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자 농성지지기자회견을 다녀오다!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자 농성지지기자회견을 다녀오다!
오늘 아침은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청계광장으로 출근한다. 장마직전이라 그런가? 후덥지근했던 공기는 한결 선선해졌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청계광장으로 출근하는 길,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오늘은 현대자동차 하청 공장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가 서울로 올라와 여성가족부 앞에서 농성을 시작하는 날이다. 농성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이 여성가족부 앞에서 진행된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던 작년 11월 현대자동차 앞에서의 시린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끝나지 않은 이 싸움. 한 해가 훌쩍 넘긴 6월에도 계속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회사인 금양물류에서 일하던 그녀는 같이 일하던 조장과 소장으로부터 “좋아한다. 사랑한다.”라는 원치 않는 구애를 받고, “너희 집에 가서 자고 싶다.”라는 언어적 성희롱과 어깨와 팔을 주무르는 육체적 성희롱을 당하였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그녀는 불쾌함과 심리적 고통이 커져갔지만 하청 여성노동자이기 때문에, 잘못했다가 일자리를 잃을까봐 꾹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참는 것도 한도가 있지, 그녀는 용기를 내었고 성희롱 사실을 회사에 알리고 가해자들의 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가해자 징계가 있기는커녕 회사분위기를 문란하게 만들었다고 그녀가 회사에서 쫓겨났다. 그녀를 내쫓으면 이 상황이 잠잠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조용히 이 상황을 체념하려고 했다면 그녀는 애시당초 싸움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권위 진정, 아산공장 앞에서의 일인 시위, 서울에 올라와 현대자동차 본사, 서초경찰서 일인시위 그렇게 반년의 시간이 훌쩍 흘렀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농성을 시작한다. 국가인권위원회 성희롱 결정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다니던 금양물류는 소리 없이 사라지고-금양물류 사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회사를 폐업시켰다. 하지만 그녀와 함께 일하던 동료들 심지어 가해자는 새로운 하청업체로 그대로 이동하였다. 그녀만 제외하고-성희롱 사건의 실질적인 책임을 물어야 할 현대자동차는 본인들의 일이 아니라며 묵묵부답이다.
가슴을 치고, 화가 나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 울화통이 터질 것 같지만 청계광장에 선 그녀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 단단해보였다. 언제나 그녀와 함께 말하고 행동하는 피해자 대리인은 참말 든든해 보인다.
6월 21일 아침 10시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나타난다. 피켓을 들고 마이크를 들고 말하고 말한다. “성희롱 및 부당해고 피해여성노동자를 원직복직 시켜라!” “성희롱 가해자를 처벌하라!” “현대자동차는 이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직접 해결하라!”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도 사람이다! 성희롱 문제 정부가 나서 해결하라!”
7개월의 긴긴 싸움에 지칠 법도 하지만 용기를 내어 다시 시작이라고 다짐한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온통 거리가 젖을 텐데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을 기점으로 그녀와 그 자리에 함께 모인 사람들은 농성장에서 매일 밤 촛불을 밝힐 것을 약속한다. 모이고 모여, 말하고 말하고, 저항하고 저항하고, 알리고 알리고, 공감하고 공감하고 마녀가 주문을 외듯 그러다 보면 덩실덩실 춤출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기자회견문]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성희롱 및 부당해고 피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원직복직과 가해자처벌을 위한 농성 지지 기자회견”
시간은 자꾸 흐르고 있다. 현대자동차 아산 공장 공장 안에서 현대자동차 품질 검사를 하며 14년을 보낸 사내하청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조장과 소장의 반복되는 성희롱을 참다못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자 이를 이유로 보복성 징계 해고를 당한지 8개월 이 지났다. 벌써 작년 10월의 일이다.
피해 여성은 7개월 동안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정문 앞에서 “부당해고 철회, 원직복직”이라는 소박한 요구를 걸고 농성 및 출근 선전전, 일인시위를 진행하였다. 모진추위와 지나다니는 남성들의 시선,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출근하는 가해자를 보면서도 견뎌낼 수 있었던 힘은 지역 곳곳에서 보내온 연대의 손길에서 나왔다. 그러나 그녀의 정당한 목소리에 현대자동차도, 하청업체도, 가해자들도 모르쇠로 일관하였고 피해자는 자신의 문제 해결을 위해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서울에서의 노숙농성을 시작하기로 결심하였다.
그러나 피해자가 당한 행위는 성희롱이 맞으며 사장은 이를 인지하고도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는 이유로 보복성 징계해고를 하였다는 버젓한 판결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 본사 앞 농성은 불가능 하였다. 무엇이 두려운지 현대자동차는 20명이 넘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여 허위집회신고를 계속하였으며 이를 접수하는 서초경찰서는 돈없고 힘없는 비정규직 해고 여성노동자에게 법과 원칙대로 줄을 서서 집회신고를 하라는 말 밖에는 하지 않았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과 원칙이란 말인가? 힘 있는 관리자들은 성희롱을 해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버젓이 일을 하며, 돈 있는 기업은 성희롱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에게 전치 4주의 부상을 입히는 만행을 서슴치 않았다. 이에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성희롱 및 부당해고 피해자의 상경농성을 지원하는 우리들은 “성희롱 피해자 원직복직, 가해자 처벌”이라는 최소한의 원칙과 상식이 통하도록 정부에 직접 이 문제를 알리고 대책을 요구 할 것이다.
직장내 성희롱이 법제화된지 13년이 흘렀다. 많은 여성들의 힘으로, 특히 피해자의 노력으로 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나마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수많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계약해지가 될까 전전긍긍하며 성희롱을 당해도 아무런 말도 못하고 가슴만 곪아 들어가고 있다. 특히 간접고용 비정규직들은 원청 기업의 무책임 속에 성희롱의 위험에 더욱 노출되어 있다. 만약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피해자의 문제가 이대로 해결이 안된다면 이 땅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인간으로서의 권리, 성희롱 당하지 않을 권리는 영원히 암흑 속으로 묻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여성가족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여성인권증진을 위하여 노력해온 수많은 노력들을 여성가족부가 적극 받아 안아 이제 고용노동부 등 본 문제와 관련된 각 부처에서 성인지적 관점을 갖도록 계도하며, 직접 피해자의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기를 요구한다. 그리고 계약해지, 업체 폐업 등으로 법에서 보장 하고 있는 직장내 성희롱 예방 및 구제조차 그림의 떡인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인권에 대해 책임 있는 법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 모인 지원대책위원회는 피해자의 용기에 마음으로 부터의 지지를 보내며 피해자가 자신의 일터로 돌아가고 가해자가 처벌될 때까지 함께 할 것을 결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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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자 지지를 위한 양재동 현대자동차 앞 1인 시위는 지금도 계속 쭈욱-되고 있습니다! 민우회는 6월 28일 일인시위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일인시위에 함께 하고픈 회원님들 그리고 농성장에 지지방문할 회원님들 언제든지 대환영입니다! :)
문의 ) 02-737-5763 여성노동팀 바람, 낭미, 나우, 나은을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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