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여성노동자의 맛있는 노동을 짓기 위한 전국릴레이_강원도 원주 편
전국릴레이
오늘은 강원도 원주시에서 지어지고 있는 [맛있는 노동!]을 소개합니다. 원주에서 '여성 영상제작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에 결과물을 만들어냄에 있어 식당여성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기로 기획하였고 쉽지 않던 촬영과 인터뷰의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그 과정을 끼적인 촬영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촬영기를 축약해서 전달해볼까도 했지만 추리는 것이 생동감을 저하시킬 수 있어 거의 원문을 전합니다. 다소 길더라도 소소한 재밌는 이야기가 있으니 끝까지 읽어주세요!)
5월 어느 날 시작된 첫 촬영.
새벽을 가르며 들어왔다. 새벽 4시부터 5시까지의 촬영. 난감한 마음.
그저께 섭외해둔 식당에 가서 새벽 4시쯤이 한가하단 말씀을 듣고,
토요일 새벽에 가기로 했다가 토요일은 바쁠 것 같고 나또한 준비가 덜 되어서
다음날 새벽에 다녀왔다.
그랬는데…….
미리 말해두었던 홀서빙 아주머니는 막상 카메라를 보자 찍지 말라고 하셨다.
일한지 얼마 안돼서 잘 모른다며 피하시고 설문지를 가져오지 그랬냐고 하셨다.
감시카메라가 찍고 있어서 안 된다고 하시며… 어째야하나 잠시 난감해하는데
마침 한가할 때 밥 먹자고 나오시는 주방아주머니. 식사하시는데 죄송하다며 다가갔다.
그러며 배운 한 가지.
거창한 것을 찍으려고 한다는 듯 설명하니 상대방도 움찔한다. 그냥 “영상배우는 학생인데 제가 찍으려는 것 중에 식당장면이 필요하다”고 말하니 편히 대해주신다.
주방1 아주머니는 굉장히 괄괄 터프하셨다. 일하실 때 목소리도 제일 크고 저분이면 말씀 잘해주시겠다 싶은 분이었다. 막상 카메라를 들이대니 쑥스러워하시면서 살짝 부끄럼.
그래도 찍는 건 괜찮다고 하신다. 근데 ‘예쁘지도 않은데 그게 그렇지’ 하신다.
그래도 역시 웃는 모습은 다 예쁘다. 살아있다. 카메라는 역시 다른 힘이 있다.
주방2 아주머니는 처음엔 찍지 말라며, 소화 안 되게 밥 먹는 걸 왜 찍는 거냐며 면박ㅠㅠ
그럼 손만 찍겠다고 하며 촬영시작. 그러다 결정적 한마디.
여기 일하는 사람들도 다 똑같은 사람인데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한테 그런 짓 못하게 찍어서 많이 퍼뜨려달라고 하신다!!
“그래요!! 제가 듣고 싶은 게 바로 그거였어요!!” 하면서 은근슬쩍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러더니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잘 하신다. 술술술- 좀 경직된 인상의 아주머니가 술술술- 말씀을 편히도 참 잘하신다. 재밌다. 카메라의 다른 눈.
여하튼, 모자랐다. 나의 능력이… 좀 더 끄집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건 아직 더 해봐야겠지? 일단 오늘에 만족하고.
중간에 장면전환용 컷을 좀 더 찍고 고맙다고 또 오겠다고 주방아주머니들께 인사를 하고,홀서빙 아주머니에게 계산을 하니(참! 배도 안 고픈데 선지국을 시켜먹었다-_-;;; 죄송하게도 반도 더 남기긴 했지만;;)
좀 아쉬웠던지 서빙아주머니께서 난 이제 보름밖에 안돼서 잘 모른다고 또 말씀하시기에 그냥 그 얘기를 편히 해주면 된다고 했다. 설문지를 만들어보겠다고…….
“저 내일 새벽 또 올지 몰라요~~” 했더니 화~~알짝! 웃으시는데 정말 예쁘다.
밖에서 식당외부 모습을 찍고 돌아왔다. 오면서 새벽빛을 보고, 냄새도 맡고, 새소리도 조금 듣고, 거리 환경미화원 분을 보고 감흥이 생겨 살짝 찍었다.
또 5월 어느 날, 두 번째 촬영.
두 번째 촬영을 나갔다 또 새벽 4시에. 두 번째라 잔뜩 기대를 하고 갔다. 지난번 촬영 후에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해 자신감도 붙었고!! 안면이 있으니 훨씬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촬영이 될 거라 기대도 했다. 근데 막상 가보니 분위기는 썰~~~렁.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반색은커녕 쌀쌀하다. 일반손님보다 더…….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은 정말 배도 고픈데ㅠㅠ’ 콩나물국밥을 최대한 맛있게(!) 먹고, 타이밍을 보는데 오늘은 바빠서 중간에 식사도 못하시고 일만 하신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버티고 버티다 두 분이 속닥이는 말 속에 “손목이 아파.”라는 말씀이 들려 바로 치고 말을 걸었다. "손목이 아프시다고욧?!" 쌀쌀맞은 대답.
"아, 그럼 식당일하는 사람이 손목이 젤 아프지 어디가 아파욧!!" (눈도 안 마주치고ㅠㅠ)
다른 아주머니는, "뭘 또 자꾸 얘길 하라구랴! 귀찮게 하지말구 가!!" (ㅠㅠ)
‘지난번과 왜 이렇게 분위기가 다를까? 그래, 두 번째라고 내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반응하며, 대답해 주실 거라고 생각했던 게 내 욕심이구나. 그리고 지난번엔 얼떨결에 자신을 노출하고 그 뒤에 작은 후회감이 생겼을 수도 있고. 그래서 이번엔 그렇게 안 당하리라(!) 더 방어적이 되었을 수도 있어. 그래.’ 하면서 소심해서 다치기 쉬운 내 맘을 다독거렸다.
그리곤 “아주머니들이 ‘촬영한 일은 참 재미있었어!’라고 생각이 들도록 하지 못한 것은 내 책임이야. 그래. 오늘은 그런 마음이 드시도록 하고 돌아가야겠어.” 그래도 나 참 많이 용감해 졌다하는 생각으로 다시 맘을 다잡았다.
화장실을 청소하러 나가시는 분을 뒤따라 화장실까지 쫒아가 내내 촬영을 하고, 똑같은 질문도 여러 번. 그래도 아까 쌀쌀맞았던 게 미안하셨던지 정신없이 화장실청소로 손과 발을 움직이면서도 대답을 잘 해주신다!!(^ ^)
조금 뒤에 무서웠던 아주머니께 인권길잡이 책을 드렸더니
"뭐, 이거 설문지야?" 하셨다. 설문지는 아니지만 좋은 정보가 많이 있으니 읽어보시라고 하고 한 권 더 두고 왔다. 극구 촬영을 거부하셨던 아주머니껜 자필로 준비해간 설문지를 드렸더니 꼭꼭 접어서 앞치마에 넣으신다.
‘그래. 오늘은 이걸로 만족! 길라잡이 책을 거부감 있게 받지 않았으니. 이것만으로도 좋아. 다음에 영상이 완성되면 시사회에 초대도 했으면 좋겠고, 직접 만든 팥 주머니를 선물로 드려야지…….’하는 생각으로 행복했다.
그렇게, 길~~고 긴 [함께 짓는 맛있는 노동!] 영상촬영과 편집이 끝. 났. 다.
주마등처럼 흘러가는 이야기들, 카메라에 담기진 못했지만 나 혼자서 조용히 느꼈던 감흥들, 찍기까지 이러저러 우여곡절과 사연들. 카메라에 담겼어도 이런저런 이유로, 가차 없이 잘려져서 버려진 이야기들. 그런 모든 것들이 섞어지고 더해지고 빼지고 해서. 어설프고 아쉬운 데로, 그렇지만 뿌듯함은 최고인 영상이 만들어졌다.
*제목 : 함께 짓는 맛있는 노동
*작품설명 : 우리의 엄마일 수도 있고 누이일 수도 있는 그녀들의 인터뷰를 통해 밥이 소중하듯 식당여성노동자의 노동도 소중한 가치를 인정받길 바라는 15분 정도의 다큐. *시사회 : 8월 18일(수) 저녁 7시, 원주영상미디어센터 상영관 |
(나름 HD로 촬영한 거라 덩치가 커다란 파일이 되어 홈페이지에서 영상 전체를 공유할 수가 없어 일부를 캡처했습니다.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이번 '여성 영상제작교육'에 참여한 이들의 작품을 하나의 CD로 제작할 예정이니 문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원주여성민우회_033-732-4116)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마지막에 해장국집을 한 번 더 다녀왔다. 끝까지 성함을 안 가르쳐준 분 성함을 자막에 넣어야 해서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근데, 그분이 그만 두셨단다. 그리고 그 분의 이름을 아무도 몰랐다. 그냥, 진주엄마라고만 알고 계셨다. 왜 그만두셨을지 이름을 알아내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했지만 그보다, ‘어디로 가셨을까? 여기가 그래도 식당 중엔 처우가 좋은 편이라고, 여기서 제일 오래된 참모라고 했는데…….’
촬영을 하면서 이런저런 사연들과 불편부당함을 듣고 생각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안 좋은 쪽으로만 생각이 자꾸 든다.
‘누가 아픈 건 아닌지?’
사실, 그러면서도 정작 그 아주머니가 아파서 관두셨을지 모른단 상상보다
‘아이가 아픈가? 남편이 아픈가?’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강단 있고 활력 있어 보였던 아주머니는 생전 아플 것 같지 않다고 나도 모르게 느끼고 있어서일까? 아니 아파도 참고 꿋꿋이(!) 일하실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에서…….
'뭐, 배운 게 많아, 기술이 있어. 내가 하기 쉬운 일이니까 하는 거지'란 말씀이 생생하다.
그리고 ‘알겠습니다.’ 하고 돌아서 나오며 이게 바로 ‘식당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로구나’싶었다. 그게 촬영은 끝나고 영상은 만들어졌어도 계속되고 있구나, 이분들의 삶은…….
어디 더 처우가 좋은 식당으로 옮겨가셨다고 하면 그것도 좋은 일이겠으나 그렇게 흔적도 없이 가버린 것이 계속 반복되고 반복되다 식당 아주머니들도 이렇게 사라지는 건가 싶었다. 어딘가로 옮겨가서 일하고 계실지, 분명히 이름이 있는데 그저 누구의 엄마로만 남겨지고, 분명히 여기서 일하고 계셨는데 어느새 사라져 버린 것이 조금 황망하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고 그. 랬.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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