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고용상 성차별 상담 경향
고용상 성차별 상담 경향
- 직장내 성희롱과 임신, 출산 불이익을 중심으로
1. 직장내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징계, 소규모 영세 사업장의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에 대한 대책이 요구된다.
2007년 상반기 여성노동 관련 상담 중 직장내 성희롱은 36.7%(54건)를 차지해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주요 사례를 살펴보면, 직장내 성희롱을 피해자의 책임으로 돌리거나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음으로써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제기를 더욱 어렵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특히 소규모 영세 사업장의 경우, 직장내 성희롱 예방의 당사자이자 책임자인 사업주에 의한 직장내 성희롱을 문제제기 할 방법이 없어 퇴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직장내 성희롱에 대해 다음과 같은 대책이 요구된다.
첫째, 직장내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분명히 하고, 성희롱 근절을 위한 사업주의 노력을 적극 지지해야 한다.
● 과장과 다른 남성 동료가 수시로 문자와 전화를 걸고, 새벽에 술먹고 찾아와 괴롭히는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정신적 충격이 너무 커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되었는데, 회사 책임자들은 이 문제를 축소시키려고만 하고, 저더러 왜 미리 대처를 하지 않았냐는 둥의 질문까지 던졌습니다. 결국 저는 사직서를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2007.03.15.)
● 상사가 밖으로 불러내 볼에 뽀뽀를 하고, 같이 자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직장내에서도 몇 번이나 그랬고, 다른 지점에서도 늘 이런 문제를 일으켰다고 합니다. 사과하라고 했지만 상사는 그게 무슨 문제냐고 이야기했고, 이사회에서도 둘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본부에서 감사가 내려와 어렵게 가해자는 정직 6개월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다시 상사는 복귀하여 나를 업무적으로 너무 괴롭혀 퇴사를 유도합니다. 너무 힘들어서 이제는 사직서라도 쓰고 싶습니다. (2007.1.25.) |
사례에서 드러나듯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는 경우, 많은 회사들이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거나 사건을 축소, 은폐하는 경우가 있었다. 더욱이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경미한 징계에 그칠 경우 피해자가 유, 무형의 불이익을 받게 되며, 사직으로까지 이어지는 일도 흔하다. 특히 상사에 의한 발생 비율이 높은 직장내 성희롱의 경우, 가해자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직장내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징계는 피해자의 보호가 우선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3월 행정법원은 회식자리와 업무보고 자리 등에서 수차례 성희롱을 한 가해자를 해고한 기업의 조치는 부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러한 판결은 직장내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하려는 회사의 책임과 의지의 중요성을 희석시켜 가해자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또다시 직장내 성희롱을 방치․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사업주의 징계의지를 지지할 수 있는 사법부 판단이 요구된다.
둘째, 직장내 성희롱은 사소하고 하찮은 ‘일회적 사건’도, ‘용인될 수 있는 선량한 풍속’도 아니다.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 회사 다니면서 계속 상사의 직장내 성희롱에 시달려 왔지만 직장 생활을 해야 하니까 참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회식을 갔는데 사람들이 도우미를 불렀고, 시간이 지나면서 부장이 내가 도우미인 양 나를 껴안고 춤을 추었습니다. (2007.5.23.)
● 회식자리에서 굉장히 권위적이고 기분 나쁜 말투로 “OO야, 받어!” 하며 자꾸 술을 받으라고 강요했습니다. 모욕감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실수처럼 해서는 술잔을 나에게 쏟았습니다. (2007.6.29.) |
사례에서와 같이, 회식자리에서의 성희롱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강압적이고 성차별적인 회식 문화 때문에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술 따르기 등 회식자리에서의 성희롱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6월 대법원은 회식자리에서의 술 따르기 강요가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용인될 수 있는 선량한 풍속이라고 판단하여, 성희롱이 아니라고 판결하였다. 이는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편협하고 왜곡된 인식이 널리 퍼져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성희롱을 허용, 묵인하는 판결은 직장내 성희롱 발생을 방치하고 해결을 더욱 요원하게 한다. 따라서 왜곡된 회식문화를 바꾸기 위한 노력과 함께,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셋째, 전체 직장내 성희롱 상담중 39%가 소규모영세사업장에서 발생하였다. 따라서 성희롱 예방 책임자에 대한 교육, 10인 미만 사업장 성희롱 예방교육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입사를 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들이 자리를 비우자 원장이 나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나에게 가슴수술을 하라고 하면서 가슴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문을 잠그기도 하였다. 그리고 내가 원장한테 주사를 맞게 됐는데 병원장 손이 바지 밑으로 내려가고 내 손을 자기 성기에 대게 한 것도 수차례나 된다. (2007.1.31.) |
직장내 성희롱의 주요 피해자가 되는 여성노동자 대부분이 소규모 영세 사업장에서 근무함에도 불구하고 이들 사업장은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 사업장과 사업주에 대한 감독과 함께 실효성 있는 성희롱 예방교육 방안이 요구된다.
2. 임신․출산을 이유로 퇴직 또는 시간제 전환을 강요하는 등, 임신․출산을 이유로 한 차별이 시정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와 감독이 필요하다.
임신․출산관련 상담은 전체 상담의 19.5%(34건)로, 이중 임신․출산을 이유로 한 해고 및 불이익에 대한 상담은 22.2%(8건)를 차지하고 있어, 여전히 임신․출산으로 인한 불이익이 여성노동자의 계속적인 고용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임신했다는 얘기를 하니까 며칠 뒤 원장이 불러서는 갑자기 요일을 정해서 절반만 일하는 파트타임으로 나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수 없다고 했지만, 이미 결정된 일이라고 했습니다. 스스로 그만두게 하려고 유도하는 것 같습니다. (2007.3.23)
● 다음 달 출산을 하는데 회사에서 “사직을 하고, 육 개월 후에 다시 와라, 경력은 쳐주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그럴 수 없다고 했더니 “그럼 한 달만 쉬고 와라, 사직서는 써야 한다. 재입사하는 방식으로 하자”고 합니다. 이 회사에서는 출산하는 경우가 처음이기 때문에 내가 출산휴가를 가게 되면, 앞으로 남은 여직원들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가 더욱 촉각을 세우는 것 같습니다. (2007.5.8) |
여성은 생계보조자, 2차 노동자라는 성별분업 인식은 기혼여성 노동자를 노동시장에서 밀어내고 직장내 성차별을 정당화 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두되고 있는 기혼여성 시간제 노동 활성화 방안은 노동시장 내 성차별 해소에 대한 고민 없이 시간제 노동 활성화에만 관심을 기울인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으며, 그러한 정책 하에서 임신․출산으로 인한 파트타임 전환 강요는 더욱 비일비재하게 벌어질 것이다. 따라서 시간제 노동 촉진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고용상의 성차별 해소, 임신․출산으로 인한 퇴직 강요 근절이어야 한다.
3. 여성에게만 유니폼 착용을 강요하거나 외모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인식과 규정을 근절해야 한다.
● 매년 피복비를 책정하여 남자직원에게는 점퍼를, 여직원에게는 유니폼을 지급합니다. 치마로 제공하는 유니폼은 업무하다 보면 불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유니폼 착용을 안 하겠다는 여직원에 대해서 사유서 제출과 일체의 피복비 지급을 받지 않겠다는 문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합니다. (2007.4.19.)
● 접객기준 내용을 보면, 매니큐어 색깔 지정, 손톱 정리 수준 등도 있고, 머리 모양도 모두 업스타일로 해야 된다고 하고, 일종의 머리망을 지급하여 그것으로만 머리를 고정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복장 규정은 남녀 모두에게 해당되고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 해당되지만 아무래도 여성 복장에 대한 규제가 대다수를 이룹니다. 그리고 이 접객기준은 공식, 비공식적인 모니터링의 대상이 되고 인사고과에 반영됩니다. (2007.4.25.)
위 사례는 여성과 남성에게 각각 획일적인 복장을 요구하거나 외모를 규제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질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여성노동자의 복장과 외모를 규제하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여성노동자의 경우 업무를 하는 데 불편한데도 불구하고 여성성을 강조하는 유니폼, 세세한 장신구 착용까지 규제하고 있다. 이는 서비스 업무를 수행하는 데 요구되는 최소한의 수준을 넘어 여성의 역할, 남성의 역할에 대한 편견을 반영하고 있다. 여성노동자에게 더욱 집중적으로 유니폼이나 장신구까지 규제하여 여성들에게 부드러움, 다소곳함, 순종을 강제하고 강화하는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서비스직이나 대민업무에 종사한다는 명분으로, 업무효율을 떨어뜨리고 여성을 노동자가 아닌 성적 대상화 하는 인식과 규정을 근절할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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