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KBS노조의 오만
[논평] KBS노조의 오만
KBS노동조합이 KBS집행부와 이사회, 방송통신위원회, 정치권을 향해 ‘KBS 수신료 현실화’에 대한 입장을 피력했다. 요점은 “수신료 인상 없이 향후 공영방송의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므로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공익성을 실현하기 위한 공영적 재원인 수신료 인상에 찬성”한다는 내용이다. 공영방송 KBS가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상황에서 당사자인 노동조합이 수신료 인상을 강하게 어필했다는 점에서 참으로 가상한 일이다.
KBS노동조합은 이번 성명에서 다섯 가지 요구를 내놨다. 우선 이사회 구성 및 사장 선임 프로세스를 정치·자본 독립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방송법을 개정하라는 요구다. 얼마든지 논의하고 제.개정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KBS노조의 주장이 호소력을 가지려면 지난 이병순 전 사장과 김인규 전 사장 체제가 안착되는 과정에 정치·자본 독립적인 KBS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먼저 밝혀야 한다.
KBS노조는 물가연동제 도입과 함께 수신료 인상을 하되 6,500원 안은 부담이므로 합리적인 수준으로 하고, 아울러 수신료 인상을 투명하게 논의할 시스템으로서 독립적인 ‘수신료산정위원회’ 발족도 제안했다. KBS노조가 말하는 합리적인 인상의 액수와 근거가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30년간 묶인 수신료’ ‘디지털전환 비용’과 같은 주장으로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더군다나 수신료위원회는 수신료 산정의 투명성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공영방송 재원 운용의 투명성 관리감독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KBS노조는 SBS의 월드컵 독점 중계를 통해 족벌언론의 악영향이 확인되었다고 주장했다. SBS의 독점 중계는 그 자체가 악영향이 아니라 족벌방송, 공영방송 할 것 없이 9시뉴스를 월드컵뉴스로 도배질(6월23일 9시뉴스의 경우 KBS 42꼭지 중 30꼭지, MBC 33꼭지 중 24꼭지, SBS 46꼭지 중 37꼭지)하는 식의 방송3사의 저널리즘 행태가 악영향이다. 상업방송과 한 뼘 만큼이라도 차별되는 방송을 하고서 수신료 인상을 거론하는 것이 순리이자 도리이다.
KBS노조는 이사들에게 수신료 인상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KBS노조는 “지난 정권 때 수신료 인상을 적극 추진한 일부 이사들이 지금은 정치권의 2중대 노릇을 하며 이사회를 정치투쟁의 장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의혹이라니 확인되면 밝히되, 정치권의 2중대 여부가 아니라 김인규 사장과 손병두 이사장, 황근 이사처럼 정치권의 사단장 역할을 하는 이사들부터 문제를 삼아야 뒤끝이 없을 것이다.
KBS노조는 마지막으로 “사측의 방송행태(권력에 눈치를 보며 방송 제작)에 변화가 없을 경우 우리는 사측 책임자들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것임을 분명하게 경고”했다. 박수받을 일이다. 공영방송 당사자로서의 KBS노조가 시민사회로부터 조금이라도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단호하게, 즉각 실천해야 할 책무이다.
2010년 6월 24일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 (미디어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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