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명의 여자들이 검찰청 앞에 모인 이유는?
비오고 바람불어 추웠던 어제(27일) 57명의 여자들이 대검찰청 앞에 모였습니다.
혹시 지난 21일 방영된 MBC PD 수첩 '검사와 스폰서' 를 보셨나요?
전직 건설업체 대표 J씨가 전현직 검찰 고위간부들에게 수년에 걸쳐 접대, 향응 제공 및 성매매알선까지 한 사실을 PD 수첩에 제보했습니다. 문제를 제기한 J씨는 이 내용으로 부산지검에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어떠한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제보를 하게 된 것입니다.
방영 다음날 하루에만 6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른바 '스폰서 검사'를 성토하는 글을 다음 아고라에 올렸고,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의 항의 접속으로 검찰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습니다.
<4월 21일 방영된 MBC PD 수첩의 한 장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대한민국 검찰은 모든 범죄 수사의 지휘권을 갖고 공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 거대한 권력기관이기 때문입니다.
(*공소권이란? 검사가 법원에 대해 특정한 형사 사건의 심판을 청구하는 권리)
즉 모든 범죄는 검찰의 수사가 이루어지고 기소가 되어야 법정으로 가서 판결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니 법원보다 더 실질적인 권력이 검찰에게 있는 것이지요.
하여 성매매 의혹 검사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공동고발인 57인의 여자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하고 고발장을 접수하러 모였습니다.
참여연대는 이미 지난 21일에 뇌물수수로 57명을 고발한 바 있습니다.
도대체 봄은 언제 오는 겁니껴?
바람을 뚫고 모인 우리들, 고발인 명단에 도장을 꾸욱 눌러 찍습니다.
여성운동의 왕언니들이 대거 참석하셨군요.
박영미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 장자연 리스트도 결국 밝혀지지 않았었다. 성상납을 받는 검찰이라면 성폭력, 가정폭력에 대해서도 솜방망이 처벌 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
검찰은 처음에 제보자를 정신이상자로 취급하다가 언론 보도 이후 태도를 바꿔 민간인을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그 산하에 대전고검장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을 꾸렸습니다. 검찰이 검찰을 조사하겠다는데... 잘 될 리가 있나요?
이강실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
"검찰이 수사지휘권과 공소권 독점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죽은 권력은 부관참시, 산 권력은 면죄부 수사, 저항 세력에는 옥죄기 수사를 하는 검찰이
검찰을 조사한다고? 지나가는 개가 웃는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상임대표
"그동안 성매매 관련한 수많은 고소고발이 은폐, 축소되었던 이유를 이번 사건이 말해준다.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는 검사들을 현행범으로 즉각 체포하라."
민우회 활동가들도 고발인으로 참여하였습니다.
고발장을 접수하러 검찰청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이게 웬일?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국민의 권리를 행사하겠다는데 뭐가 부끄럽길래 이렇게 막아서는 걸까요?
한참 후에 개구멍 비슷한 쪽문을 열어주면서 대표 3명만 들어오라는 겁니다.
우리는 거부하고
굳게 닫힌 검찰청 문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해산했습니다.
하지만 싸움도 고발도 계속됩니다.
*법조전문가들이나 시민사회 운동의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뇌물수수와 성매매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제도개혁의 전제이다
-명백한 범죄행위이기에 조사가 아닌 '수사'를 해야한다(그래서 고발을 했지요)
-위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특별검사제를 도입해야 한다
-모든 범죄의 수사지휘권과 독점기소권과 같은 막강한 권력을 일부 분산해야 한다
공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 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분산하고 검찰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요?
박기준 부산지검장이 취재 중인 PD에게
"니가 뭔데, PD주제에 검사한테 전화해서 확인하냐" 며 막말을 하는 내용이 그대로 방영되었는데요,
에효...인간이 인간 그 자체로 귀하게 대접받는 세상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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