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청소, 경비노동자들을 만나다
빗자루만 알던 사실에서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로
1월 14일 금요일 오전 11시에 홍익대 비정규노동자 고용승계촉구 서부지역 시민사회단체/정당 기자회견이 있었다. 플랫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는 학교는 소리없는 아우성에 휩싸여 있었다. 주황색 천에 청소, 미화 노동자들이 직접 쓴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왜부일력 중단하라’ ‘우리는 피닮 흘린 죄뿐이다.’ 맞춤법도 틀리고 비뚤비뚤한 글씨다. 배우지 못하고 목소리 내지 못하고 평생 일만 했다. ‘학생들 도와죠’ 외마디 고함을 담은 현수막이 바람에 세차게 펄럭인다. 한 포스터에 허리를 구부려 일하는 여성청소노동자 사진이 있다. ‘교수도 학생도 보지 않고 스쳐지나가는 자리에서 내가 일한 것을 알아주는 것은 빗자루밖에 없다’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이날, 정문 앞에 모인 서부지역 시민단체와 정당의 대표, 활동가들은 이들의 싸움을 지지하고 응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김인숙 대표가 “홍대의 이야기를 듣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학교를 만들고 가꾸는 주인은 이사장이나 총장이 아닙니다… 그 많은 학비를 내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찬 거리로 여러분을 내몰고 이사장 배부르라고 비싼 학비를 내겠습니까? 현재 문제는 간접고용이라는 형태로 외주화하고 일체 책임지지 않으려는 홍대 경영진의 무책임과 게으름이 부른 부도덕한 사태입니다.”
우리나라의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는 855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50%다.(한국비정규노동센터, 2010년 8월 기준) 이들 중 상당수가 여성이다. 기자회견 현수막 뒤에, 대표자들 뒤에, 오십대, 육십대의 나이든 청소노동자와 경비노동자들이 말없이 줄지어 서 있다.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마스크를 끼고 손팻말을 들고 얼어 부르튼 맨손을 비비며 눈을 내리깔고 있다. 사상 최고의 한파가 닥쳤다는 이 겨울에 시멘트 바닥에 잠을 자며 농성하는 이들이다. 한 달에 75만원, 하루식대 300원을 받고 일하다가 1월 2일 새해 벽두에 무더기로 해고된 이들이다. 학교는 지난해와 같은 임금으로 3개월만 계약하자고 했고 용역업체 측은 “최저임금 이상 지급하려면 용역단가를 올려야 한다”고 했다. 학교가 용역업체조차 받아들이지 못할 조건을 제시해 재계약 협상이 불발된 것이다. 홍익대는 대체인력으로 일당 7만원에서 10만원을 주며 지금 일용직과 아르바이트로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그것이 농성하는 노동자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서울에 있는 사립대학들은 고액 등록금으로 수천억 원에 달하는 이월적립금을 축적하고 청소․ 경비노동자들에게는 그들 노동의 정당한 몫조차 주지 않는다. 학교가 재산일까? 학교는 재단의 소유물, 학생들의 돈을 울궈내 축적하는 사유물일까? 아니다. 홍익대에서 일하는 이들은 법으로 보장된 권리를 누리고 노동조합을 만들고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고 인격적으로 무시당하지 않으며 일할 권리가 있다.
청소하는 이들이라고 해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노동자로서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학교가 용역으로 노동자를 쓰며 용역회사마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으로 노동자를 일회용처럼 써버리려 한다면 우리는 이 세상에서 일을 해서 살 수 있을까.
이들의 묵묵한 침묵에 우리가 좀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학습권을 주장하며 농성을 못마땅해하는 일부 후배들에게 홍대의 한 선배는 이런 글을 남겼다. ‘칠십만 원을 받는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는 이백만 원, 삼백만 원 받는 이들의 노동권도 보장하지 못한다. 너희는 사회에 나가서 청소는 안할 거라고 생각하고 남의 문제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결코 남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여성청소노동자들, 경비 노동자 들이 소리없이 흘리는 눈물과 세월에 대해 우리 모두가 좀더 손을 맞잡아야 할 것 같다. 우리가 보지 못하고 누려오기만 한 그들의 노동을 바로보고 그들이 모든 것을 걸고 지키는 차가운 자리를 기억하고 사람임을 위해 그들이 분투하는 자리에 우리 모두의 미래가 함께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함께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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