대한 증오입니다. (중략) 이제 문제를 좀 집어봅시다. 성매매와 호칭문제 ..이것을 뭔가 억지로 바꿔보자는 의도인데...두 문제를 단순히 남성의 우월적 지위로 인한 여성의 피해로 보고만 있는 것은 잘못이라고 봅니다. 물론 그것도 바탕이 있지만 그것은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그러한 문제가 남성들이 억지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 역사가 흘러오면서 만들어온 관습적인 행태입니다. 물론 잘못된 부분도 있고 억울하겠죠. 여성입장에선... 호칭 문제는 여성분들이 더 높은 지위로 올라서고 사회 참여부분이 여성의 역할이 많아지며 지금까지의 세월만큼 또 지나면 해결될 문제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단어가 나오겠죠. (중략) - 서울시민
[호락호락 캠페인]이 사회적인 쟁점으로 되면서‘호칭’에 관한 다양한 논쟁들이 이루어졌습니다. 호칭변화의 필요성에 관한 찬성과 반대의견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호칭 전반의 문제점을 올리시는 분들도 있으셨습니다. 또한 이 캠페인을 통해 호칭에 관한 평소의 문제의식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의견들과 사례들을 올려주셨습니다.
그러나 논쟁과 토론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캠페인 취지와 무관한 비방과 욕설 등이 순식간에 올라오기를 반복하여, 인터넷 토론문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캠페인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들을 ‘예상’했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꼴페미’들의 ‘지*랄’이라는 다수의 글들은 언론 보도를 보고 찾아온 찬성 혹은 진지한 반대의 글들을 점령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여자는 원래 남자에게 순종해야한다”는 글이 간간히 눈에 띄고,“우리의 문화에 똥칠을 한다”는 글에 “누가 정한 문화인가, 옛 것이면 무조건 답습해야 하느냐”는 댓글을 단 여성에게 가해지는 인격모독의 댓글들이 많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여성관련 문제들에 유독 민감한 것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라는 것을 절감하면서, 캠페인은 남성들을 무시하고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서로를 비하하거나 차별하는 호칭을 사용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몇 번 이야기 했는지 모릅니다. 캠페인 게시판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진지하지 못했습니다.
몇 몇 언론과 웹진에서는 [호락호락 캠페인]에 올라온 수많은 댓글 문화의 양상에 관련하여 칼럼으로 다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어떤 칼럼니스트는 이 캠페인을 지켜보면서 도를 넘어선 인터넷 댓글들의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것에 대해‘여성운동이 지배질서를 바꾼다는 공포심’이 발현된 것이고,‘동양문명의 수천 년 간에 걸친 불평등 구조가 가족관계 호칭’에 반영되어 있는 문제제기를 통해 ‘동양문화 불평등 구조의 핵심을 찔렀다’고 다루기도 했습니다. (칼럼보기)
지금까지 [호락호락 캠페인]을 통해 제시된‘호칭’에 관한 다양한 경험과 의견, 그리고 대안 호칭에 관한 제안들을 기반으로 서로 부르면 부를수록 즐거운 대안 호칭을 함께 찾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호락호락 캠페인]사이트에 방문하시면 ‘호칭’에 관한 올라온 다양한 의견과 제안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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