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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목표제를 찬성하십니까?
정강자::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최근 한국행정학회가 우리의 관심을 끄는 기획세미나를 열었다. 여성공무원 채용목표제의 효과를 분석하고 정책방향을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여성공무원 채용목표제는 그 도입 때도 찬반이 뜨거웠고, 7년을 시행한 현재에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여전히 의견이 갈리고 있는 문제다.
'실직적인 남녀평등 실현 방안이다', '여성인력 활용을 위해 필요하다', '누적된 차별을 해소하려면 정부가 솔선수범 해야한다' 등이 찬성론자의 주장이다.
우리나라에서 공무원 채용목표제를 실시하기 시작한 것은 1996년의 일이다. 여성의 참여가 현저히 부진한 분야인 공직에 여성의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의 한 방안으로 실시한 제도이다. 적극적 조치란 "과거의 차별이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현재의 정치, 사회, 경제적 구조를 개선하는 조치로, 과거의 차별로 인한 영향이 사라질 때까지의 잠정적 조치"(UN)를 말한다.
반대쪽에 손을 들고 있는 남성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연구를 위해 배종득ㆍ김영미 교수가 실시한 여성공무원 채용목표제에 대한 실태조사(2002)에 따르면, 우선 동료 남성공무원들은 폐지ㆍ현행유지를, 남자수험생들은 목표율의 하향조정을, 남자대학생들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남성공무원에 대한 업무부담을 가중시킨다', '역차별이다', '한시적 조치였는데 계속해야 하는가', '군가산점 제도도 폐지된 마당에 필요한가', '능력주의에 반한다' '목표치를 넘었지 않는가' 등이 반론의 핵심이다.
과연 여성 공직자의 증가가 남성의 업무를 가중시킬까? 이러한 걱정은 최근 크게 변화하고 있는 여성의 직업관을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닐까? 설사 그렇다하더라도 그 해결책이 여성 공무원 수를 일정 수위로 묶어둠으로써 해결할 문제일까? 뒤집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논리를 따라가 보면 사회적 노동은 남성이 전담하는 것을 가장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성별 분업론으로 귀결된다. 누적된 차별과 그로 인한 현재의 차별 관행은 인정하지만 해결을 위한 적극적 조치는 안 된다는 것인가? 업무가중 문제의 원인 분석과 해결책은 또 다른 차원에서 보완되어야 할 문제로 모성보호의 확대, 직장과 가정을 양립하기 위한 지원조치 등은 남과 여, 국가 등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만 가능하다.
역차별의 우려는 여성공무원의 채용목표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남성공무원의 선발 숫자가 크게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연구 결과로 드러났고, 무엇보다 일하고자 하는 여성을 '남성의 일자리를 빼앗는 여성'으로 바라보는 한 고용평등을 향한 해결책은 없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누적적 차별해소를 위한 한시적 조치를 차별로 보지 않는 것이 국제법의 관행이요 국내법의 평등실현 정신이라면, 언제까지인가 관심이다. 적극적 조치를 차별 수정책으로 받아들인 서구의 경우 이미 20년이 넘도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물론 사회구조적 개선이 아직 충분하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가? 시행 7년, 제도로 정착하기도 전에 초입단계에서 거둔다는 것은 아무래도 너무 섣부르다.
이쯤에서 채용목표제로 좀 더 다가가 보자.
정책시행 초기에 채용목표제의 비율은 5급과 7급에 '96년 10%, '97년 13%, '98년 15%, '99년 18%, 2000년 20%로 적용하다가 국민의 정부에 들어 두 차례 확대 조정한바 있다.('99년 5-9급 20%, 2000년 5-9급 20%, 2001년 5급 20%, 6ㆍ7급 23%, 8ㆍ9급 25%, 2002년 5급 20%, 6ㆍ7급 25%, 8ㆍ9급 30%)
실시 방법으로 고안해 낸 것은 필기시험에서 여성합격자가 목표치에 미달할 경우 그 수만큼을 정원 외로 추가합격 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안을 둘러싸고 또 한바탕 찬반론이 격돌했을 거라는 것은 짐작이 가고 남을 일이나 지면 관계상 낱낱이 분석해보는 재미는 생략하기로 한다.
그보다 사람들의 관심은 공무원 채용목표제 실시 후 여성 공직자 수가 얼마나 늘어났는가, 또 채용목표제의 적용을 받고 합격한 여성공무원 수는 몇 명인가 일 것이다.
2001년 통계를 보면 전체 공무원 시험 합격자 3,845명 중 여성 합격자는 1,286명(33.4%)이다. 반면 채용목표제의 적용을 받은 합격자 수는 5급 3명, 7급 22명, 9급 34명으로 공무원시험 합격자 3,845명중 59명(1.27%)만이 채용목표제의 수혜이다(도입 첫해인 '96년은 단 19명이었음). 어떤가? 제도의 존폐를 토론할 만큼 역차별을 가져왔는가?
한편 여성 합격자 비율 33.4%(!)는 상당히 흐뭇한 비율이다. 그러나 직급별 합격비율을 살펴보면(표 참고) 성별 불균형의 심각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또 채용목표제의 적용을 받아 공직에 입직한 수가 매우 적은 점과 함께 실제 적용은 일부 직급에 국한되어 있다(선발인원 10명 이상인 경우로 제한 적용)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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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세미나의 주제 발표자인 배종득, 김영미 팀은 이 문제를 놓고 아주 흥미로운 분석을 시도했다. 즉 채용목표제를 계속 실시할 경우와 폐지했을 경우가 여성 합격률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해 본 것이다.
그 결과를 요약하자면 '채용목표제의 직접효과는 미미하지만 채용시험 응시 동기유발 등 간접 효과까지를 고려한다면 긍정적이다. 만약 이를 폐지한다면 여성 합격자 수는 5급의 전산직ㆍ교육행정직ㆍ행정직(국제통상)과 9급을 제외한 전 직급에서 현저히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페지할 경우 성별 대표성의 임계치인 30% 충족 여부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제 결론을 말하자.
첫째, 여성공무원 채용목표제는 그 목표치를 전 직급 30%로 상향조정하여 계속 실시해야 한다.
둘째, 채용목표제의 직ㆍ간접 효과에 의해 임계치 30%를 달성한 직급ㆍ직렬에서는 자유경쟁으로 전환하자.
셋째, 특히 38.2%에 이르는 9급의 경우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적용하자.
넷째, 5ㆍ7급 즉 아직 정책실시 효과가 미흡한 직급ㆍ직렬은 30%에 도달할 때까지 세부 연차계획을 세워 실시하고, 10명 미만 모집시 적용을 배제했던 것을 폐지하자.
다섯째, 여성응시자의 하향지원 현상으로 합격률이 낮은 직급(특히 7급)에 지원할 수 있도록 공직진출을 지원하는 부가적 조치가 필요하다.
여섯째, 고용의 전 과정에서 적극적 조치를 실시하자. 채용목표제는 진입기회의 확대 즉 기회의 평등에서 과정ㆍ결과의 평등으로 이어질 때 그 진정한 효과를 논할 수 있다. 따라서 채용ㆍ승진ㆍ배치ㆍ교육훈련ㆍ정년의 전 과정에서의 확대실시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다.
5급 이상 상위직 여성 비율이 4.8%라는 현실이 이의 필요성을 웅변하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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