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전문성과 도덕성 측면에서 부적격자인 백희영 후보자의 여성부 장관 임명을 반대합니다.
백희영 여성부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에 따른 여성단체 의견서
전문성과 도덕성 측면에서 부적격자인 백희영 후보자의
여성부 장관 임명을 반대합니다.
첫째, 여성부 수장으로서 가져야 할 여성정책 전문성과 비전이 현저히 결여된 점이 드러났습니다.
○ ’족집게 과외’ 받고 나왔지만, ‘전문성 없음’ 드러난 추상적이고 무성의한 발언
- 각종 여성정책과 현안에 대해 ‘업무보고를 통해 들었다’, ‘더 알아보고 대답하겠다’는 식으로 급조된 족집게 과외를 통해 들은 내용만을 답할 뿐이었고, 그 이상의 것은 전혀 알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들은 것만 있고 아는 것이 없으니 성인지적인 관점과 정책이 있을 거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 특히 혼인빙자간음죄, 간통죄, 군가산점에 대한 후보자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더 알아보고 답하겠다’, ‘개인적 의견을 말할 수 없다’는 식으로 즉답을 피함으로써,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여성현안에조차 아무런 지식과 입장이 없음이 드러났습니다. 이는 여성부의 핵심이슈에 대한 논거와 입장조차도 전혀 모르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 ‘아직 더 공부해야 하고’, ‘여성부 직원을 통해 들은 것이 전부’인 후보자의 수준은 여성부 업무를 다 배우고 나면 임기가 끝날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이 분야의 전문성과 기본 자질이 부족합니다. 인사청문회 장에서도 여성부 직원들이 내정자 뒤에 앉아 곤혹스러운 질문에는 자료를 건네주고 내정자의 답변 한마디 한마디에 긴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컨텐츠 없는 장관을 위해 매번 ‘답안지’를 들고 옆에서 수행하는 것이 여성부 직원들이 앞으로 해야 할 일입니까.
- 장관은 이미 준비된 사람이 와서 결정과 집행을 하는 자리이지, 배우고 익혀서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경제위기 이후 여성실업, 여성인권, 가족돌봄 등이 심각한 현 상황에서 노동부, 복지부,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등 각 부처와의 협력을 통해 여성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엄중한 시기에, 여성부 업무와 백희영 후보자의 전문성은 전혀 맞지 않으므로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 젠더(gender)의식은 빈약하고, 인권에 대한 철학은 의심스러운 수준
- 혼인빙자간음죄와 간통죄의 경우, ‘여성을 보호의 대상으로 볼 것이냐’, ‘성적자기결정권의 주체로 인정하느냐’의 문제를 두고 뜨거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제도인데도 더 알아보고 대답하겠다며 즉답을 피함으로써,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여성현안에조차 아무런 지식과 입장이 없음이 드러났습니다.
- 군가산점 문제의 경우, 이미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았고 여성부가 부활을 막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개인적 의견을 말할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한 것 역시 그 자질을 의심케 했습니다.
- 국가인권위원회 축소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의에도 ‘내가 대답할 문제가 아니다’ 라고 답변을 회피하였습니다. 남녀차별금지법이 폐지되면서 성희롱 성차별 진정, 구제, 시정권고 업무가 인권위원회로 이관되어 있는 상황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축소는 여성차별, 성희롱 업무 역시 축소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여성부 장관이 유감을 표해야 마땅한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회피한 것은 여성부 장관으로서 ‘인권’에 대한 기본 철학이 있는지 의아스러웠습니다.
- 18년째 수요시위를 개최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는 편안한 노후를 보내게 해드리겠다는 예의바른 약속을 했을 뿐, 대학생들도 알고 있는 군 위안부 문제의 핵심 요구사항인 일본의 공식사과와 법적 배상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이는 백 후보자가 올바른 역사의식이 있는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었습니다.
- 현재 여성문제의 핵심을 무엇으로 보는가에 대한 여러 질문이 있었습니다. 후보자는 제도개선은 되었지만 실생활과 연계되지 않는 것과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고 답변하면서 후보자가 식생활, 가정 분야의 전문가이므로 실생활에 연계된 정책을 펼 수 있다고 답변하였습니다. 이 대목은 매우 우려되는 것입니다. 현재 여성부는 제도화된 여성정책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성인지예산, 성별영향평가, 성평등교육 등을 준비 또는 실행하고 있는데 여성부 수장이 될 사람이 여성정책의 일상화를 가정생활 영역 정도에서 추진한다면 국민 전체가 체감할 수 여성정책이 될 수 있을 지 매우 우려됩니다. 이는 여성정책=가정정책으로 후퇴시키는 중대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 각 부처 여성정책 총괄․조정은 아무나 하나
- 백 후보자는 가정학회와 영양학회 등의 경험을 토대로 여성정책의 총괄․조정 능력이 있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우선, 식품영양학 전문성을 갖고 아무런 연관도 없는 여성정책을 총괄․조정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입니다. 둘째, 총괄․조정 능력은 해당 분야에 있어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과 자기 소신, 추진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대로 백 후보자는 여성정책과 현안에 대해 지식과 경험이 빈약한 상태입니다. 심지어 정부의 국가인권위원회 축소방침에 대해서조차 언급을 회피하는 여성부 장관이 무슨 소신과 철학으로 정부 각 부처에 여성정책을 권고하고 시행을 촉구하는 역할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될 따름입니다.
둘째, 성인지적 관점이 결여된 후보자에게 가족업무까지 맡길 수 없습니다.
○ 여성들에게 ‘수퍼우먼’ 되라는 여성부 장관 내정자
- 가족업무를 여성부로 재이관할 거라는 관측에 따라 청문회에서 가족 업무에 관한 질의들이 이어졌는데, 백 후보자는 청문회 전반에 걸쳐 어머니의 역할과 가족의 건강을 강조했습니다. 최근 두드러지는 가족의 위기는 여성의 사회진출에 따른 돌봄의 위기가 그 핵심인데, 이런 측면에서 여성들이 바라는 것은 육아, 가사, 자녀교육, 간병 등 가정 내 노동에 있어서 남녀가 동등하게 참여하고 책임지는 문화이지,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가족의 건강과 영양까지 혼자 책임지는 수퍼우먼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강조하지만, 일하는 여성들의 가장 큰 고민인 ‘돌봄 노동’에 대한 구체적 언급 전혀 없어
- 여성들이 경제적 이유와 자아실현을 위해 맞벌이를 하는 현재 상황에서, 보육․간병 등 그동안 가정 내에서 여성들이 주로 담당했던 돌봄 노동이 안정적으로 사회화되어야 합니다. 만약에 가족과 청소년 업무가 여성부로 이관된다면, 이는 성인지적 관점에서 돌봄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돌봄의 사회화(공공화) 정책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백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이러한 관점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고, ‘아이 낳기 좋은 세상’ 등을 통해 보여준 이명박 정부의 저출산 극복 가족정책 역시 여성들의 인식을 바꿔서 가족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므로, 이런 관점에서 가족업무를 여성부로 이관한다면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야기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셋째, 고위 공직자로서 가져야 할 도덕성에 풀리지 않는 의혹이 많습니다.
○ 부동산 투기, 아들 병역비리, 논문 의혹 등 도덕성에 치명타
- 백 후보자는 자신의 명의로 집을 소유하고 있다고 했고 그 이유는 재산의 부부평등 소유라는 차원이 아니라 집안일 관리할 때 자신이 직접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서라고 답변했습니다. 알고보니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여러 채의 집을 사고 팔았습니다. 세금을 안내려고 다운계약서를 쓰고, 재개발․재건축 지역에 집을 사서 개발 후에 시세 차익을 남겨 되팔았습니다. 누구나 다 하는 일이니까 괞찮을까요? 교수로 재직하면서 부동산 투기에 골몰했던 후보자를 우리 여성들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 아들 병역 편법 판정문제는 풀리지 않는 의혹이 있습니다. 아들의 병력이 공개되는 것은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습니다. 진정 어머니된 입장에서 자식의 프라이버시를 걱정했다면 사전질의를 보내온 의원들에게 비공개로 의혹을 풀 수 있는 자료를 보내주는 것이 마땅합니다. 모든 국민이 보는 자리에서 뻔히 나올 수 있는 내용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후보자의 태도가 더 이해되지 않습니다.
- 백 후보자는 교수로 재직하며 가정을 양립한다면서 부동산 투기, 아들 병역 편법 판정까지 받아내면서 지금의 위치에 있습니다. 자기만 잘 살고 자기 자식만 병역의무를 편한 곳에서 받게 하는 것이 과연 대한민국 여성을 대표하는 모델이 될 수 있을지 매우 우려됩니다. 이는 도덕성, 청렴성 등 고위공직자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들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는 백희영 후보자가 여성부 장관이 될 자격이 없다는 입장을 밝힙니다. 우선 백희영 후보자가 자진 사퇴할 것을 권고하며, 국회 여성위원회는 부적격 의견서를 내야 합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백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철회해야 합니다.
2009. 9. 21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장애여성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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