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김재철이라는 이미지, 이근행이라는 아이콘
[논평] 김재철이라는 이미지, 이근행이라는 아이콘
이근행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26일부터 단식에 들어가며 “이 정도 탄압에 굴복할 싸움이라면 시작도 하지 않았다. 김재철의 무자비한 탄압은 오히려 MBC 구성원들만 똘똘 뭉치게 만들어 줄 것”임을 자신했다. 훈육과 지시, 배제와 억압, 수직 관료적 행정, 전시동원체제, 저널리즘 기능 말살로 특징지어지는 오늘, 이근행이라는 아이콘은 사막 한 가운데서 만나는 샘물이다.
김재철 MBC 사장은 같은 날 “4월27일 화요일 오전 9시까지 업무에 복귀하길 바란다”는 명령을 내렸고 27일 이근행 위원장, 황성철 수석, 부위원장 5명 등 전임자 13명을 형사고소하고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정치적 공론장의 파괴, 문화적 다양성의 와해, 방송 공공성 위기의 심화, 연대와 공동체성의 해체가 현재 진행형인 오늘, 김재철이라는 이미지는 파시스트적이다.
뉴라이트의 방문진 이사회 장악과 MBC 경영진 교체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러나 거칠고 후진 프로세스였다. 김우룡 씨는 거칠디 거친 후지디 후진 면면을 감춰가며 작전을 펼칠 만큼 세련되지 않았다. 청와대는 용도가 다한 김우룡 씨를 버렸고, 직할의 김재철 사장에게 편성.제작 환경 장악, 노조 무력화, MBC 사유화라는 MBC 장악 시나리오의 중후반부 임무를 부여했다. 김재철 사장이 윤혁, 황희만 카드를 접으며 노조로부터 시민권을 부여받았을 때 편성.제작 환경 장악도 시간 문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윤혁, 황희만 카드를 접는 순간 편성.제작 환경의 완전한 장악이 어렵다는 것을 인지했고 그 핵심에 ‘PD수첩’이 있었다. 노조의 판단은 비록 시민사회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았지만 틀리지는 않았다. 김재철 사장이 김재철-황희만 체제 구축을 시도한 것은 필연이었다. 그리고 노조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공영방송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며 대치하고 있다.
힘의 균형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순간 승패가 결정되겠지만 이 결과가 미치는 파장은 예상을 웃돌 전망이다. 김재철이라는 이미지, 이근행이라는 아이콘이 상징하는 만만치 않은 무게의 현실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총파업투쟁과 단식, 업무복귀 명령과 형사고소로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이 흐르는 여의도 MBC에 시민사회의 관심도 떠나지 않는다. 양 자가 쓸 수 있는 대부분의 수단이 동원됐다. 김재철 사장이 편성.제작 환경 장악을 위해 선택한 황희만 카드를 버리지 않는 한 사태 해결 방법은 제한된다. 김재철 사장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은 공권력 뿐인데, 공권력을 동원하는 순간 어느 한 쪽의 승리는 보장되지 않는다. 공권력 동원은 곧 공영방송 MBC의 돌이키기 어려운 파산을 의미한다.
반면 MBC노조에게는 시민사회라는 든든한 기반이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무턱대고 MBC노조를 지지하지만은 않는다. 시민사회가 지금까지 MBC노조의 대응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하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김재철이라는 이미지와 이근행이라는 아이콘이 상징하는 현실 문제를 놓고 노조가 시민사회와 나란한 위치에서 어깨를 맞대기보다 단지 지지와 응원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면 변화 속도가 빨라졌다. 팽팽한 힘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 노조와 시민사회는 더 많은 연대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네이티리는 “대지의 어머니는 편을 들지 않아. 단지 자연의 균형을 유지할 뿐(Mother earth does not take sides. she protects only the balance of life.)”이라고 했다. 시민사회는 공영방송의 균형이 깨지는 것을 원치 않으며 ‘PD수첩’을 함께 만들고 함께 볼 권리를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2010년 4월 28일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 (미디어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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