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다지기 2호 2002. 8.>

[설/왕/설/래]

아주 작은 가중처벌에 대한 단상

고용평등 노동법 연구위원회-여전사

늘 그런 것처럼 모임 시작은 일상적인 수다로부터 시작된다. 서로의 근황얘기서부터 시끌시끌한 문제까지. 그러던 어느 날 이러한 수다는 '이경영 청소년 성매매 사건에서, 왜 미성년자인지를 알았는가? 몰랐는가?'가 중요한가'에 이르렀고, 이에 대한 세미나와 토론으로 이어졌다.
우선 한국에서 성매매와 관련하여 규제하고 있는 법률은 2가지로, 『윤락행위방지법(이하 윤방법)』과 2001년 7월에 제정된『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이다. 두 법률의 단적인 차이는 19세 미만의 청소년을 성매매한 자는 청소년 성보호법, 20세 이상의 여성을 성매매한 자는 윤방법을 적용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윤방법이 성매매를 근절하고, 규제할 수 있는 법적인 토대가 되지 않는 한계로 인하여 현재 '성매매방지법'제정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만약 성매매자가 피해 여성의 나이를 몰랐다면, 혹은 이경영이 주장하는 것처럼 피해 여성이 나이를 속였다고 주장한다면 법 적용은 어떻게 되는가?
청소년성보호법에서는 '성인은 상대가 청소년인지 의심스러울 때는 나이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상대가 청소년인지 알지 못했다면 처벌대상이 아니지만, 여기에는 '적극적인 확인을 거쳐야 한다'는 단서가 있는 것이다.
이경영 사건에 대해 법원은 "이 피고인이 이모(18)양과의 첫 번째 성관계시 미성년자인줄 몰랐다는 점은 인정되나 두 번째는 성관계 전 이양이 '나이를 말했다'는 진술이 신빙성이 높아 유죄가 인정된다"는 것과 "피고인이 제작한 영화에 이양을 출연시켜 줄 것 같은 느낌을 준 점도 인정된다"며 성 관계의 대가성 부분에 대해서도 유죄 판결을 했다.
이경영 사건 덕분에 청소년 성매매의 실태, 심각성, 도덕 불감증, 그에 따른 처벌 수위 등이 사람들 사이에서 많은 논쟁이 되었으나 그와 더불어 청소년 성범죄자 '이중처벌' 또한 불거지고 있다. 청소년성보호법은 청소년 매매춘에 관련된 업주(소위 포주 등)와 수요자인 성인들에 대한 형사처벌과 함께 신상공개를 통해 가중처벌을 하도록 되어 있고, 그 일환으로 1, 2차 청소년 성매매자 신상공개가 있었다. 이에 청소년 성범죄자인 00씨는 청소년보호위원회를 상대로 신상정보공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으나 기각되었고, 서울행정법원은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공개가 헌법상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을 제청해 놓은 상태이다.
이로 인해 '일방적인 신상공개는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라는 측과 '청소년 성매매의 위험성을 신상공개를 통해 사회에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라는 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우리는 청소년 성매매를 어떻게 바라 볼 것인가?
신상공개란 사회에 만연한 청소년 성매매의 심각한 범죄성을 각인 시키는 하나의 도구이며, 사회 일반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장치에 불과하다. 현재 신상공개의 범위는 청소년성범죄자의 성명·연령·생년월일·직업·주소(시,구까지)까지이며, 1,2차 신상공개의 수위는 위의 것을 모두 포함하지 않은 상태였다. 미국의 덴버시에서는 공중파 방송으로 청소년 성매매자의 얼굴까지 공개를 하고, 범죄자의 사진, 별명, 신체적 특성과 주소까지 공개한다. 청소년 성매매의 재범률이 60%가 넘는다는 현실을 비추어 볼 때 신상공개는 이중처벌이 아니라 아주 조금의 가중처벌에 불과하다.
성매매에 관한 우리의 논의는 끝이 없었고, 더욱이 해결을 위한 지점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더욱 더 막막했다. 특히 '성매매 근절'이라는 커다란 틀 안에서, 도드라져 나온 '청소년 성보호를 위한 성매매 근절'의 의미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미로를 찾아가는 듯했다. 청소년은 성인이 되지 않은 미성년, 미성숙한 인간이 아니라 독립된 주체일 뿐이기에 그들은 특별히 보호의 대상도 선도의 대상도 아니다. 그러나 청소년 성매매가 '원조교제'로 불리던 때에 청소년 성매매는 범죄가 아니라 영계를 좋아하는 부도덕한 어른과 그에 편승해 소비향락의 주체로 서고자하는 철없는 여중생·여고생의 문제에 불과했다. 공부하는 학생과 공부하지 않는 학생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문제아 취급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성매매의 대상으로 암암리에 유인하고 거래하는,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 성매매를 근절하는 단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단 그것의 전제가 '선도대상으로써의 보호'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필요한 조건에서 요구되어지는 것이라면 말이다. 청소년이 하나의 독립된 주체이며,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현실로부터 그러한 현실을 바꾸어가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징검다리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