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헌법재판소의 혼인빙자간음죄 위헌 결정에 대한 논평
헌법재판소의 혼인빙자간음죄 위헌 결정에 대한 논평
2009년 11월 26일, '혼인을 빙자하거나 속임수로 음행의 상습이 없는 부녀를 기망해 간음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형법 304조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환영한다.
혼인빙자간음죄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은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로 성관계를 자주 갖는 여성, 소위 ‘음란’한 여성이 아닌 자이다. 즉,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는 법익이 아니라 정조를 보호하는 법익이다. 이는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고 성적욕망을 가지거나 실천하는 여성을 비난하는 결과를 낳고, 여성 스스로 성적 행동을 정하고 결정할 수 있는 주체성을 부인하는 것이다. 이는 여성이 성적인 관계에서 항상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현재 형법 제 304조에 의해 기소되거나 처벌 받는 경우가 거의 없어 법적 실효성이 매우 낮았다. 검찰과 법원 통계에 따르면 혼인빙자간음죄로 접수된 사건 수는 매 년 감소하고 있으며(08년에 559명, 09년 7월까지 285명), 최근 10년간 평균 기소율은 6.4%에 불과하다.
여성을 ‘의존의 대상‘이 아닌 ‘자율적 주체’로서 인정하고 더불어 성 평등한 관계 맺기, 성적자기결정권 존중, 소통적인 관계 맺기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가능할 때 혼인빙자간음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혼인빙자간음죄는 없어져야할 정조 이데올로기 즉, 여성의 인권을 억압해 왔던 기존 관습의 틀을 공고히 한 조항이므로 삭제되어야 마땅하다.
이에 헌법재판소의 혼인빙자간음죄 위헌 결정을 환영하는 바이다.
2009년 11월 26일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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