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에 보내는 편지
PD수첩 제작진에게 보내는 편지
한국여성민우회는 8월 18일, 지난 8월 4일의 PD수첩 방영분 [2030 남성보고서 그 남자, 왜 그녀에게 등을 돌렸는가] 편에 대한 단체상영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약 50명 정도의 시청자들이 함께 모여 방송을 시청하면서 해당 방송의 문제점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이 자리에서 나온 문제제기들과 비판 지점들을 한데 모아 PD수첩 제작진에게 전합니다.
1.
가장 공통적으로 많이 나왔던 의견은, 방송에서 여성혐오라는 현상과 그 원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여성혐오가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정당화하고 합리화하기에 급급하여, 중요한 사회적 현실(경제활동참가율, 임금격차, 성폭력 등 여성 대상 범죄)은 삭제되었습니다. 군대-데이트-가부장으로 이어지는 단편적이고 표피적인 현상만을 언급할 뿐이었습니다.
2.
이 방송에서 주로 인용하고 있는 자료는, 서울지역 20, 30대 미혼남성 500명의 설문조사였습니다. 이 표본이 여성혐오를 설명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근거일지는 의문입니다. 데이트 실험 장면과 인터뷰들은 맥락이 삭제된 채 편집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여성혐오의 원인은 그것을 유발하는 ‘여자가 문제다’라는 메시지를 드러내었습니다. 심지어 칼럼리스트 ‘김태훈’이 마치 전문가인 양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3.
마무리에서 ‘모든 혐오는 나쁘다’, ‘대화로 해결하자’며 성급하게 결론을 제시하였습니다. ‘데이트’처럼 개인 관계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사회구조적 원인으로 제시하며, 해결 방식은 개인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여성을 혐오하는 정당한 이유라고 말하는 것입니까? 그리고 여성은 청년실업의 고통을 겪는 당사자가 아니라는 것입니까? 전체 여성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56.1%이며, 남성의 비정규직 비율보다 19.2% 높습니다. 임금격차는 남성이 100일 때 여성 임금이 63에 불과하여 OECD 국가 중 압도적으로 최고 수준을 기록라고 있습니다. 민우회는 지난 2년간 여성노동자 심층 인터뷰를 통해, 남성이 주생계부양자라는 것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발굴하였습니다. 이미 현실에서 여성들은 가정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일해 왔으며, 더 이상 여성의 경제활동을 ‘보조적’인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4.
PD수첩은 지상파 시사 방송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여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역할을 방기하여, 별다른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방송을 제작하였습니다. PD수첩은 시청자들의 문제제기를 외면하지 말고 부디 성찰하고 제대로 된 방송 제작을 위해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청자들이 한 번 돌린 등을 다시는 되돌리지 못할 것입니다.
2015년 8월 25일
PD수첩 [2030 남성보고서 그 남자, 왜 그녀에게 등을 돌렸는가] 상영회 참여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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