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여소]가 전하는 소설이야기1-나쓰메 소세키 '마음'
2월 13일 오전 8시 30분.
7시 30분에 눈을 뜬 것이 최근 3년 간 없었던 저는, 소세키를 만나고자 그 시간에 눈을 떴습니다.
구마모토는 우리가 여행한 규슈지방, 그 중에 나쓰메 소세키가 영어 교사로 재직하면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쓴 자택이 있는 곳입니다. 이 남자에요.
일본의 박경리라 불리며, 완전 사랑받고 있는 작가이죠.
그래서 돈에도 등장하고(젊은 시절, 나이든 시절 등 ) 광고에도 등장합니다.
해가 지는 것이 아니라 떠오르고 있는 시각.
학교가 여러개 있는 우리와 다를 것도 없는 골목들이 펼쳐진 구마모토 거리입니다.
언어와 문자가 아닌 다른 수단들이
이방인인 우리 모두에게 반가웠던 기억만이
...
소세키가 걸었던 길들은 지도로 잘 나와 있습니다.
'마음'은 소세키가 위궤양으로 죽기 일년 전에 완성한 마지막 작품으로 (다른 하나는 쓰다가 듁었다고 해요 흙;;) 평론가님들은 완성도가 가장 높다고 한답디다.
일본인들이 이 사람을 참 자랑스러워하고 사랑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는데, 걸었던 길을 이렇게 귀여운 지도로 만들어 두었더군요.
특유의 저, 손가락 고이는 자세! (정말 외쿡에서는 그림이 반가워요!)
드디어, 자택을 찾았습니다.
전차 2-3정거장 거리를 걸어서, 부은 얼굴을 하고 마주한 그의 흔적!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은 옆문이었습니다.
그곳에서도 있는 세콤경비구역 표시를 보면서 화단옆에 작은 구멍을 보고 망설였습니다. 아직 문을 안 연것 같고, 여기가 문이 아닌 것 같아서..
'나는고양이로소이다'에 나오는 절대 쥐는 잡지 않는 자존심 있는 고양이 처럼 우리(싱기루, 바람, 폐달)는 화단 뒷문을 넘어 집에 숨어들었습니다.
나중에 확인한 정문은 이런 모습이었어요.
우리도 소세키네 집에 놀러간 것 처럼, 몰래몰래 친해지고 있었습니다.
입장료 200엔. 3000원 돈으로 개장시간 9시 30분 이전에 특유의 친절한 관리인에게 배려 받으며,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마음'에는 현관과 거실이 가까운 '선생님'댁에 대한 묘사가 나옵니다. 이 집을 다녀온 후로 마음을 읽는 동안 소설의 배경과 계속 겹쳤던 듯 합니다.
주인공의 아내의 친척집이 있는 이자카야역시 여행중에 잠시 들른 근방이었죠. 길을 걸으며 많은 대화를 나눴던 K와 '선생님'(모두 마음의 등장인물)처럼, 그 길은 무언가 차분하면서도 이끼낀, 습기가 가득한 이야기를 머금고 있는 듯 했습니다.
서재에서 바라본 정원과 아침햇살은 마음을 고요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 사람은 아주 어린 시절 입양을 갔다가 다시 파양되어 본가에 옵니다. 영어밖에 없는 설명에는 그것이 작가의 '트라우마'가 됐다고 적혀 있더군요. '마음'에서 K또한 파양되고 어머니를 일찍 여의죠.
이 남자는 꽤 잘 살았고 항상 아프고 위 궤양에 시달리고 신경성 질병에 시달려서 맥아리가 없는 이였다고 합니다. 그래도 일등, 수석을 놓치지 않았고 천황의 지원을 받아 국비로 영국유학을 떠나는 엘리트 였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를 하거나 아사히 신문기자를 하거나 더러 소설을 쓰면서 부족함 없이 살았지요.
그렇지만 '마음'을 읽다보면 스스로 자신을 유폐하고, 죄의식을 각인하며 사는 세상과는 소통하지 않는 작가를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후에 세여소에서 이야기 됐던 천황에 대한 애정, 메이지 시대에 대한 연민도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특유의 대중성을 유지하고 있는 듯도 싶습니다.
그냥 이런 짓이 하고 싶더라고요 ㅋㅋ.
꽤 미남인데, 아내와 그다지 사이는 좋지 않았지만 5명의 자녀를 두었다고 합니다. 여기저기 조금은 어설픈 그림도 있고 본인이 쓴 서화도 있는데 이렇게 다방면에 조금씩 조끔식 여러가지 시도를 하면서 살았더라고요.
아내 외에 다른 한 여자의 고운 초상이 있었는데요. 바람의 말에 의하면, 그가 몹시 사랑했던 정인이라고 합니다.
집 뒤에는 마구간이 있는데, 소세키네에 자주 들르든 학생이 있었다고 해요. 마치 '마음'에서 '나' 처럼. 그는 후에 훌륭한 수필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사방에 정원을 가꾸어 두어서 어느 곳이나 감수성이 피어나는 집입디다.
꽤 귀여운, 살짜기 꾸부라진 필체.
다다미 위로 햇볕을 받으며 한동안 소세키의 방에 있었습니다.
전 세계인들의 언어로 남겨진 방명록에 저는 한국어로 이렇게 남겼어요.
소설을 읽고 사랑하는 사람들, 세계로 가는 여성주의 소설 읽기 모임. 세여소를 대표해 싱기루가 다녀갑니다.
문학적 상상력, 예민한 감수성, 차분한 정원.
지금은 아침 8시 45분, 귀여운 모던보이!
뭔가 부끄럽군요.
잘 다듬어진 도시의 호텔보다는 일본식 민가를 보고 싶었던 우리는 정원과 햇볕이 무척 아름다운 이날
아침에 얼굴이 하얗게 뜨는 이런 사진을 남기고 돌아왔습니다.
이제 세여소의 첫번째 책 '마음'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 할게요.
마음의 줄거리입니다. 스포일러 완전 있습니다. 소설을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어요. 3부에서 속도감이 배가 되고, 모든 실마리가 풀립니다. 수상하다 했더니, 3부만 따로 단편으로 나왔었다고 합니다.
제1부 선생님과 나
대학졸업반인 나는 행복해 보이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대학학사출신인 선생과 인연을 맺게 되어 선생에 대해 알아간다. 선생의 특이한 점은 놀고먹는 다는 것. 더 특이한 점은 한달에 한번번은 조시가야에 있는 누군가의 묘에 다녀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생은 사람들을 싫어한다. 선생을 만나게 된 경위와 특이한 점을 관찰한다.
제2부 부모님과 나
나는 졸업후에 고향에 내려가서 몸이 안 좋은 아버지 곁을 지킨다. 많이 위독해진 아버지 곁에 있던 나는 선생으로부터 도쿄에 올 수 있냐는 전보를 받게 되지만 갈 수 없다는 정보를 보내게 되고나서 며칠이 흘러 엄청난 양의 편지를 받는다. 이 편지가 선생의 일생을 대변해주는 자서전이자 유서이다. 이 편지를 받고 바로 도쿄로 향하며 이 편지를 읽어나간다.
제3부 선생님과 유서
3부의 이야기는 선생의 자서전의 유서인 편지의 내용이다. 상당히 부유했던 부모님은 선생이 스무살이 되기 전에 장티푸스로 연달아 돌아가시고 그 후 숙부를 의지해서 지낸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 유언 한마디로 고등학교를 도쿄로 다니게 된다. “도쿄로” 이후에 선생이 세상 사람들은 싫어하게된 이유가 나오는데 그것은 부모님의 유산을 숙부로부터 많이 빼앗겼기 때문이다. 선생이 하숙을 하게 된 집에는 아주머니와 따님이 살고 있는데 선생이 하숙하는 방에 K라는 친구를 데리고 오게 된다. 따님과 K사이에 친밀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K는 따님을 좋아하게 되고 그 이야기를 선생에게 하자 선생은 여자는 죄악이라는 듯이 이야기하고 K에게 복수심을 담아 자신이 주장하던 길은 어딨냐고 반문한다. 후에 선생은 따님과 결혼을 약속하면서 K의 뒤통수를 치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K는 자살을 하게 된다. 선생은 자신 때문에 그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이를 참회하기 위해 묘에 찾아갔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사랑하는 아내를 얻었지만 언제나 아내를 보면 K가 생각나서 언제나 괴로워하게 됐다. 그러다가 천황이 서거하게 되고 그 후에 노기대장이 자살을 한다. 1904년 러일전쟁당시 여순 대련전투에서 일본군이 6만5천명이 전사하며 승리한다. 이에 노기에란 일본군 대장은 전국민으로부터 환영을 받게 되고 명치천황으로부터 공로를 치하 받을 정도였으나 노기대장은 부하를 대거 전사시킨 책임을 지고 자살하려 했으나 부하의 만류로 단념하고 8년이 지나 천황이 서거하나 부부가 같이 자살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선생은 자살을 하는 것 처럼 꾸미고 끝내 아내에게는 본인이 죽는 이유나 유서에 관해서는 비밀로 하도록 부탁한다.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 근대 문학사에서 중대한 지표가 되고 있는 작가라고 합니다. 작가이기 이전에 영문학자로서 높이 평가받기도 했던 그는 오늘의 일본 문학연구자들 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널리 애독되고 있는 수많은 작품을 남긴 국민적 작가에요. 이런 인기와 대중성의 바탕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일본인들의 서양에 대한 동경, 천황에 대한 공통의 애정?
그의 작품 세계는 대부분 세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한 암울함이 배어 있고, 서양과 동양의 매개로써 사랑과 에고이즘, 인간의 '실존' 문제에 빠져 들기도 했습니다. '나의 개인주의'라는 책을 꼭 같이 읽고 싶었는데요, 소세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에고이즘을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지식인의 사회참여, 역할론보다는 개인의 의식과 자아의 번민, 인간의 선과 악, 인간의 변화 가능성 등에 더 많은 관심을 두었던 뚜렷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회의 역동보다는 개인의 의식에 뽀인트가 있었고 이런 태도는 사람들이 대량으로 죽거나, 군인의 자살에 의미부여하던 일본인들의 멘탈리티 ㅋㅋ 에서는 충분히 공감을 샀겠죠.
불혹에 가까운 38세에 소설을 쓰기 시작한 그는 매우 민감한 사람이어서 끊임없이 강박 관념에 휩싸이거나, 아내의 애정을 의심하기도 하는 등 타인과의 생활 속에서 늘 에고이즘의 추악함에 휘말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1900년대에 국비로 유학을 다녀와서 교편을 잡고 신문 기자로 일하는 등 일본의 지식 계층의 중심에서 생활했던 그는 그곳에서 나타나는 자아의 갈등에 괴로와했습니다. K와 '선생님'은 그런 자신의 두 가지 자의식에 대한 세밀한 서술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K는 스님의 아들로 태어나 파양당하고 어머니를 여의고 실제의 소세키의 삶과 많이 닮았습니다. 정진에도 관심이 많았고요. 소세키는 만년에 자아의 갈등에서 빠져나갈 길로서 '칙천거사(소아를 버리고 천명에 따른다는 선적인 조어)'를 택했습니다. 나름 자신에게 주는 답이었을 것 같아요. 그는 친구의 배신 때문에 자살을 한 것 같지 않습니다. 선생은 죽음에 가까워, 외로움 혼자 남겨지는 두려움, 한없는 나약함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합니다. 세여소의 의견도 그렇습니다. 따님과 K의 사랑도 확인된 바가 없고 그가 죽은 이유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삶을 지속할, 정진해 나갈 이유, 고된 단련과 고뇌의 길을 갈 필요를 읽은 거죠.
소세키는 극심한 신경쇠약에 시달리기도 할 만큼 현실과의 조화롭지 못한 괴리감으로 고통스러워했고, 그의 작품들은 당시 일본 문학계에서는 이단으로 몰릴 만큼 경원시되기도 했지만, 지식인들에게는 정신적인 지주로서 읽혀왔다고 합니다. 소세키의 문학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읽혀온 것은, 그가 인간의 고독한 이면을 관념적이 아니라 인간의 진실에 가깝게 근접하고자 하는 예리한 시각으로 조명했기 때문이겠죠.
읽다보면 인간은 변할까? '따님'은 누구를 사랑한 걸까? 인간은 순간 악해지는 걸까? 근본적인 외로움은 어떻게 극복할까? 세상에 면죄부란 무엇일까? 등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소심한 배운 남자의 소상한 유서.
소세키와 만나보세요. 고양이로소이다는 은근 인간에게 거리를 두고 실없는 농담을 해대는 개구진 그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다소 솔직해서 드러울 수 있는 욕망(친구가 사랑한다해도 그 사람을 가지고 싶은 마음), 선생님의 시선과 나의 시선이 교차되면서 느껴지는 묘미, 천황의 시대를 사는 근대지식인의 불안, 고뇌. 별 것도 아닌 고민고민고민고민고민들.
(참고: http://www.soseki.co.kr/)
삶은 여행! 소설은 여행중의 여행 !
세여소에서는 놀러와를 통해 세여소가 읽고 있는 소설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바라요~ 세계로 가는 여성주의 소설읽기 모임 세여소는 새로운 회원에게도 열려있습니다. 다음 책은 일본에 대한 궁금증을 이어 소설이 아닌, 대담집 '결혼제국'을 읽습니다. 늘바람의 발표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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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가락락 병고에 시달리는 줄 알공.
니뽄에 가면 구마모토에 들러보세요. 후지산에 가면 소세키가 자주가던, 온천도 있다고해요. ㅎㅎ
그날 모임 이렇게 보니 또 색다르고 좋으네요.
이렇게 읽으니 좋쿠만. 나도 데려가지 흑흑ㅜㅜㅜㅜㅜ
아 저분이 그분?ㅎㅎㅎ 싱기루 여행기 잼있어요!
우와-세여소와 싱기루 매력에 다시 한 번 풍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