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노트>

데이트강간도 강간이다.

안혜성(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성상담소>)

우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자신의 마음을 차분히 정리해봐야 합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자신의 성적인 행동을 주체적으로 결정할 성적인 자기 결정권이 있습니다.
그 남자분은 그 당시 성적인 행동을 하기 전에 상대방에게 동의를 구하고,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행동을 중지했어야 합니다.
이렇듯 데이트를 하는 연인사이에 일어나는 강제적인 성관계를 데이트 강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분명히 성관계를 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왜그 상황에서 거부하지 못했을까요?
타인의 성적인 행동에 대해 그 순간 좋은지 싫은지에 대한 아무런 느낌이나 생각을 할 수 없었던 것은 그동안 너무나 자신을 성과는 무관한 무성적인 존재로만 인식해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런 문제는 본인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성을 수동적일 것, 여성은 무성적인 존재일 것 등을 권장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의 문제이지요.
인간은 분명히 성적인 존재이기도 합니다.
남녀간에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다 보면 성적인 접촉에 대한 욕구가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지요.
자신의 성적인 욕구를 인정하고 자신의 성적인 욕구에 어긋나는 행동에 대해서는 싫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주체성이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